위로가 되지 않는
보글거린다. 일단은 그렇게 표현하자.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아서 찾아온 공원은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방해할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내 상태를 가만히 보다가 이러다간 죽어버릴 것 같다면서 말을 걸기도 하고 가만히 갈 길을 가면 될 것을 일단 나를 살피고 괜찮냐는 말을 넌지시 던지고 간다. 아름답구나. 시험정원을 돌아다니다가 묘목을 파는 누군가와 마주쳐서 심을 마당도 없는데 무화과나무 묘목을 사고 다시 길을 건너 집으로 가려고 하다가 그저 답답한 기분에 강가까지 뛰어가고 지쳐서 주저앉아 버리고 하고 싶은 것들이 전부 강물에 떠내려가서 주울 수도 없이 사라져가는 기분이다.
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2020. 1. 16. 14:55
무료한 전철여행
하유중앙행 전철이 지금 막 궤도 구간을 벗어났다. 철도에 올라 속도를 높이는 전철이 어디로 가는지는 정해져 있으니 내가 내릴 곳만 정하면 되겠지만 도로 위의 자동차와 같이 달리던 전철이 따로 마련된 철길 위로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게 되었다. 전철 안에는 출근하는 무리와 목적지를 갖고 전철에 오른 무리, 그리고 정처 없이 그저 전철에 탄 내가 있다. 전철 안 승객 중에서 나만 목적지 없이 공허함에 전철에 올랐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뭣같아서 내릴 곳을 찾아 노선도를 보았지만 역시 내가 내릴 곳은 거기에 없는 것 같아 다시 자리에 앉는다. 무엇을 위해 전철에 올랐는지는 모른다. 그게 전부일 뿐, 뭔가 더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다. 전철은 종착역인 하유중앙역에 닿았다.
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2019. 12. 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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