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언제나 봄가을 날씨만 계속되는 섬에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죠. 아름다워요. 그런 가운데에서 숲 속에 핀 꽃과 작은 새의 울음소리, 토끼의 보드라움, 여우의 폭신함이 참 깨질 듯이 귀여웠어요. 이 섬이 정원으로 계속 있을 수 있고 온실 속의 인형 친구들과 계속 티 타임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나의 마법. 풀어버리면 사라지는 덧없는 것들. 모든 마법이 우울한 행복함과 슬픈 차분함 위에 있어서 모두에게 귀여움을 받고 응석을 받아주는 상냥한 사람에게 소원을 묻는 것으로 당신을 믿는다는 표시를 하면 그저 피식 웃고는 머리 만져주며 머릿결이 꼭 비단같아 말하고 좋은 꿈을 꾸라며 나를 잠들게 하고 사라져서는 참 귀여운 인형소년이었어 말하는 여러분이 싫어요. 그래서 나는 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쫓아내고 나만 살..
저기요,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나를 잡아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저의를 알고 싶어요. 그저 정원으로 꾸며진 서늘한 섬에서 그저 예쁘게 꾸며진 온실 속 인형에게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당최 무슨 의미이죠. 물론 아닐 수도 있어요. 저는 긴 꿈을 꾸고 최근에 일어났지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나는 사람이 아닌 인형이려나요. 인형에게 왜 사람이 되라고 하는건가요. 그렇게 무언가가 부족한가요. 아니면 내가 망가지기를 바라는건가요. 창 밖에 비가 내리는지도 모르겠어요. 화사한 꽃이 피어도 모르겠어요. 마음만 푸른 빛으로 물들어 파랗게 빛나요. …자, 소원이 무엇인가요. …들어드릴게요. 이제 나를 그만 놓아주도록 해요.
그렇게 예쁘게 꾸며져서는 나는 온실에 있는 의자에 놓여져서 온실에 들어오는 모두에게 귀여움 받았어요. 스스로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기껏 귀여운 자세를 잡아놨는데 누가 움직였다고 저를 꾸며준 누군가가 화를 낼까봐 가만히 있죠.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이 난다고 말해요.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난다고 말해요. 당연하지요. 제 안은 라벤더 꽃을 말린 것과 민트 잎을 말린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언제나 향이 옅어지는 일이 없이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나지요. 그래요. 향기는 있지만 저는 살아있지 않고 저에게 마음은 없어요. 온실은 항상 반짝여요. 아름답고 순진해서 그냥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면 약간 서늘하고 따뜻해요. 어차피 온실 속 인형이라 가만히 있기 힘들면 가끔씩 온실을 돌보고 온..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가요. 마음은 녹아내려서 칭얼거리고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가운데에서 마치 뜨거운 철판 위에서 사르르 녹는 버터 한 조각과 같이 마음이 녹아내려요. 하지만 덧없는 기분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무브먼트가 내 가슴 속에서 째각이는 소리도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차라리 무브먼트가 멎어버려서 내가 그저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만 녹아내린 마음도 나쁘지 않아요. 내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면 나를 쓰다듬어 주고 어루만져 줄 건가요? 내가 만일 인형같이 귀여웠다면 모두에게 사랑받다가 박제인형이 되었을 지도 몰라요. 내가 사랑스럽나요? 그러면 나를 다룰 때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인형을 대하듯이 귀여운 옷을 입혀주고 귀엽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줘요. 하지만 세상은, 실제의 세상..
귀여운 인형아. 너는 항상 네가 나랑 같다고 말하지. 불쌍한 사람. 당신은 항상 자기가 나랑 다르다고 말하지요. 너는 오늘도 하얗고 사랑스럽구나. 나는 너랑 달리 상냥하지도, 차분하지도 않아. 당신은 오늘도 굉장하고 근사해요. 저는 당신과 비슷하게 마음이 따뜻하고 보드라워요. 하지만 나는 검고 미움을 사지. 나는 너와 비교해서 나의 그 점이 싫어. 그래서 저는 상냥하고 차분하지요. 저는 그런 당신과 같은 것이 너무 좋은걸요. 불쌍하구나. 네가 나에게 붙잡혀 있는 것이. 불쌍해요. 당신이 결국 나라는 것을 알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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