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요정은 오늘도 우울해한다. 창가에 비치는 바다가 너무 예뻐. 바다는 푸르고 아름다워 하다가 나를 바라보고는 서로를 인형이라고 생각하고서 몸짓을 지어주고 서로 귀여운 옷도 입혀주며 놀면 좋을까 하길래 인형을 다루듯이 그 아이를 움직여 나름대로 귀여운 포즈를 잡아주고 볼을 주물거렸더니 싫은 소리를 내며 저리 가라고 하는 푸른 요정의 칭얼거림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지 생각을 하면서 그저 무료하게, 푸른 요정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갸웃거리며 나를 보길래 쓰다듬어 주었고 눈을 살포시 감으며 미소짓는 귀여운 모습을 봤는데 왠지 덧없었다. 그런 놀이에 어울려주는 것보다는 일단 바깥에 나가보는 것이 낫겠지. 옷자락을 잡으며 싫은 표정 짓는 푸른 요정을 뿌리치고 바깥으로 나왔나..
또 하루가 지나버렸다. 집 앞을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는 시끄럽고 비까지 내리며 오늘도 푸른 요정 녀석은 창가를 보며 비 오는 날이 맑아서 좋다고 노래한다. 그나저나 아직 잠이 반쯤 깬 상태로 소파에 누운 나는 다시 잠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노랫소리가 멈춘다. 요새 심해진 불면과 불편이 잠들지 못하게 하는 마법으로 와서 편히 잠들지 못하는 나에게 '폭신하고 촉촉하게 잠들 수 있고 좋은 꿈을 꾸게 해줄게' 하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차갑지만 보드라운 손이 내 이마에 올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가 우리 집 우울한데다 무료한 푸른 요정이지만 모르는 척해보자. 조금씩 편히 잠에 빠져들었다. 포근하게 들어간 꿈 속에서는 환하게 웃는 귀엽고 수줍은 아이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그 ..
그냥 그렇게 일이 다 진행되어 가는 봄날이었다. 그런 한 편으로는 내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로 전철을 타고 의미 없이 아무 곳이나 쏘다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일하게 된 '영점'이라는 카페는 남서구 중심지에 있었지만 왜 개점휴업 같은 꼴인건지 모르겠고 '왜 홍보 안 해요'라고 지수에게 물으면 그저 고개를 젓는다. 그냥 가게를 붙잡고 있는 것도 힘들다며 언젠가 큰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한숨 쉬며 자리에 앉는다. 나도 한숨 쉬며 일하기 싫다는 뜻으로 고개 저으며 그저 에스프레소 기계 앞에 앉아있었다. 그러자 지수가 이쯤 하자며 일어나 돈봉투를 내게 건넨다. 월급이라니 순간 당황해서 얼었지만 가져가라니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 무슨 월급 지급이 이렇냐 하면서 짜증을 내는 것 보다는 가만히 있는 ..
그렇게 대충 만남은 일단락 되나 했는데 아니었다. 아직도 구직활동은 구질구질하게 계속 해야 하고 그런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표리부동한 철면피였다. 그나저나 왠지 집에 눌러붙은 푸른 요정은 아무것고 자기는 모르겠고 이불은 폭신폭신 하면서 잘 쉬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걔를 따라 게을러져서 구직활동은 그만 두었다. 취직 못하고 구직활동도 못하면 나라에서 나오는 취업장려금도 끊기겠지만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그러던 중에 마을사무소에서 부르기에 좀 불려나가니 마을을 개발하는 건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왠지 노면전차 뜯고 지하철 짓자는 얘기가 나오고 그런다. 그런 자리에 참관으로 있던 동백통 사람들이 그럴 바에는 내각을 설득해서 교통이 불편한 동백통으로 노면전차를 연장하는 편이 낫지 않냐고 말했..
세계 표준시보다 열한 시간이 빠른 시계는 똑닥거렸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누군가는 하유섬 한 가운데를 걸어다녔다. 전철 타고 쭉 가니 어느샌가 여기에 닿았고 여기서 해안가에서 근처의 집으로 걸어간다 한들, 나라한테 빌린 집. 살고 있는 동네가 바닷가랑 가까워서 언제나 막힐 때마다 바닷가로 가는 멍청한 니트는 남서구 한귀퉁이에 있는, 나라에서 빌려준 집에 살고 있다. 진짜로 나라가 조그마해서 주택을 배급한다고. 그런 입장에서 외람되지만 빨리 일을 해야하는 나의 처지는 한심하다 못해서 짜증난다. 이런 일상이 끝나기를 바라며 '적어도 사랑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매일매일 바라는 바보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오늘, 내가 타려던 게 몇 시에 온댔었나 하고 좀 더 일찍 일을 잡으러 나갔다면 탈 수 있었을..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그저 바다로 가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잘 안 되면 다시 하려고도 했는데 역시 실제적이지 못한 내 자신이 화가 되어 그 모든 것을 불사르고 폐허로 만들고 어쨌든 차분한 내 자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과분한 것들 많이 알아야 하는 쓸모없는 것들 나를 괴롭히는데 결국에는 과묵하고 유약한 인형인걸까 떠올리면 그게 정답인데 아닌 모순. 모순이라는 어떤 싹과 마을을 벗어나는 버스. 그리고 알력다툼. 또한 상자 속에 갇혀 부정당하는 마음씨 여린 인형. 아무리 상자에서 꺼내줘도 나에게 우울한 미소만 줄 뿐이야. 그 아이는 우울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미안하다 하는데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내 목에 낫이. 우울한 미소를 띈 유약한 인형이 나를 죽이려 해. 다시 한 번 보..
"이제 노을도 지려 해 하늘을 날아서 날개를 펼칠 시간. 홀로 쓸쓸히 잠든 사람들 가만가만히 쓰다듬어 줄 시간. 항상 언제나 이렇게 눈을 감은 그대만 볼 수 있을 뿐이지. 지금껏 그대, 나를 본 적 없어도 여지껏 그랬듯이 우리, 만나고 있어. 오래오래 바라보다 그대 뒤척일 때면 나는 노래를 부르지 다시 잠들 수 있을거야, 은빛 날개를 펴고서 환한 달빛을 가리고 있어. 정말 단꿈을 꾸고 있나 봐! 왠지 나를 보듯이 웃고 있는 것 같은 그대 하지만, 다시 해가 떠오를 때면 안녕, 나는 가야만 해. 내일 또 만날 수 있게" 여기까지 루시드 폴이 부른 "천사의 노래"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누군가를 위해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고마움을 몰라도 그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쓰러운 일이다. 하지만 누..
고민이 많으니까요.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별은 반짝이고 참 아름다운데 아무래도 나는 저 별 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아요. 그저 나는 한없이 가라앉아서 예쁘게 죽어버린다면 좋을텐데요. 하지만 그것도 잘 안 되니 정말 슬프네요. 오늘도 여전히 제 가슴 속 무브먼트는 째각여요. 하지만 왜 째각이는지 이유도 잃어버린 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 장치가 너무 싫어서 빼버리려고 해도 그 뿐. 바다가 멋지고 여우는 폭신해요. 눈물을 흘리면서 보면 바다는 더욱 멋져서 나를 멎게 해달라고 나는 바다에 소리쳐요. 중얼거리지 못해 글을 쓰는데 중얼거리는 속도보다 타자를 치는 속도가 느리니 어쩌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저 죽고 싶어. 말로 쓰는 글도 별로 정확하지도 않고 인생은 힘들고 여러모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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