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속에 속만 탄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 나에게 일을 떠넘겼지. 그래서 그 일을 다 해주고서 일단은 이 정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나는 그게 너는 뭐하는 꼴이냐라는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완전히 나만 욕먹고 일 더 하는 꼴을 참다 못해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렇게라도 튀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무단으로 퇴근하고 고과에 무단퇴근 몇 회가 올라가봐야 그것이 삶이라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고지증명을 낸 장소인 근처 전철역 파크앤라이드에 차 세워놓고 전철을 기다렸다. 약 10분 뒤에 남서궤도선까지 직결로 들어가는 열차가 나를 집 앞까지 데려가 주었다. 이야, 튀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하면서 집 문을 열기 전, 떠나가는 전철에..
별난 숲이 하유섬에 있지요. 하유국 건국초기에 많은 도움을 준 요정들이 사는 곳이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록숲이 그래요. 이 곳 때문에 하유국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합성연료와 바이오연료를 선택했고 공장 대신에 정원이 되기로 선택했다고요. 내가 그런 숲에 산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지 모른다며 오늘도 숲 속의 약초나 야채를 수확하러 가요. 숲 속에 정해진 길을 따라 모든 움직이는 것들이 달리는데 숲의 입구까지 타고 온 전차삯이 미묘하게 올라서 얼마나 많은 야채를 캐야 그 정도를 벌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엄청 맛있는 녀석을 찾아서 바구니에 넣고 숲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지요. 가을은 찾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 때 나오는 약초나 야채도 그다지 종류가 많지는 않아요. 나..
일단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아직도 풀지 못한 여러가지가 정체되어 한창 막히는 도로와 같은 형국이 되었다. 앞을 다시 보았다. 안개가 짙어서 아무런 형상도 보이지 않는, 또한 볼 수도 없는 정도이다. 이런 삶이란 도로는 항상 지나기 힘들다. 경적을 울린다고 해도 메아리 쳐서 괴롭다. 그 메아리가 계속 도로 위에서 울려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안개가 짙은 나머지 차선도 보이지를 않는다. 이런 장난도 장난이 없다. 이대로 곧장 나가다가는 차선을 어기고 사고가 나고말 터. 좀 어떠랴.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긴 한가. 샛길로 가자하니 안개가 자욱해서 그것도 안 된다. 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또한 민폐가 된다. 샛길로 가면 위험하다. 모두가 이 길로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를 돌릴 생각도 못한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바닷가로 향합니다. 오래간만이네요. 바닷소리는 아름다워서 마음을 씻겨주지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모두에게 다르지만요. 여기까지 걸어나와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위안이 되는 기분이에요. 해안가를 따라서 놓인 철길과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지금 제가 있는 해안가의 바닷소리와 어우러져서 저를 어루만진답니다. 바닷가의 소년인형이라 해서 모두가 저를 알아봐주거나 하진 않지만 신기해하긴 해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인형 하나가 이따금씩 바다에 나와서 눈을 감고 바람을 쐬는 것이 그렇게 신기한가요. 저는 부끄러워서 그저 자리를 피할 뿐. 집은 바닷가를 따라 나있는 도로를 건너면 있는 아파트의 5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가 쉬고 잠드는 공간이 펼쳐지죠. 발..
밤새 충전시켜놨던 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천천히 내달린다. 소리 없는 그 느낌이 좋다만 앞으로 누가 지나가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용함에 취해서 졸면 안 된다. 그렇게 차를 몰아서 일단 환승주차장에 세워놓고 다시 열차에 오른다. 여기에서는 파크 앤 라이드가 일상이라 이렇게 해도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서도 하유에서는 화석연료 대신에 합성연료를 쓰는 나라이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표어가 돌아다니고 선하고 순진하고 차분한 국민성의 사람들은 그것을 잘 지켜주니까 그런 애매함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파크 앤 라이드가 불편한 점은 내 자동차가 계속 충전기에 꽂혀있는 통에 계속 내게 차 빼달라고 연락이 오는 정도이다. 그런데 나도 사실은 설치 중인 그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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