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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파크 앤 라이드

두번의 봄 2019. 7. 15. 21:31
밤새 충전시켜놨던 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천천히 내달린다. 소리 없는 그 느낌이 좋다만 앞으로 누가 지나가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용함에 취해서 졸면 안 된다. 그렇게 차를 몰아서 일단 환승주차장에 세워놓고 다시 열차에 오른다. 여기에서는 파크 앤 라이드가 일상이라 이렇게 해도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서도 하유에서는 화석연료 대신에 합성연료를 쓰는 나라이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표어가 돌아다니고 선하고 순진하고 차분한 국민성의 사람들은 그것을 잘 지켜주니까 그런 애매함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파크 앤 라이드가 불편한 점은 내 자동차가 계속 충전기에 꽂혀있는 통에 계속 내게 차 빼달라고 연락이 오는 정도이다. 그런데 나도 사실은 설치 중인 그 옆의 콘센트를 쓰고 싶어.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행동이 용납되지 않아. 그렇게 충전을 포기할 것을 그랬나 하면서 전철이 어느새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도착한 것을 알아차렸다.

회사. 출퇴근 체크기에 체크를 하고 오늘의 일을 기다린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하유제당 내부에서 블루크루드 문제랑 사탕무밭이 요정에게 절단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으니 스루. 하지만 그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책임을 일개 사원인 나에게 떠넘기려고? 별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니 뭔 말을 하려고 해도 아닌가 싶어서 잠시 눈을 손으로 가리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신호를 보냈다. 제대로 뭔가 하기가 힘들다 성 싶어도 남이 일을 안 주는데 별 수 있나. 회사일은 힘들고 그저 사무실 한 켠에 언제나 갖다먹으라고 놓인 우리 회사의 각설탕을 몇 개 가져와서 하나 입에 넣고 기지개를 켠다. 달콤하고 뻐근해서 바로 들어오는 서류철을 복사해오라는 명령을 똑똑히 들었다. 그래, 말단이 또 무엇을 하겠는가. 복사는 몇 장이나 몇 부를 해야 할까나요. 알아서 하면 된다. 알아서면 기준이 없는게 아닌가요 하면서 어차피 몸은 복사기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힘든 일이 끝나고 어느 정도의 답답함을 정류장에서 풀고 같은 경로로 가는 굴절버스와 2층버스를 그냥 보내고 트램을 타고서 파크 앤 라이드를 끝내러 역 근처의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내 차는 그대로 그 자리를 점령하고 앉아서 여러 사람들이 제발 차를 빼주세요라는 느낌으로 내 차에 쪽지를 붙였고 진짜 하루종일 충전하는 것은 무리구나 하면서 내가 사는 집 앞에 내가 쓸 용도로 전기차 충전기를 사야하나 싶거나 아니면 이 차를 살 때 받은 간이충전기를 써야 하겠네 싶었다. 아니면 충전을 포기하고서 일반 주차라인에 세우거나 아니면 차를 몰고 출근해서 회사 지하주차장의 전기도둑이 되거나 싶은 것이다. 그래서 파크 앤 라이드를 이해해주는 사람들 마저도 오해를 하게 될 것 같은 이런 경우는 어쩌면 좋나 싶은 것이 마치 쌍굴 같다. 들어가는 입구는 둘이지만 나가는 길은 서로가 합쳐지는 그런 경우 말이다.

자가용으로 출근하다보니 길이 막히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길 위에서 시간을 버리느니 차라리 대중교통에 속아보자 하는 느낌으로 가까운 트램 정류장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트램은 이제 곧 도착할 예정이고 일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트램에 올라타 막히는 도로 중앙을 뚫고 트램이 목적지까지 달리는데 걸린 시간은 내가 자가용을 계속 고집하며 나아가는 그것보다야 빨랐다. 운전대에 손을 놓지 않으니 미처 마무리 못했던 일도 끝낼 수 있었기에 최선의 선택이었노라고 생각을 했지만 지각에 닿기 직전에 회사에 도착한 것은 흠이라고 쳐두자.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나는 하유섬의 직장인 일과는 어느정도 여유를 가져요라고 말하지만 대단히 감성적인 여기 사람들 다루기는 너무 힘들다는 말이지. 아차, 요정이나 인형을 배제하고서 얘기하고 있었나. 그런데 그것까지 신경을 쓰다가는 말이 복잡해질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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