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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시문

부숴지다

두번의 봄 2020. 8. 29. 21:08

이상해요.
허리 아래로 몸이 없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아프지도 않은데
기분은 이상하고 더더욱 이상하고
왜 나는 이 꼴로 살아있지
그런 느낌.

차라리 없어져버리는 편이 나았는데!
그런데 어거지로 살아있고
그런데 어째선지 사라지지 못하고
이게 뭐죠.

아프지도 않지만
이게 뭐지.
언제부터 망가져 있었지.
이해 못할 것을 말하지 마요.
아파요.
이해 못하니까 아파져요.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무슨위로를건네고격려를해준다고해도나는여러분을이해하지도못하고이해하지도못하고그냥쓰레기처럼있겠지요
그게뭔지나는하나도모르고얼빠진표정으로여러분의경멸에만화를내며짜증에가득차서힘들어할테지
그러면좀나를좀더격려하고가치를알려줘요그게어렵나요

…남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얼마나 오래 산다고 이럴까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지금 모든 것이 힘겨워서 나는
지금 허리로부터 아래가 없는 느낌에 시달려요.
마치 원래 부숴져 있던 양 말이죠.

잠시 내가 보이지 않거나 한다면 그게 위안이 될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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