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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오늘도 또 막히는군.
새로운 도로가 오늘 정오에 개통한다고 한다는 것은 이미 라디오와 도로전광판을 봐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습정체가 일어나는 구간이 하필이면 오늘 새로 개통하는 고속도로와 만나는 분기점이라니. 그리고 지금 시간은 아직 11시 40분이다. 어서 빨리 상록으로 가고 싶고 자동차가 내는 열기에 지쳐서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고마는 환경에 해로운 짓을 하지마는 오히려 정체되는 도로가 환경에 나쁘지 않나 생각을 하다 그냥 단념하고 1단에 넣고 클러치를 꾹 밟고 있는다. 그렇게 시간이 많이 흐르고 어디선가 마무리 작업으로 경적을 울리면서 갓길을 지나가는 것 같은 흐름을 본다. 시계는 11시 50분을 가리키고 내가 타고 있는 루마니아제 싸구려 자동차는 진짜 시간이 안 간다고 말을 문득 거는데, 내가 대답을 꼭 해줘야 하니? 미안하다. 그나저나 정비주기가 돌아오는 거 아니냐 하니까 갑자기 당황하고 그러는 새에 새로 개통하는 쪽에서 경광봉을 흔들며 호루라기를 불었다.
먼저, 경찰차가 사이렌을 한 번 울리고 새로 개통한 도로 위로 들어서면 플라스틱 바리케이트가 치워지고 경광봉이 가로에서 세로로 흔들린다. 들어오라는 신호. 그렇게 자동차들이 우루루 새 도로로 밀려든다. 흐름에 밀려 나도 그 도로를 타게 되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계는 딱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상록 방면으로 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도 표지판이 영어로 적혀있는 것을 보면 중앙구에서 벗어나지는 못했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출구서부터 끔찍하게 막혀오는 자동차들, 흥미로워 하면서 막히는 행렬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는 가드레일 바깥의 카메라 든 사람들과 떠오르는 루이스-모그리지 명제. 아무래도 하유섬 사람들이 장난스러운 것은 알았지만 이런 것까지 계산할 줄은 몰랐네. 그렇게 최소 4차로는 되는 새 길 위에서 상록으로 가는 길로 나가기 까지 약 한 시간이 족히 걸렸다. 루마니아제 싸구려 중고차가 잘 견뎌줘서 좋은걸까 그냥 으쓱거리면서.
그렇게 또 나는 상록숲으로 자동차를 타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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