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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바퀴달린 것을 몰고 나가는 것도 일이기는 하지만 그게 하물며 내 입장을 곤란하게 만든다면 어떨까. 그도 그럴 것이 남서에서 중앙으로 그 밀려드는 가운데로 달려드는, 그리고 바퀴의 수도 여럿에 고속도로로 잘 빠져주지 않는 흐름과 뒤에서 언제 출발해야 될 지 모르겠다는 트램과 있으면 마치 조그만 우울에 젖어든다. 어차피 하유섬에서는 49cc만 넘어가면 고속도로에 들어가는데 문제가 없으니 부담감에 네 바퀴를 팔고 두 바퀴로 갈아탈까도 생각을 했던 내가 어차피 그런 문제라면 나중에라도 몸으로 갚자며 일단 지금 내 능력을 쓰는데 몸을 사리는 나는 조그만 우울 속의 광시곡 안에 놓여있었다. 그것이 고전음악과 재즈 사이에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던 간에 내 앞에 놓인 정체가 마치 전개부처럼 풀리기 바라는 지금 이 정체의 안에서 뭘 하려고 이렇게 나는 어영부영 클러치에서 발을 천천히 떼는지 이해도 충분히 해야 한… 아차 적신호 걸렸군.
그렇게 지긋지긋한 적신호가 곧 끝나고 한낮의 정체도 곧 끝나 구 경계마다 있는 경계녹지를 지나서 천천히 직진한다. 목적지도 없으면서. 목적지가 없으면 어떠랴. 그저 내가 무의미함을 풀려고 외출을 한다고 보면 되는 것이려니 하면서 나무들이 쭉 늘어선 상록구의 큰 길을 달리며 오늘은 돌을 맞지 않으려니 하면서 항상 가는 길로 북동구 카페거리로 향한다. 언제나 갔던 길이 아니면 불안하고 드는 돈을 따로 또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게 죄가 된다면 나는 그냥 여기에 핸드브레이크 올리고 맨손폐차를 하는 묘기를 부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말고 여기 나무 사이로 흐르는 맑은 실개천을 보고 이내 추워져서 다시 차에 올라 클러치를 떼고 액셀을 밟고 지긋지긋한 요정의 돌팔매질을 조심하라는 에스페란토 표지판을 지나서 조그만 여울을 지나 카페거리에 도착했다.
네스토 데 피고에서 항상 먹는 레몬 타르트와 아메리카노는 이제 충분히 익숙한 것들이 되었다. 좀 더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의도는 커지나 왜 하지 못하는가 생각을 하면 또 우울해지고 일자리에 대한 열망은 커지지만 사람과 마주하고 일하는 것은 싫고 여기 국민성도 그렇긴 하다, 사람 마주하는 것을 꺼리는 것은. 적응 못해서 도망가는 외국인들도 있고 심지어는 미안하다고 스튜를 대접해도 모르는 척하며 받지 않는 "결례"를 저지르고도 뻔뻔한 그들과 마주앉는 것도 어쩌면 일하다 마주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일단 나는 일하고 있지 않다고 정신승리해봤자 이번 주에 기본소득 들어오는 것으로 자동차를 어거지로 유지하면 얼마가 남느냐, 통조림에 들어간 파스타와 인스턴트 라면을 먹으며 사는 인생이 행복하냐 생각이 드는데 여기에서 타르트를 깨작이며 할 생각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는 길을 위해 클러치를 살짝 들면서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가 시내로 향하면서 당최 내가 이런 일상을 원하고 하유에 왔는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뒷차가 정신 차리라고 상향등을 번쩍이는 것을 보고 정신을 차린다. 할 일은 정해져 있지. 갓길에 잠시 세우고 우울을 가라앉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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