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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는 변변한 산업이 없었다. 관광이나 우표를 파는 것 외에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딱히 없는 탓이었다. 다른 선택지를 찾기 위해서 하유국 내각이 몇 번이고 해산되고 다시 구성되기를 반복하기만을 여러번 하며 겨우 얻어낸 성과라고는 국제연합에서의 발언권을 얻어내기 위해 외교전이 펼쳐진 것 외에는 없는 피곤함이 이어질 뿐이었다. 여러가지 불리함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주변에서 하유는 작고 잘 안 알려진 섬나라라는 것만 증명받던 나날이 이어지던 중, 하유국은 국제연합에서 겨우 30분의 연설을 하게 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가입은 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국제연합에 가입하려는 노력이 3년을 끌었다. 아주 생판 알 일이 없던 무주지였던 섬에 있는 나라에 관심을 주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듯이 하유가 나라이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일한 협정 당사자끼리 말한 자리에서 일본과 한국은 하유국의 국제연합 가입을 도울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고 무주지에 세워진 외딴 나라에 대해 서로가 알아야 하겠다고 하유국 총리가 의회에서 버럭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그런 노력에 힘입어 하유는 이미 수교한 나라들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들의 동의도 받아서 첫 연설 이후로 3년 2개월이 걸려서 국제연합에 가입했다.
겨우 나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하는데 성공한 하유국은 UN 대사를 바로 파견하고 하유국의 산업을 이렇게 발전시키고 싶다는 대략적인 청사진을 가입 연설에서 밝혔다. 여기에 아주 인상을 찌푸린 나라가 많았는데, 이렇게 작고 심지어는 역사적 상징도 전무한 국가에 섣불리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얘기만 하거나 자신들의 나라가 하고 있는 팽창적 제국주의 정책에 협조하면 좋겠다는 얘기만 듣고 그 날, 모든 하유국민이 울었더랬다. 개별적으로 하유섬에 이러저러한 것들을 하려고 하니 도와달라는 얘기를 세계은행에 했더니만 하유는 우선 도시화가 필요할 것이라는 쓸모없는 이야기가 오고가는가 하면 농업을 발달시키며 후일을 도모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까지 들었다. 폭발한 하유국 내각에서는 이럴 거면 왜 UN에 가입하자 했는가 하면서 서로 설전이 오가는 한 편, 다른 논제로 등장한 것이 있었다.
하유국에서는 원래부터 내연기관 사용이 금지였다. 원래 있던 세상에서 환멸감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은 만큼이나 그딴 "더러운 것"은 애초에 없게 하고 싶었던 개국 초기 녹색당의 정책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하유에 가져와서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세관에서 연료탱크를 떼는 모습을 보곤 아주 기가 찬 표정들을 지었고 상록구 주민들은 세계고 나발이고 숲에서 내연기관 쓰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국회에 처들어와 농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나서 사탕무 이파리 처리법으로 바이오메탄을 선택한 하유제당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들이 이제 하유에도 내연기관의 사용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발언으로 시작해 어느 남미 출신의 의원이 하유에서는 전기구동계 외의 수단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은 일명 '내연기관 절멸조례'를 단독으로 의제에 올리면서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 하는 상황이 쭉 이어졌다. 내연기관 절멸조례는 지금도 하유섬은 전기로 잘만 돌아가는데 내연기관이 돌아다니지도 않는 사정상 제정해도 사문화된다는 이유로 끝내 기각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른 이유가 또 있었다.
주 UN 하유국 대사는 울기까지 했을 정도로 할 수 있는게 없다고 좌절하고야 말았다. 하유에 회의를 유치하려고 했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고 이게 신생 약소국의 현실이라고 외신에서 다루기도 했을 정도로 아주 난관투성이가 되었다. 그러던 차에 해외에 수주할 일거리가 필요했던 어느 나라에서 비료산업 얘기를 하다가 합성석유 설비를 도입하지 않겠느냐고 권해왔고 이에 대한 원조명목의 회의를 열어주겠노라고 약속을 얻어냈다. 이런 사실이 하유국 정부에도 닿았고 여러 조사와 국제회의, 실무협약이 뭍밑에서 이미 진행이 되고 있었다. 그런 탓에 하유섬에서 내연기관을 금지하면 다른 나라들의 그런 노력을 배신하고 마는 셈이었고 그러면 하유는 발전이 아니라 제재를 받을 판이었던 것이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긴 했지만 공교롭게도 내연기관 절멸조례의 주창자인 그 남미 출신 의원은 "지원군"이라는 이름의 합성석유 반응기가 하유에 들어오던 날에 완벽하게 신임을 잃어버릴 사건에 휘말려 불신임을 받았고 지원군이 하유섬에 오므로써 비로소 하유는 내연기관 운용제한을 오직 합성연료만 태운다는 조건으로 사실상 풀어버렸고 신에너지에 대해서는 그래도 입을 열 수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었다.
그렇게 내연기관에 문호를 연 하유국이었지만 문제는 그 이후부터 터졌다. 불신임으로 직장을 잃은 그 의원이 상록구 지역의회 의원이 되어 상록구에서는 내연기관을 사용할 수 없고 주유소와 가스 충전소도 지을 수 없으며 내연기관차의 등록은 상록구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는 조례를 통과시켜서 국회로 전달했다. 이런 식으로 복수해서 좋을 것이 없다고 경고가 나가긴 했지만 그게 뭔 소용이랴. 그리고 합성석유 설비가 무상원조는 아니었기에 시설의 권리와 사용권은 하유국 정부에서 위임받은 슈가스 주식회사가 가지되, 여러 제반설비의 정비는 원조공여국에 있다는 계약을 20년 만기로 서버려서 반쪽짜리 원조 논란이 일고 다른 나라들은 내연기관을 안 쓰려고 하는데 하유는 거꾸로 갔다고 주장하는 내각의원도 있었다. 얼마 안 가서 그들도 내연기관차 모는 것이 들켜서 쪽팔리긴 했다지. 이런 것을 기회로 다른 나라에서 중고차와 부품을 사오고 자동차와 화학 관련해서 유학도 보내고 다른 나라에서 탈탄소 정책으로 쫓겨난 올드카를 사와서 관광상품으로 쓰는 등의 여러 노력이 이어졌다. 그런 별난 나라가 있다고 해외 토픽으로 소개돼서 관광객이 늘어나고 하유산 꽃나무 모종을 사가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과 기술이민이 그래도 늘긴 했다는 것이 이 계획의 성공을 증명한다.
이런 이유로 하유국에서는 합성석유에 아주 감사를 표하고 있다. 자신들을 알아내 준, 그리고 자신들을 세계 속으로 끌어내 준 고마운 존재니까. 하지만 여기서도 상록구에서는 내연기관 절멸을 주장하며 내연기관차가 관내를 지나가면 그를 향해 돌을 던지는 주민들이 심심치 않게 있다. 그리고 그들을 조심하라는 그림으로 된 표지판도 하유섬에서 유일하게 상록숲 안에만 설치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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