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무너져요. 그냥 그렇게 무너져서는 아무 것도 그 무엇도 아닌게 되어버려요. 겨우 무언가가 된다고 해도 그게 끝. 저는 그렇게 아무 것에도 기대를 가지지 않게 되었답니다. 쓰레기 청소. 그게 해야 할 일이면 해야죠. 하지만 주변에 뵈는 것은 쓰레기들. 청소를 하다보면 쓰레기들이 저보다 위에 있기도 하고 이상하게도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는 저를 만만하게 보고 같이 쓰레기 하자고 조르죠. 같이 쓰레기 하자는 쓰레기에게 저는 곤란한 표정으로 빗자루를 휘둘러요. 그래도 쓰레기가 죽진 않아요. 신기하죠? 아무래도 저는 오랫동안 잠들어 버리는 편이 모두에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그것도 이루기가 힘드네요. 쓰레기 본연의 세상에서 쓰레기들과 섞여서 같이 버려져야 하는 것이 세상이라면 차라리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이 저..
아무래도 아무것도 되지 않아. 다들 다른 곳을 보고 있고 얼마나 더 움직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아주 멀리 나갔어요. 그리고 내 태엽이 다 풀렸어요. 태엽이 조금 감기고 이내 태엽이 다 되어 풀리는 동안, 멎어가는 나를 소중히 다루는 사람들. 그 때, 나는 깨달았어요. 두 번 다시 내 태엽은 감길 일도 없고 다시 내 태엽을 감아줄 사람도 없고 태엽을 감지 않은 채로, 그냥 그렇게 되어서 내 태엽은 망가지고 그저 움직이지 않아 얌전하고 꿈꾸는 듯한 아주 정교하고 귀여운 인형이 되어 버린 것을.
하유국 외무부는 최근, 외신들이 '하유는 평행세계의 싱가포르'라고 표현한 데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다. 하유국 정부는 개국 초기에 일본, 한국, 북조선, 대만, 중국 등과 수교하며 '첫 수교의 빌딩'에 그들의 대사관 및 대표부를 마련하고 한국, 일본과는 '하일한 상호 동반자 협정'을 체결, 상호 3개국 간의 여행사증 면제와 무역과 교류 편의를 도모함으로서 그 이듬해에는 국제연합에도 가입하는 등,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외교행보를 보여왔다. 허나, 하유국 국체를 3권분립도 애매하며 아직도 검열이 만연하고 파업과 시위도 단 하나의 장소에서 엄격한 통제 아래에서만 가능하고 노조는 불법인 싱가포르에 빗대는 일부 외신의 행태에 대해 하유국은 그저 와신상담하며 굴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게 되었다. 하유는 상냥함..
하유국은 작은 섬나라일까 아닐까 한다면 일단 맞다. 초반에는 1,210.5㎢ 면적의 섬 하나에서 시작해서 점점 불어나가는 그런 셈일테다. 일단 중심되고 이야기의 중앙에 있는 땅덩어리, 하유섬은 작은 섬이고 이 섬의 기후는 애매하다 못해 일단 상춘기후와 냉대습윤기후의 특징이 섞인 하유국만의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언제나 봄 가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일 년내내 계속되는 서늘함이 특징이다. 하지만 그 특징을 정말 전형적이면서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섬의 날씨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정도 살아보곤 학을 떼고 도망가버린, 아무도 살지 않는 사실상의 무주지였다가 결국에는 그 섬의 북서쪽에 누군가 다시 상륙하고 몇 시간 뒤, '하유'라는 나라가 세워졌다. 그렇게 세계 표준시보다 10시간이 빠른 시간이 흐르는 작은..
내일이 드디어 다섯번째 도전이다. 네번째 도전에서 얼마나 어이없게 떨어졌던지 짜증나서 포효한지도 일주일이 지나가서 드디어 내일, 결판을 볼 나의 1종 보통 면허 취득이 이제 나에게 재미있는 운전과 모든 승용차를 운전할 수 있게끔 하는 기적을 주길 바란다. 하지만 손쉽게 합격점으로 다 들어와서는 시동 중 재시동을 걸어서 떨어진 네번째 시기가 나는 너무 아까운 것이다. 그러면 이제 A코스가 걸리기만을 기대하면 되겠지. 아마도 운전면허시험 전산은 이미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을 우선으로 치는 모양이라 항상 내가 먼저 탔으니 내일도 그럴테다. 시중의 자동차는 거진 오토다. 하지만 내가 수동변속기를 쓰려고 이렇게 버둥거리는 것은 매뉴얼의 매력에 빠져서 그런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수동은 익숙해지려면 상당히 번거롭고..
마치 꿈 속처럼 귀여운, 마치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장소에 은발회안을 가진 마치 왕자님같이 귀여운 심약한 인형이 하나. 자신이 자동인형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채로 자기 혼자만 아름다운 곳에 있는 것 같다고 오늘도 숲 속 물가에서 자기를 실컷 싫어해. 그러다가 그 아이는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누군가의 소중한 자동인형으로 사랑받는 귀엽고 애틋한 꿈. 감정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상냥한 주인님의 시중을 들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생각하지. 그리고 또 다른 꿈. 현실 속, 모두가 그저 지나가는 번화가에서 그저 멀뚱히 서있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상처입는 꿈. 너무 많이 부딪히고 넘어져서 기계장치가 드러나 보일 정도가 되어도 혼자 일어나야 하는 일개 기계인형이 되어버린 꿈. 그리고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
돌아버립니다. 응암을 지나왔는데 응암.이제 나는 봉화산으로 향합니다. 적어도 돌아나가지는 않는 처음의 끝으로.
귀엽고 수줍은 은빛 머리카락에 회색 눈동자를 가진 인형 남자아이. 녹는 표정으로 걱정 마라고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데 나는 그 아이가 뭐라고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서 제발 나를 아프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죠. 그러자 나를 와락 껴안는 그 아이는 모든 것이 잘 될테니 고민은 마라고 진심으로 바라주지요. 하지만 이 아이는 인형이고 내가 아니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하얀 아이는 나는 당신이라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 미쳤다고 얘기하죠. 그러면 말 없이 눈을 살포시 감고 눈물을 흘리죠. 그리고 나긋하게 '저는 당신이고, 당신은 저예요. 제발 부정하지 마세요'하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하지요.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나 마저도 나를 안고서 조용히 울고있는 이 하얀 인형소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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