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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시문

감지 않는다

두번의 봄 2019. 3. 21. 10:14
아무래도 아무것도 되지 않아.
다들 다른 곳을 보고 있고
얼마나 더 움직일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최대한 아주 멀리 나갔어요.
그리고 내 태엽이 다 풀렸어요.

태엽이 조금 감기고
이내 태엽이 다 되어 풀리는 동안,
멎어가는 나를 소중히 다루는 사람들.
그 때, 나는 깨달았어요.

두 번 다시 내 태엽은 감길 일도 없고
다시 내 태엽을 감아줄 사람도 없고
태엽을 감지 않은 채로,
그냥 그렇게 되어서 내 태엽은 망가지고

그저 움직이지 않아 얌전하고 꿈꾸는 듯한
아주 정교하고 귀여운 인형이 되어 버린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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