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속에서 향로를 들고 가만히 서있는 정장 차림의 새하얀 남자아이를 본다면 그냥 지나쳐 가주세요. 그러면 분명 걔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몽환을 좋아하나요? 꿈 속의 모습과 현실의 모습이 다른 어느 남자 얘기 안 좋아하겠죠? 그리고 다들 그렇게 꿈 속에서 귀여운 것보다 현실에서 잘생긴 것을 바라겠죠. 어차피 다 부질없는 것들인데도 말이에요. 그렇게 또 빗속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신기하게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아요.매일매일 차분하고 상쾌한 박하와 라벤더향 같은 일상이었으면 좋겠지만 목탄 태우는 냄새가 나요. 불을 붙이면 타오를까요? 저는 문득 목탄가스 화통을 끄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안에 있는 나무가 다 타오를 때까지는 엔진을 켜둘게요.
마치 꿈 속처럼 귀여운, 마치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장소에 은발회안을 가진 마치 왕자님같이 귀여운 심약한 인형이 하나. 자신이 자동인형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채로 자기 혼자만 아름다운 곳에 있는 것 같다고 오늘도 숲 속 물가에서 자기를 실컷 싫어해. 그러다가 그 아이는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누군가의 소중한 자동인형으로 사랑받는 귀엽고 애틋한 꿈. 감정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상냥한 주인님의 시중을 들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생각하지. 그리고 또 다른 꿈. 현실 속, 모두가 그저 지나가는 번화가에서 그저 멀뚱히 서있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상처입는 꿈. 너무 많이 부딪히고 넘어져서 기계장치가 드러나 보일 정도가 되어도 혼자 일어나야 하는 일개 기계인형이 되어버린 꿈. 그리고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
귀엽고 수줍은 은빛 머리카락에 회색 눈동자를 가진 인형 남자아이. 녹는 표정으로 걱정 마라고 나에게 위로를 건네는데 나는 그 아이가 뭐라고 하는지 알고 싶지도 않아서 제발 나를 아프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죠. 그러자 나를 와락 껴안는 그 아이는 모든 것이 잘 될테니 고민은 마라고 진심으로 바라주지요. 하지만 이 아이는 인형이고 내가 아니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하얀 아이는 나는 당신이라서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아이에게 미쳤다고 얘기하죠. 그러면 말 없이 눈을 살포시 감고 눈물을 흘리죠. 그리고 나긋하게 '저는 당신이고, 당신은 저예요. 제발 부정하지 마세요'하고 속삭이는 목소리로 얘기하지요.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나 마저도 나를 안고서 조용히 울고있는 이 하얀 인형소년이 ..
일단은 너무 촉촉하고 포근한 느낌에 가만히 잠들어버리면 나는 자동인형. 그러니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고 일단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요. 귀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귀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죠. 실망이 크면 이토록 전부 미워지던가요. 깊은 숲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물방울 소리가 아름다워서 그만 멎어버릴 것 같았고 그저 토끼가 폭신폭신. 귀여운 토끼가 하나 둘 늘어나서 그만 나를 덮어버리면 따뜻해. 토끼들이 다 떠나고 덩굴이 나를 감고 올라가요. 조이지 않고 부드럽게 타고 올라서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동인형을 감싸죠. 참 아름다워요.
안녕? 오늘도 나를 찾아와 주었지요. 그렇게 깨질 것 같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씨로 우울한 행복을 담아서 하루를 살면 세상은 조금이나마 반짝여요. 하지만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섬세함과 여린 마음씨가 그대로 드러나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모두 나를 병들었다고 하면서 귀찮아하고 나를 내칠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여기 박하차와 바삭바삭한 과자를 준비했어요. 박하차가 싫다면 커피를 드릴게요. 그러나 혼자만의 티타임. 너무 외로워서 숲으로 들어가면 달콤한 향기를 지닌 종 모양을 한 하얗고 귀여운 꽃무리가 나를 영원한 꿈 속으로 데려다 주겠죠. 안녕.
…오랜만이에요. 이제 밀물이 들어와요. 누에섬에 들어와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가라는 사이렌. 서둘러 나가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어요. 탄도항 쪽으로 가면 나는 싫어요. 왜냐하면 여기 그대로 몇 시간이고 있고 싶어요. 사람은 두렵고 도로는 좁아요. 화성 쪽으로 나가면 오히려 더 무서워요. 이제 그만 나를 붙잡고 쥐어흔들래요? 참 귀찮군요. 이제 다시 썰물이 되어서 나는 탄도항 쪽으로. 모두 떠나버린 이 조그마한 어항에는 아무도 없이 그저 작전 해안이라는 것으로 군인들에게 총 안 맞게만 숨어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지요. 자동차 시동을 켜고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바닷둑을 건너가겠죠.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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