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한 가운데, 모두들 좋아하는 카페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서 스쿠터를 타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어느 오후가 다 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계속 나를 쫓아오길래 그냥 집으로 들인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아주 근사한 하루. 그렇게 에어컨이 평소에는 필요없을 정도로 서늘한 하유섬의 여름날을 만끽하며 오늘 하루를 닫아보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왠지 더위를 느껴서겠죠. 그렇게 또 하루는 지나가고 뭔가를 오늘도 해내지 못했다는 상념에 빠져서 그저 집 앞에 세워둔 스쿠터나 닦는 거였죠. 이러다가 잠들겠지 했지만 잠은 오히려 고양이가 먼저 들었고 나는 뜬 눈으로 오늘 마트에서 사온 것들이나 멀뚱히 보고 있을 뿐이었지요. 그렇게 피곤하게 일어나서 고양이가 한심하게 식빵을 구우며 나를 보고 있는 그 가운데 기..
세뇌물의 유형으로 인형화라는 것이 있다고 하네. 희생자가 말 그대로 인형처럼 돼서 말하는 대로 행동하고, 생각도 그만두고, 먹지도 않게 되고, 잠도 안 자고 작품에 따라서는 창고에 처박혀 천장에 매달려 자기를 몇 년간 지속하기도 한다는데 정말 조금만 수틀리면 실제로 나타날 것 같아 무서워. 우울한 기쁨은 저의 기본적인 감정으로 설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쓸데없이 상대의 기분을 살핀다거나 혹은 줄곧 우울한 행복함이나 차분한 우울을 즐기기도 해요. 그게 오히려 진짜 제 모습에 가깝고 그렇게 있는 것이 편하기도 하거든요. 제가 하는 말에 별로 큰 이유를 두지 마세요. 제가 하는 말은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것을 잘 파악하지 못해서 그저 도우미 로봇이 자기에게 입력된 정보를 그대로 출력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원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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