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대충 만남은 일단락 되나 했는데 아니었다. 아직도 구직활동은 구질구질하게 계속 해야 하고 그런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표리부동한 철면피였다. 그나저나 왠지 집에 눌러붙은 푸른 요정은 아무것고 자기는 모르겠고 이불은 폭신폭신 하면서 잘 쉬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걔를 따라 게을러져서 구직활동은 그만 두었다. 취직 못하고 구직활동도 못하면 나라에서 나오는 취업장려금도 끊기겠지만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그러던 중에 마을사무소에서 부르기에 좀 불려나가니 마을을 개발하는 건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왠지 노면전차 뜯고 지하철 짓자는 얘기가 나오고 그런다. 그런 자리에 참관으로 있던 동백통 사람들이 그럴 바에는 내각을 설득해서 교통이 불편한 동백통으로 노면전차를 연장하는 편이 낫지 않냐고 말했..
세계 표준시보다 열한 시간이 빠른 시계는 똑닥거렸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누군가는 하유섬 한 가운데를 걸어다녔다. 전철 타고 쭉 가니 어느샌가 여기에 닿았고 여기서 해안가에서 근처의 집으로 걸어간다 한들, 나라한테 빌린 집. 살고 있는 동네가 바닷가랑 가까워서 언제나 막힐 때마다 바닷가로 가는 멍청한 니트는 남서구 한귀퉁이에 있는, 나라에서 빌려준 집에 살고 있다. 진짜로 나라가 조그마해서 주택을 배급한다고. 그런 입장에서 외람되지만 빨리 일을 해야하는 나의 처지는 한심하다 못해서 짜증난다. 이런 일상이 끝나기를 바라며 '적어도 사랑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매일매일 바라는 바보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오늘, 내가 타려던 게 몇 시에 온댔었나 하고 좀 더 일찍 일을 잡으러 나갔다면 탈 수 있었을..
이야기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그저 바다로 가서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 잘 안 되면 다시 하려고도 했는데 역시 실제적이지 못한 내 자신이 화가 되어 그 모든 것을 불사르고 폐허로 만들고 어쨌든 차분한 내 자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과분한 것들 많이 알아야 하는 쓸모없는 것들 나를 괴롭히는데 결국에는 과묵하고 유약한 인형인걸까 떠올리면 그게 정답인데 아닌 모순. 모순이라는 어떤 싹과 마을을 벗어나는 버스. 그리고 알력다툼. 또한 상자 속에 갇혀 부정당하는 마음씨 여린 인형. 아무리 상자에서 꺼내줘도 나에게 우울한 미소만 줄 뿐이야. 그 아이는 우울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미안하다 하는데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면 언제부터인가 내 목에 낫이. 우울한 미소를 띈 유약한 인형이 나를 죽이려 해. 다시 한 번 보..
"이제 노을도 지려 해 하늘을 날아서 날개를 펼칠 시간. 홀로 쓸쓸히 잠든 사람들 가만가만히 쓰다듬어 줄 시간. 항상 언제나 이렇게 눈을 감은 그대만 볼 수 있을 뿐이지. 지금껏 그대, 나를 본 적 없어도 여지껏 그랬듯이 우리, 만나고 있어. 오래오래 바라보다 그대 뒤척일 때면 나는 노래를 부르지 다시 잠들 수 있을거야, 은빛 날개를 펴고서 환한 달빛을 가리고 있어. 정말 단꿈을 꾸고 있나 봐! 왠지 나를 보듯이 웃고 있는 것 같은 그대 하지만, 다시 해가 떠오를 때면 안녕, 나는 가야만 해. 내일 또 만날 수 있게" 여기까지 루시드 폴이 부른 "천사의 노래"라는 노래의 가사이다. 누군가를 위해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고마움을 몰라도 그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쓰러운 일이다. 하지만 누..
고민이 많으니까요.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별은 반짝이고 참 아름다운데 아무래도 나는 저 별 만큼이나 아름답지 않아요. 그저 나는 한없이 가라앉아서 예쁘게 죽어버린다면 좋을텐데요. 하지만 그것도 잘 안 되니 정말 슬프네요. 오늘도 여전히 제 가슴 속 무브먼트는 째각여요. 하지만 왜 째각이는지 이유도 잃어버린 채,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 장치가 너무 싫어서 빼버리려고 해도 그 뿐. 바다가 멋지고 여우는 폭신해요. 눈물을 흘리면서 보면 바다는 더욱 멋져서 나를 멎게 해달라고 나는 바다에 소리쳐요. 중얼거리지 못해 글을 쓰는데 중얼거리는 속도보다 타자를 치는 속도가 느리니 어쩌면 좋을까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저 죽고 싶어. 말로 쓰는 글도 별로 정확하지도 않고 인생은 힘들고 여러모로 이..
정말 언제나 봄가을 날씨만 계속되는 섬에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죠. 아름다워요. 그런 가운데에서 숲 속에 핀 꽃과 작은 새의 울음소리, 토끼의 보드라움, 여우의 폭신함이 참 깨질 듯이 귀여웠어요. 이 섬이 정원으로 계속 있을 수 있고 온실 속의 인형 친구들과 계속 티 타임을 할 수 있는 것도 다 나의 마법. 풀어버리면 사라지는 덧없는 것들. 모든 마법이 우울한 행복함과 슬픈 차분함 위에 있어서 모두에게 귀여움을 받고 응석을 받아주는 상냥한 사람에게 소원을 묻는 것으로 당신을 믿는다는 표시를 하면 그저 피식 웃고는 머리 만져주며 머릿결이 꼭 비단같아 말하고 좋은 꿈을 꾸라며 나를 잠들게 하고 사라져서는 참 귀여운 인형소년이었어 말하는 여러분이 싫어요. 그래서 나는 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쫓아내고 나만 살..
저기요,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나를 잡아 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 저의를 알고 싶어요. 그저 정원으로 꾸며진 서늘한 섬에서 그저 예쁘게 꾸며진 온실 속 인형에게 사람이 되라고 강요하는 것은 당최 무슨 의미이죠. 물론 아닐 수도 있어요. 저는 긴 꿈을 꾸고 최근에 일어났지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지요. 나는 사람이 아닌 인형이려나요. 인형에게 왜 사람이 되라고 하는건가요. 그렇게 무언가가 부족한가요. 아니면 내가 망가지기를 바라는건가요. 창 밖에 비가 내리는지도 모르겠어요. 화사한 꽃이 피어도 모르겠어요. 마음만 푸른 빛으로 물들어 파랗게 빛나요. …자, 소원이 무엇인가요. …들어드릴게요. 이제 나를 그만 놓아주도록 해요.
그렇게 예쁘게 꾸며져서는 나는 온실에 있는 의자에 놓여져서 온실에 들어오는 모두에게 귀여움 받았어요. 스스로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기껏 귀여운 자세를 잡아놨는데 누가 움직였다고 저를 꾸며준 누군가가 화를 낼까봐 가만히 있죠.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이 난다고 말해요. 누군가 나에게서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난다고 말해요. 당연하지요. 제 안은 라벤더 꽃을 말린 것과 민트 잎을 말린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까요. 언제나 향이 옅어지는 일이 없이 라벤더와 민트 향기가 나지요. 그래요. 향기는 있지만 저는 살아있지 않고 저에게 마음은 없어요. 온실은 항상 반짝여요. 아름답고 순진해서 그냥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면 약간 서늘하고 따뜻해요. 어차피 온실 속 인형이라 가만히 있기 힘들면 가끔씩 온실을 돌보고 온..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가요. 마음은 녹아내려서 칭얼거리고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가운데에서 마치 뜨거운 철판 위에서 사르르 녹는 버터 한 조각과 같이 마음이 녹아내려요. 하지만 덧없는 기분이 점점 늘어나는 지금, 무브먼트가 내 가슴 속에서 째각이는 소리도 너무 무섭고 힘들어서 차라리 무브먼트가 멎어버려서 내가 그저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라지만 녹아내린 마음도 나쁘지 않아요. 내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다면 나를 쓰다듬어 주고 어루만져 줄 건가요? 내가 만일 인형같이 귀여웠다면 모두에게 사랑받다가 박제인형이 되었을 지도 몰라요. 내가 사랑스럽나요? 그러면 나를 다룰 때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인형을 대하듯이 귀여운 옷을 입혀주고 귀엽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줘요. 하지만 세상은, 실제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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