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늘한 여름과 하얀 겨울 날씨가 전형적이라 히터는 필요하지만 에어컨은 필요 없는, 철도와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자동차 없이도 살 만하지만 자동차는 있어야 하는 1,210.5 제곱킬로미터의 작고 이상한 섬나라. 내가 사람들을 통솔하고 데리고 다녀야 하는 나라다. 사람들은 하유국에서 추방될 수도 있는 룰을 들은체 만체하고 여울오름 물에 동전을 던지다 걸려서 추방당하거나 상록숲의 나무를 함부로 꺾어서 벌금을 물거나 상냥한 가이드가 사실은 자동인형이라는 사실에 놀라서 기절하거나 혹은 함부로 대하다가 경찰에 잡혀가는 등 아주 난장판이다. 그래서 오늘부로 사표를 냈다. 외국인 문제 때문이냐고 하면 고개 끄덕일 수밖에. 사표는 수리됐다며 수고했다고 나가보란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도시의 풍경을 본다. 여느 곳이..
여기 꽤 괜찮다. 그렇게 몇 년을 살 정도면 어느 나라보다도 교통수단은 엄청 좋다 못해 과다공급 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여긴 정말 대단하다. 버스도 철도도 트램도 대단하고 자가용을 갖고 다니는 것도 다른 나라들보다 쾌적하다. 다만 자가용 유지비가 비싼 편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오늘도 내 차에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로 나간다. 내가 살고 있는 남서구는 전철을 타는 선택지가 탁월하지만 트램이 의외로 적절하게 움직여줘서 오히려 사고율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지하로 묻어달라는 민원도 많이 들어오지만 마을사무소와 구청이 씹어줘서 다행이야. 트램 노선을 중심으로 버스가 뻗어나간다.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나들목을 올라가 경계선 녹지를 지난다. 그렇게 중앙으로 들어서면 일단 나의 목적지이자 일터인 자동차 매장..
문득 잠에서 깼다. 왜건의 트렁크를 열고 뒷좌석을 다 젖힌 뒤에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아늑한 잠자리에서 일어나 상록숲 안 쪽의 호수에서 눈을 뜬다. 너무 늦게 잤나, 뻐근하다. 뒷좌석에 만들어놓은 잠자리를 치우고 식사를 하러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사실 이 자동차, 하유국에서 디젤을 못 태우게 해서 기름 다 빼고 들여와서 정비만 했는데 얼마 전에 블루크루드인가 뭔가가 풀려서 정말 한가로이 캠핑을 즐기고 있던 중이었다. 여기, 상록구는 온통 숲이다. 북서쪽으로 달려 경계선녹지가 나오고 북서구 표지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래도 행정구역 하나를 이렇게 숲으로 나두고 가장 키 큰 나무보다 높은 건물을 못 짓게 하는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지만 자동차는 석유를 태운다며 시동 거는 순간부터 추방이라길래 오늘같..
마음은 무너져요. 그냥 그렇게 무너져서는 아무 것도 그 무엇도 아닌게 되어버려요. 겨우 무언가가 된다고 해도 그게 끝. 저는 그렇게 아무 것에도 기대를 가지지 않게 되었답니다. 쓰레기 청소. 그게 해야 할 일이면 해야죠. 하지만 주변에 뵈는 것은 쓰레기들. 청소를 하다보면 쓰레기들이 저보다 위에 있기도 하고 이상하게도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는 저를 만만하게 보고 같이 쓰레기 하자고 조르죠. 같이 쓰레기 하자는 쓰레기에게 저는 곤란한 표정으로 빗자루를 휘둘러요. 그래도 쓰레기가 죽진 않아요. 신기하죠? 아무래도 저는 오랫동안 잠들어 버리는 편이 모두에게 도와주는 것이지만 그것도 이루기가 힘드네요. 쓰레기 본연의 세상에서 쓰레기들과 섞여서 같이 버려져야 하는 것이 세상이라면 차라리 세상에서 지워지는 것이 저..
하유국 외무부는 최근, 외신들이 '하유는 평행세계의 싱가포르'라고 표현한 데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한다. 하유국 정부는 개국 초기에 일본, 한국, 북조선, 대만, 중국 등과 수교하며 '첫 수교의 빌딩'에 그들의 대사관 및 대표부를 마련하고 한국, 일본과는 '하일한 상호 동반자 협정'을 체결, 상호 3개국 간의 여행사증 면제와 무역과 교류 편의를 도모함으로서 그 이듬해에는 국제연합에도 가입하는 등,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외교행보를 보여왔다. 허나, 하유국 국체를 3권분립도 애매하며 아직도 검열이 만연하고 파업과 시위도 단 하나의 장소에서 엄격한 통제 아래에서만 가능하고 노조는 불법인 싱가포르에 빗대는 일부 외신의 행태에 대해 하유국은 그저 와신상담하며 굴복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게 되었다. 하유는 상냥함..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