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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늘한 여름과 하얀 겨울 날씨가 전형적이라 히터는 필요하지만 에어컨은 필요 없는, 철도와 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어 자동차 없이도 살 만하지만 자동차는 있어야 하는 1,210.5 제곱킬로미터의 작고 이상한 섬나라. 내가 사람들을 통솔하고 데리고 다녀야 하는 나라다.
사람들은 하유국에서 추방될 수도 있는 룰을 들은체 만체하고 여울오름 물에 동전을 던지다 걸려서 추방당하거나 상록숲의 나무를 함부로 꺾어서 벌금을 물거나 상냥한 가이드가 사실은 자동인형이라는 사실에 놀라서 기절하거나 혹은 함부로 대하다가 경찰에 잡혀가는 등 아주 난장판이다. 그래서 오늘부로 사표를 냈다. 외국인 문제 때문이냐고 하면 고개 끄덕일 수밖에. 사표는 수리됐다며 수고했다고 나가보란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도시의 풍경을 본다. 여느 곳이랑 같다. 하지만 여기는 여튼 자기 나름대로의 법칙이 엄격하다. 그런 상황을 모르는 녀석들이 여기와서 사고를 치고 추방당하고 그러고 '평행세계의 싱가포르'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데 여기가 선거로 총리를 뽑아도 거의 결과가 묵살되며 정치인 일가가 나라의 모든 경제를 좌지우지 하며 시위를 한 곳에서만 하게 해서 자유를 제한하고 노조를 만들 수 없는 곳으로 보인다면 눈이 삐었다고 밖에는 못한다.
충전소에 차를 세운다. 휘발유를 골라 자동차에 주유한다. 사실, 이거 문제도 반대가 심했고 결국 하유섬에 미세먼지가 둥둥 떠다닐 거라는 논평까지 나왔다는 것은 모르겠지. 아직까지도 블루크루드 공장에서 생산을 멈추라고 시위하는 녀석들을 아마도 외국에서 본다면 중동에서 기름을 사오지 않는 에코파시스트들이 더 깨끗하게 살려고 깔끔떤다 그러겠지. 그리고 블루크루드 도입 이전에는 전기와 수소만 썼다고 하면 블루크루드 도입도 호혜냐 하겠지만 외부에서 휘발유와 디젤을 개방하지 않으면 제재하겠다고 한 배경도 있었다. 그런 놈들이랑 뭘 하려고 하냐고 쇄국해라 하는 외신의 보도도 뭣스럽다 느낄 즈음에 노즐에서 탁하는 소리가 들린다. 카드로 기름값을 내고 다시 시동 걸고 갈 길을 간다.
아름다운 정원국가에 소심하고 우울한 국민성을 가진 상냥한 나라라고 홍보는 하나 몇몇 사람들은 하유 사람들이 남자는 집사, 여자는 메이드라고 놀리는데 못 이겨 관광객을 린치하고 서로 사이좋게 추방 혹은 해외수감이 되는데 그걸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하유에 살 수 있다고 해도 몇몇은 못 알아듣는다. 그들이 보는 하유는 하나의 행정구역이 숲으로 남아 특이하고 원예산업이 발달해 동네 어디에서나 정원과 농사판이 보이는 특이한 도시국가에 불과하니 술 마시고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여자애들을 겁주고 인형을 놀리고 남자들이 주먹을 잘 쓰지 않는다며 떡이 되도록 패는데 경찰마저 제일 마지막 수단으로 호신술 밖에 쓰지 않는다며 얕잡아보기도 한다. 참나, 여기 사람들이 굉장히 착해서 망정이지 그런 일을 당하고 추방당하면 복수하겠다고 하며 하유국 대사관에서 난동을 부린다네. 하지만 모든 하유 사람들이 착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착하다는 것은 상대적이라서 남에게 착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는 못돼먹었고 멍청한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 경비가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묻는다. 그게 말이죠, 외국 관광객 문제입니다만…. 같이 차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한 10분.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기초가 되는 곳이 어디있냐 하면 나는 하유국 여권을 보여주곤 한다. 경비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일이 어찌 생기는 것인지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고 공감하며 헤어지다 보면 이 나라에 오는 관광객의 문제는 하나로 모여진다. 그것은 바로 '남을 생각하지 않는 버릇'이 있고 그것을 전염시킨다는 점이다. 배타주의가 없고 블루크루드에도 미세먼지 걱정을 하며 외국 관광객이 상냥하지 못하다고 다 떠나간 뒤에 오열하며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노점상 주인도 있을 만큼이나 엄청 소심한 사람들이 사는 곳을 못 버티는 부류가 엄청 많다면 분명 세상은 병든 것이 분명하다.
병들었던 뭐던 사람을 극한까지 몰아서 울릴 이유는 없는 것이고 같잖은 우려 때문에 휘발유와 경유를 금지했다가 블루크루드 공정 도입 후에 겨우 해금한 것도 여기 사정이고 사람들이 겁이 많고 소심한 것도 여기 사정이다. 여기 국민성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여기를 떠받히고 있다. 그렇게 상냥한 사람들 울리고 괴롭힐 양이면 여기의 아름다움에 홀려서 맞아죽어도 여기서 죽어야 겠다 싶지 않으면 오지 말기를 바란다. 또한 하유국의 각국 대사관은 비자 단축 문의와 본국의 의사를 불러달라고 하는 사람들로 미어찼는데 그런 바보들 행렬에 끼어들지 않는 편이 당신에게도 좋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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