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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꽤 괜찮다. 그렇게 몇 년을 살 정도면 어느 나라보다도 교통수단은 엄청 좋다 못해 과다공급 되고 있다는 뜻이지만 여긴 정말 대단하다. 버스도 철도도 트램도 대단하고 자가용을 갖고 다니는 것도 다른 나라들보다 쾌적하다. 다만 자가용 유지비가 비싼 편임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오늘도 내 차에 시동을 걸고 고속도로로 나간다. 내가 살고 있는 남서구는 전철을 타는 선택지가 탁월하지만 트램이 의외로 적절하게 움직여줘서 오히려 사고율이 적다는 특징이 있다. 지하로 묻어달라는 민원도 많이 들어오지만 마을사무소와 구청이 씹어줘서 다행이야.

트램 노선을 중심으로 버스가 뻗어나간다.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나들목을 올라가 경계선 녹지를 지난다. 그렇게 중앙으로 들어서면 일단 나의 목적지이자 일터인 자동차 매장이 나온다. 매장 안에서 일단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자동차가 필요한 누군가를 기다린다. 하유 사람들은 자동차에 관심도 많고 어린 애들을 빼면 다 운전면허 한두 종류 씩을 다 갖고 있으며 옛날 자동차 정비지침서 그대로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조그만 공방도 있을 정도지만 그게 전부다. 섬이 작고 대중교통이 잘 되어있으니 뭐하러 차를 가지고 다니느냐 하는 것이지. 하지만 하유에서도 전철이나 트램은 커녕 버스도 다니지 않는 동네가 꽤 되니까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는 있기 마련.

한 대도 못 팔고 퇴근하는 지금, 하유의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교통망에 흠집을 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서 자동차를 팔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와 그래서 하유에서 자동차를 산다고 하면 병행수입 혹은 개인적인 직구와 공구가 유리하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다. 그런데 그래도 어느 날은 한 대라도 팔아서 기분이 좋은 날도 있고 내가 타고 있는 르노 4라도 팔아서 집의 대여금을 내야하나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하유국이 참 답답해서 얼마 전까지는 휘발유와 디젤이 금지였다가 블루크루드 도입 이후에야 금지를 풀었다만 그래도 기름을 넣는 차를 타면 매국노 취급한다는 이상한 나라다. 그 전에도 수소와 전기를 자동차 연료로 썼다고는 하는데 왠지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나. 그렇다고 해도 블루크루드 한정으로 모든 내연기관 사용이 풀려버렸으니 그 때, 전기차는 힘이 딸린다며 내연기관차를 사간 손님을 잊을 수가 없다. 여태 내가 팔아치운 한 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버스와 철궤도를 경멸하지 않는다. 버스와 철궤도로 출근하면 늦어서 불가피하게 공방제 르노 4를 타고 움직이게 되는 것만 빼면 나는 대중교통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운전하지 않는 편안함과 연료값에 신경 꺼도 된다는 것, 버스는 가위표에 트램은 세모표지만 교통체증이 없는가에도 동그라미를 칠 수도 있고 풍경을 보며 잠들 수도 있다. 어쩔 때는 택시 요금이 자가용 연료값보다 저렴해서 기분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출근은 항상 르노 4와 함께하는데 늦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하유국의 대중교통은 시간을 칼 같이 지킨다. 하지만 내가 일하는 대리점은 하필 버스와 전철에서 미묘하게 빗겨나서 자동차 없이는 접근이 불가능해서 이런 꼴이 되어버린 것이니까 이 놈의 직장을 그만 두던지 해야….

외져서 그런지, 아니면 자동차로 5분 거리에 바로 중앙구와 남서구의 경계선 녹지가 있어서 그런지 여기에서는 도저히 수익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을 거라고 점장에게 말했지만 맞을 뻔했다. 자동차를 몰고 자동차를 사러 올 거라나. 개소리인데 맞다고 해줘야 하나, 어차피 살 놈은 산다는 소리겠지만 여기 오는 손님들은 어쩌다가 얻어걸려서 자동차를 계약하는 느낌이다.

얻어걸린 사람이 어디 없나 싶으면 여기는 자동차도 안 다니고 버스 정류장과도 거리가 있다. 그런데도 여기에서 자동차를 파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점장은 어깨를 으쓱인다. 자동차 매장이면 부지가 넓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유로 본사랑 나라랑 짜고서 여기로 보냈는데 별 수가 있겠냐 한다. 심지어 블루크루드 풀리면서 새 차를 사느니 공방제 자동차나 중고차를 사는데 새 차가 팔릴 이유가 없다고 하며 한숨을 쉬는 점장의 말은 절반만 이해가 간다. 그러면 지점을 옮기자고 건의할 수 있지 않나 했더니 일이나 해라 하는 소리나 들었다.

결론은 하유에서 자동차를 끌면 바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