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폰 자체가 끊기지는 않았으니 주택공사 전화번호 찾아서 전화를 건다. 나 좀 살려달라고, 직원이 와서 대문을 쇄정하고 가버렸는데 나가지 못하면 집세를 벌기 위해서 일 찾으러 나가지도 못한다고 연락을 취하기는 했다. 또한 푸른 요정은 바깥에서 쇄정장치를 풀어주려고 하다가 눈에 생기가 나간 채로 그저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대문 쪽에 난 작은 창문을 두드려 푸른 요정을 불렀다. 그리고 자기를 '루미'라고 불러달라고 힘 없이 얘기한다. 근데 있잖아, 요정이 자기 이름 가르쳐 주면 마력이 반토막 나지 않아? 그런 질문에 대답은 아깝다고 하는 푸른 요정 루미였다. 에스페란토로는 '빛나다'라는 뜻이고 핀란드어로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라는 뜻인데 이름 귀엽다고 하니 지금도 현실도피하냐며 굶어죽으..
진짜로 경사라서… …이렇게 걸어갔다. 초지동 아파트 단지의 집에서 반월공단 한가운데의 원시역까지 가는데 시간을 거슬러 우가우가 우가 차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러하다. 우가우가 우가 차, "원시"시대…. 농담은 이쯤 하고 나는 정말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바로타라니! 요즘은 바로타가 유행인가 싶었다. 찍고 바로 탄대서 '바로타'인데 원시역이 그러했다. 기타 원시역의 다른 사진…인데 열차정보 전광판의 상태가… 원시…? 정말 언제적 LED 표시인지, 오늘 개통한 노선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설비인 것이다! 열차는 그냥 평범한 코레일 사양의 열차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이 노선은 민자라 출입문의 코레일 로고 상감이 없다는 정도다. 여기는 시흥시청역 전후로 나타나는 깡촌(…)이다. 꼴에 경기도 시흥시 연성..
푸른 요정은 오늘도 우울해한다. 창가에 비치는 바다가 너무 예뻐. 바다는 푸르고 아름다워 하다가 나를 바라보고는 서로를 인형이라고 생각하고서 몸짓을 지어주고 서로 귀여운 옷도 입혀주며 놀면 좋을까 하길래 인형을 다루듯이 그 아이를 움직여 나름대로 귀여운 포즈를 잡아주고 볼을 주물거렸더니 싫은 소리를 내며 저리 가라고 하는 푸른 요정의 칭얼거림을 들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지 생각을 하면서 그저 무료하게, 푸른 요정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그러다가 갸웃거리며 나를 보길래 쓰다듬어 주었고 눈을 살포시 감으며 미소짓는 귀여운 모습을 봤는데 왠지 덧없었다. 그런 놀이에 어울려주는 것보다는 일단 바깥에 나가보는 것이 낫겠지. 옷자락을 잡으며 싫은 표정 짓는 푸른 요정을 뿌리치고 바깥으로 나왔나..
사실은 김포 1002번과 60번에 다니는 세문박이를 찍으려고 했는데 한 번 가니 안 와서 빡쳤다고. 그리하여서 그냥 평범한 김포 60번을 한 번 내렸다 탔다하면서 검단사거리역까지 타고 와서 가정역으로 향했다. 루원시티…. 여튼 그 바이모달트램인가 뭔가하는 녀석을 아주 잡고 싶어서 기다렸다. 세문박이처럼 아주 안 올 줄 알았는데… ? ?? ??? 그러타. 세문박이보다 더 신사였던 거시다. 그리하여 별로 안 기다리고 바이모달트램에 올랐다. 바이모달트램이 달리는 모양새가 궁금하면 클릭하거라. 승차감이 아주 좋았다. 그나저나 엔진은 있는 것 같던데 전기버스 느낌이 약 30% 정도 나기도 하고? 그렇게 시작인 가정역에서 끝인 청라국제도시역까지 타고 갔다는 말씀. 그리고 이 녀석, 아직 자율주행은 못 한다. 왜냐하..
아아 오늘도 일자리는 못 찾았다. 이렇게 돌아다녀도 내 일은 어디에도 없음을 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사는 마을로 돌아간다. 차창 밖으로 보는 하유의 풍경은 사랑스럽구나. 하지만 나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다니. 그렇게 겨우 일자리를 찾으러 달려온, 갈아타는 여기에서 나는 그냥 걸음을 멈췄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가 아직 오지 않았고 그저 벚꽃과 매화와 살구꽃이 함께 피는 서늘한 봄날이지만 엘리뇨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것들,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빵빵 소리를 내며 도착한 버스에 올라 집에 도착해도 그저 나라에게 빌린 이 집도 언젠가는 뺏기겠지 싶어서 심란해지는 하루하루에 정신이 나가도 좋지 않을까 하며 그저 시름시름 앓는 모습으로 바깥에 나간 느낌..
아무래도 이러저런 일들로 끌려다니는 그런 느낌도 많아서 짜증나는 하루하루가 계속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전철로 남서중앙으로 가서 영점 카페로 들어가면… 금배지 단 양복 두 명에게 질질 짜는 지수가 있었다. 자꾸 추근대지 말고 어서 탈세했다 불으셔라고 하는 양복들은 세무서 직원인 모양이었다. 아무리 짜보고 이 가게를 뒤집어도 밀린 세금은 낼 수 없어라고 머리 싸매고 울고 있는 그 광경을 보다 못해 문을 닫는다. 어차피 문을 조금만 열고 구경하는 꼴이란. 그리고 전철 기다릴 즈음에 근처 영점 카페의 문이 열리더니 그 양복 둘이서 지수를 끌고 간다. 탈세 혐의로 세무서에 구금되는걸까 하고 순간 생각했다. 그리고 가게 정문에는 '탈세자 동결자산'이라고 붙여져 버렸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약간 놀라서..
그냥 그렇게 일이 다 진행되어 가는 봄날이었다. 그런 한 편으로는 내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로 전철을 타고 의미 없이 아무 곳이나 쏘다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일하게 된 '영점'이라는 카페는 남서구 중심지에 있었지만 왜 개점휴업 같은 꼴인건지 모르겠고 '왜 홍보 안 해요'라고 지수에게 물으면 그저 고개를 젓는다. 그냥 가게를 붙잡고 있는 것도 힘들다며 언젠가 큰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한숨 쉬며 자리에 앉는다. 나도 한숨 쉬며 일하기 싫다는 뜻으로 고개 저으며 그저 에스프레소 기계 앞에 앉아있었다. 그러자 지수가 이쯤 하자며 일어나 돈봉투를 내게 건넨다. 월급이라니 순간 당황해서 얼었지만 가져가라니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 무슨 월급 지급이 이렇냐 하면서 짜증을 내는 것 보다는 가만히 있는 ..
그렇게 대충 만남은 일단락 되나 했는데 아니었다. 아직도 구직활동은 구질구질하게 계속 해야 하고 그런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표리부동한 철면피였다. 그나저나 왠지 집에 눌러붙은 푸른 요정은 아무것고 자기는 모르겠고 이불은 폭신폭신 하면서 잘 쉬니까 나도 자연스럽게 걔를 따라 게을러져서 구직활동은 그만 두었다. 취직 못하고 구직활동도 못하면 나라에서 나오는 취업장려금도 끊기겠지만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그러던 중에 마을사무소에서 부르기에 좀 불려나가니 마을을 개발하는 건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왠지 노면전차 뜯고 지하철 짓자는 얘기가 나오고 그런다. 그런 자리에 참관으로 있던 동백통 사람들이 그럴 바에는 내각을 설득해서 교통이 불편한 동백통으로 노면전차를 연장하는 편이 낫지 않냐고 말했..
세계 표준시보다 열한 시간이 빠른 시계는 똑닥거렸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누군가는 하유섬 한 가운데를 걸어다녔다. 전철 타고 쭉 가니 어느샌가 여기에 닿았고 여기서 해안가에서 근처의 집으로 걸어간다 한들, 나라한테 빌린 집. 살고 있는 동네가 바닷가랑 가까워서 언제나 막힐 때마다 바닷가로 가는 멍청한 니트는 남서구 한귀퉁이에 있는, 나라에서 빌려준 집에 살고 있다. 진짜로 나라가 조그마해서 주택을 배급한다고. 그런 입장에서 외람되지만 빨리 일을 해야하는 나의 처지는 한심하다 못해서 짜증난다. 이런 일상이 끝나기를 바라며 '적어도 사랑스러운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매일매일 바라는 바보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오늘, 내가 타려던 게 몇 시에 온댔었나 하고 좀 더 일찍 일을 잡으러 나갔다면 탈 수 있었을..
텅 빈 서울 6호선 화랑대역 열차 안팎으로 시작하겠다. 나 아주 빡쳤다. 그나저나 지난 화랑대 철도공원 관련 포스팅에 기본적인 것도 안 되어 있다고 했었는데… 오 호리 빡. 건널목 두 개하고 선로가 아직도 끊겨있고 선로에는 보도블록이나 판자가 아직도 꽉 물려있고 전차선도 없었다. 그보다도 나는 여기에 와 있다는 히로덴 906호를 보려고 온 것이니 보러갔다. 그런데 그 상태가 나를 갑자기 철싸대로 만들었다. 아니 시발. 히로시마에서는 이렇게 처참한 상태인 녀석은 없었는데 뭔 일이 있었던거냐. 그렇게 나는 이 몰골을 보자마자 "노원구청장 이 십원놈이!"를 육성으로 지르는 철싸대 짓을 하고야 말았다. 진짜 마일드 스틸에 조예도 없는 싱셰키가 저걸 그냥 캐노피나 그런 조치도 없이 눈을 맞혔다고? 그래도 가라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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