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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렇게 일이 다 진행되어 가는 봄날이었다. 그런 한 편으로는 내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은 채로 전철을 타고 의미 없이 아무 곳이나 쏘다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일하게 된 '영점'이라는 카페는 남서구 중심지에 있었지만 왜 개점휴업 같은 꼴인건지 모르겠고 '왜 홍보 안 해요'라고 지수에게 물으면 그저 고개를 젓는다. 그냥 가게를 붙잡고 있는 것도 힘들다며 언젠가 큰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한숨 쉬며 자리에 앉는다. 나도 한숨 쉬며 일하기 싫다는 뜻으로 고개 저으며 그저 에스프레소 기계 앞에 앉아있었다. 그러자 지수가 이쯤 하자며 일어나 돈봉투를 내게 건넨다. 월급이라니 순간 당황해서 얼었지만 가져가라니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
무슨 월급 지급이 이렇냐 하면서 짜증을 내는 것 보다는 가만히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지수는 카페 문 닫을거라며 나에게 나가라고 했고 내일 또 돈 받으러 오라고, 나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며 카페 문을 닫고 저 멀리 사라졌다. 한숨 나오는군. 기분이 망가진 채로 집에 가기 싫었던 나머지, 남서중앙에서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려 올라탄 전차 차창 너머로 시험정원에서 귤꽃이 피고 있는 봄날의 나른함을 즐긴다. 겨울이 오지게 추운 하유섬에 귤나무라니, 나라 자체가 식물 육종에 도가 터서 그렇겠지. 한산한 시험정원 한켠의 벤치에 앉아 주변 사람들을 쳐다본다.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통관 후 집에서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이 얼어죽을 곳에서 자라는 귤나무 묘목이나 차나무 묘목을 예약구매하는 외국인들, 그리고 집 산울타리에 심을 묘목을 사러 온 하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왠지 새하얀 소년…이라, 쟤 봄이 아냐?
봄이를 보고 알아차려주자 깜짝 놀란다. 놀라서 사레까지 들린 봄이는 안쓰럽게 켁켁거렸다. 괜히 미안하네. 같이 벤치에 앉아 봄이가 진정할 때까지 좀 어루만져…주면 되겠지? 아무래도 사람 모습을 한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너무 다루기 힘들다. 봄이는 진정하고나서 볼을 어루만지는 내 손을 잡고 따뜻하다며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왜 이러지 싶을 정도였다. 전차를 잘못 타서 종점까지 왔다고 하는 이 아이는 잠깐 여기에 있고 싶다면서 같이 있자고 내게 응석을 부린다만 지금 이 소년인형에게 '미안, 나는 지금 집에서 무료해 하는 푸른 요정인지 하는 니트를 참교육해주러 가야 한단다'하면 그 자리에서 내 옷자락을 잡고서 가지 말라고 울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결국 그 아이가 내 어깨에 기대서 폭신하다며 풋잠을 자고 살짝 깨어날 때까지 박하와 잉글리시라벤더가 심겨진 근방의 벤치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유약한 소년을 달래느라고 말이지.
하루가 갔다. 집 앞의 정류장에서 오늘 또 무슨 일이 생길까 한숨 쉬고 안도하고 그런다. 정상이 아니다. 그렇게 정신나간 채로 출근을 하면 한숨 쉬는 카페 주인과 그냥 일하는 시늉하다 돈 받아가는 종업원 딱 하나가 있을 뿐이라 여튼 이상하다고. 일이 끝나고서는 선로교체 때문에 움직이지 못히는 전차 대신 왔다갔다 하는 대체운송 버스를 타고 와서 엄청 힘든 척을 했다. 아니 힘들었다. 그 버스는 만차였고 그 때문에 끼어 왔거든. 단계적으로 전차와 전철의 구분을 없애겠다는 뉴스는 무료한 푸른 요정이 이미 보고 있었어. 당근 이 무료한 요정님은 그 뉴스도 그냥 지루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뉴스 취급할 뿐. 그냥 상록숲과 남서구 해안 딱 두 곳에만 있는 노면전차를 없애도 별 상관없지 않나, 될 대로 되시라고 생각했다. 그저 집 앞뜰에 심을 잉글리시라벤더 모종을 살까 생각할 뿐이고, 일하기가 너무 짜증났다.
돌아오는 주말은 무료할 뿐, 집 앞의 정류장에 사람을 가득 싣고 오고가는 대체운송 버스와 선로공사 중인 집 앞을 보면 이골이 난다. 소리만 높아지는 고규격화 언질은 지겹고 여러 정류장은 하나로 합쳐지는데 아무래도 하나가 둘로 쪼개지는 입장인 나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러다가 어쩌고저쩌고 해서 오늘 하루를 또 망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미친 놈 취급받다가 그냥 하루를 날려버리기 전에 생각을 끊어버리고서 시험정원에 또 들러 은방울꽃과 잉글리시라벤더 모종을 사갖고 돌아간다. 그 뿐이다. 그러고는 빌려사는 집 마당을 파서 그 둘을 심는다. 그리고 공사가 끝났는지 핸드카가 지나가고 때르릉 소리와 함께 요새 자주 보이는 새 전차가 지나간다.
애초에 지을 생각이 없었던 전철이고 중앙업무지구 지하철에 이어 하유섬을 남북으로 꽂는 전철을 짓지 말라며 반대가 심하니까 시범타로 시험정원에 묘목을 옮기기 위함이다 핑계대면서까지 놓은 남서선 전차가 공식적으로 철도선과 환승으로 이어졌다. 일개 사탕무로 설탕 만드는 공장이 하유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노선을 전용선으로 만든다기에 놀라서 중앙업무지구의 지하철을 연장하는 식으로 부랴부랴 만든 철도선과 말이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답답한 중앙업무지구를 보았다. 취직활동으로 여기에 자주 왔지만 여기에 내 일자리는 없었고 그 탓에 나는 빙글빙글 돌기만 하다가 길 잃어서 만난 북동쪽의 상냥한 소녀인형에게 망해가는 카페를 소개받아서 그 곳에서 일하…기는 무슨, 앉아있다가 돈만 받는다. 그런 가운데 그냥 앉아있으면 돈이 나오는 조금 불편한 마음을 안고 여기, 중앙업무지구에서 조금 벗어난 대사관로 쪽으로 몸을 돌린다. 첫 수교의 빌딩과 그 옆의 첫 수교의 공원은 무엇을 얘기할까. 아무래도 내 일상의 오합지졸스러움, 그리고 한 쪽의 결정을 잘 차지 못하는 하유국 사람들의 애매한 자존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말이 길어지는데.
내가 여기 오고나서 바로 수교한 나라가 일본이었고 그 다음은 일본의 주선으로 한국과 수교하고 UN에 가입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국과 수교하려면 우리랑도 수교하라는 북조선이 끼어들었고 어쨌든 두 나라와 수교해버린 후, 불편한 심기의 한국이 하유와 듕귁(자칭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수교를 중계했으나 이번에는 중국(타칭 대만)이 그 수교 엎으러 왔수다를 몸소 보여서 한 쪽과는 맺고, 한 쪽은 정중히 쫓아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중계약이 돼서 하유국은 일본국과 수교하고 대한민국과 수교한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수교했고 중화민국과 수교한 동시에 그걸 불인정하는 듕귁과 수교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좋은데 내각에서 예산 없다며 그 나라의 공관을 한 건물에 몰아넣으라고 명령했고 결국에는 중국 대사가 국기를 게양하고 하강할 때마다 듕귁 대사가 욕을 하며 방해하려 하는 한 편으로 의가 상한 본국과는 달리, 화기애애하게 남북 밀실대화가 이루어지는 첫 수교의 빌딩이 탄생했다.
이념이나 그런거 다 넘어서 첫 수교의 건물에 입주한 다섯 나라와 수교한 지는 10년, 그 다섯 나라 중에서 한국과 일본하고 동반자 협정을 맺은 지는 5년 지난 오늘, 참 절륜하게도 나는 여기 오는구나. 첫 수교의 빌딩에 불만 가진 표정으로 외교관들이 반강제로 같이 들어간 그 때에 심었다는 느티나무는 아직 큰 나무도 아니고 동반자 협정도 상호간 90일 무사증 입국 보증 및 관세혜택 부과가 주요 골자이니 여행 외에는 딱히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세계 질서의 (굵고 빨간 고딕체로) 적'이라서 수교할 생각이 없는 우사(타칭 아메리카 합중국)와 '너무 위협적인 (굵고 빨간 명조체로) 적'인 아라스(타칭 러시아)는 미수교국인 채로 두고 있는게 참 바보같은 나라 인증이라고 다들 말하는데 그냥 그런가 싶은게 보통 사람이겠지.
대사관로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남서선으로 안 들어오는 열차를 타서 하유국제터미널로 갈 뻔하고 전철 또 타기에는 돈이 모자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지금, 푸른 요정이 창가에서 갸웃거리며 바다를 보는 모습을 보았다. 왠지 우는 것 같은…아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슬픈 표정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변해서는 당최 왜 염탐이냐 하면서 나를 치길래 짜증나고 아파서 내 방으로 들어가니 또 호에에. 무슨 의미인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네, 푸른 소녀여.
그렇게 좀 시간이 흘러, 집 앞으로 전차가 지나가고 조금 조용해졌을 무렵, 나는 다시 거실로 나와서 아직도 푸른 요정이 우울해하는 창가를 등지고 소파에 앉았다. 대단히 슬퍼하는데 위로해야 할까. 맞을 뻔한 나는 그냥 무시한다. 아냐, 저러다가 죽을 것 같아. 그래서 푸른 요정 곁에 갔는데 이제는 깜짝 놀라서는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 겁을 먹는다. 당최 무슨 일이냐고 묻자 표정을 고치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며 소리치며 또 운다. 원래 우울 요정이고 좀 있으면 되니 가만히 있어달라고 하는데 이 아이는 설마, 나 대신 우는 걸까 갸웃거리며 그 애 주변에서 사라져준다. 그런데 쟤가 지금 살짝 미소지었던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무슨 월급 지급이 이렇냐 하면서 짜증을 내는 것 보다는 가만히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지수는 카페 문 닫을거라며 나에게 나가라고 했고 내일 또 돈 받으러 오라고, 나는 언제 망할지 모른다며 카페 문을 닫고 저 멀리 사라졌다. 한숨 나오는군. 기분이 망가진 채로 집에 가기 싫었던 나머지, 남서중앙에서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려 올라탄 전차 차창 너머로 시험정원에서 귤꽃이 피고 있는 봄날의 나른함을 즐긴다. 겨울이 오지게 추운 하유섬에 귤나무라니, 나라 자체가 식물 육종에 도가 터서 그렇겠지. 한산한 시험정원 한켠의 벤치에 앉아 주변 사람들을 쳐다본다. 신기하다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통관 후 집에서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이 얼어죽을 곳에서 자라는 귤나무 묘목이나 차나무 묘목을 예약구매하는 외국인들, 그리고 집 산울타리에 심을 묘목을 사러 온 하유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왠지 새하얀 소년…이라, 쟤 봄이 아냐?
봄이를 보고 알아차려주자 깜짝 놀란다. 놀라서 사레까지 들린 봄이는 안쓰럽게 켁켁거렸다. 괜히 미안하네. 같이 벤치에 앉아 봄이가 진정할 때까지 좀 어루만져…주면 되겠지? 아무래도 사람 모습을 한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간에 너무 다루기 힘들다. 봄이는 진정하고나서 볼을 어루만지는 내 손을 잡고 따뜻하다며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왜 이러지 싶을 정도였다. 전차를 잘못 타서 종점까지 왔다고 하는 이 아이는 잠깐 여기에 있고 싶다면서 같이 있자고 내게 응석을 부린다만 지금 이 소년인형에게 '미안, 나는 지금 집에서 무료해 하는 푸른 요정인지 하는 니트를 참교육해주러 가야 한단다'하면 그 자리에서 내 옷자락을 잡고서 가지 말라고 울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결국 그 아이가 내 어깨에 기대서 폭신하다며 풋잠을 자고 살짝 깨어날 때까지 박하와 잉글리시라벤더가 심겨진 근방의 벤치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그저 유약한 소년을 달래느라고 말이지.
하루가 갔다. 집 앞의 정류장에서 오늘 또 무슨 일이 생길까 한숨 쉬고 안도하고 그런다. 정상이 아니다. 그렇게 정신나간 채로 출근을 하면 한숨 쉬는 카페 주인과 그냥 일하는 시늉하다 돈 받아가는 종업원 딱 하나가 있을 뿐이라 여튼 이상하다고. 일이 끝나고서는 선로교체 때문에 움직이지 못히는 전차 대신 왔다갔다 하는 대체운송 버스를 타고 와서 엄청 힘든 척을 했다. 아니 힘들었다. 그 버스는 만차였고 그 때문에 끼어 왔거든. 단계적으로 전차와 전철의 구분을 없애겠다는 뉴스는 무료한 푸른 요정이 이미 보고 있었어. 당근 이 무료한 요정님은 그 뉴스도 그냥 지루한 표정으로 지나가는 뉴스 취급할 뿐. 그냥 상록숲과 남서구 해안 딱 두 곳에만 있는 노면전차를 없애도 별 상관없지 않나, 될 대로 되시라고 생각했다. 그저 집 앞뜰에 심을 잉글리시라벤더 모종을 살까 생각할 뿐이고, 일하기가 너무 짜증났다.
돌아오는 주말은 무료할 뿐, 집 앞의 정류장에 사람을 가득 싣고 오고가는 대체운송 버스와 선로공사 중인 집 앞을 보면 이골이 난다. 소리만 높아지는 고규격화 언질은 지겹고 여러 정류장은 하나로 합쳐지는데 아무래도 하나가 둘로 쪼개지는 입장인 나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러다가 어쩌고저쩌고 해서 오늘 하루를 또 망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미친 놈 취급받다가 그냥 하루를 날려버리기 전에 생각을 끊어버리고서 시험정원에 또 들러 은방울꽃과 잉글리시라벤더 모종을 사갖고 돌아간다. 그 뿐이다. 그러고는 빌려사는 집 마당을 파서 그 둘을 심는다. 그리고 공사가 끝났는지 핸드카가 지나가고 때르릉 소리와 함께 요새 자주 보이는 새 전차가 지나간다.
애초에 지을 생각이 없었던 전철이고 중앙업무지구 지하철에 이어 하유섬을 남북으로 꽂는 전철을 짓지 말라며 반대가 심하니까 시범타로 시험정원에 묘목을 옮기기 위함이다 핑계대면서까지 놓은 남서선 전차가 공식적으로 철도선과 환승으로 이어졌다. 일개 사탕무로 설탕 만드는 공장이 하유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노선을 전용선으로 만든다기에 놀라서 중앙업무지구의 지하철을 연장하는 식으로 부랴부랴 만든 철도선과 말이다.
지하철 역에서 나와 답답한 중앙업무지구를 보았다. 취직활동으로 여기에 자주 왔지만 여기에 내 일자리는 없었고 그 탓에 나는 빙글빙글 돌기만 하다가 길 잃어서 만난 북동쪽의 상냥한 소녀인형에게 망해가는 카페를 소개받아서 그 곳에서 일하…기는 무슨, 앉아있다가 돈만 받는다. 그런 가운데 그냥 앉아있으면 돈이 나오는 조금 불편한 마음을 안고 여기, 중앙업무지구에서 조금 벗어난 대사관로 쪽으로 몸을 돌린다. 첫 수교의 빌딩과 그 옆의 첫 수교의 공원은 무엇을 얘기할까. 아무래도 내 일상의 오합지졸스러움, 그리고 한 쪽의 결정을 잘 차지 못하는 하유국 사람들의 애매한 자존심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말이 길어지는데.
내가 여기 오고나서 바로 수교한 나라가 일본이었고 그 다음은 일본의 주선으로 한국과 수교하고 UN에 가입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국과 수교하려면 우리랑도 수교하라는 북조선이 끼어들었고 어쨌든 두 나라와 수교해버린 후, 불편한 심기의 한국이 하유와 듕귁(자칭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수교를 중계했으나 이번에는 중국(타칭 대만)이 그 수교 엎으러 왔수다를 몸소 보여서 한 쪽과는 맺고, 한 쪽은 정중히 쫓아내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중계약이 돼서 하유국은 일본국과 수교하고 대한민국과 수교한 동시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수교했고 중화민국과 수교한 동시에 그걸 불인정하는 듕귁과 수교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좋은데 내각에서 예산 없다며 그 나라의 공관을 한 건물에 몰아넣으라고 명령했고 결국에는 중국 대사가 국기를 게양하고 하강할 때마다 듕귁 대사가 욕을 하며 방해하려 하는 한 편으로 의가 상한 본국과는 달리, 화기애애하게 남북 밀실대화가 이루어지는 첫 수교의 빌딩이 탄생했다.
이념이나 그런거 다 넘어서 첫 수교의 건물에 입주한 다섯 나라와 수교한 지는 10년, 그 다섯 나라 중에서 한국과 일본하고 동반자 협정을 맺은 지는 5년 지난 오늘, 참 절륜하게도 나는 여기 오는구나. 첫 수교의 빌딩에 불만 가진 표정으로 외교관들이 반강제로 같이 들어간 그 때에 심었다는 느티나무는 아직 큰 나무도 아니고 동반자 협정도 상호간 90일 무사증 입국 보증 및 관세혜택 부과가 주요 골자이니 여행 외에는 딱히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세계 질서의 (굵고 빨간 고딕체로) 적'이라서 수교할 생각이 없는 우사(타칭 아메리카 합중국)와 '너무 위협적인 (굵고 빨간 명조체로) 적'인 아라스(타칭 러시아)는 미수교국인 채로 두고 있는게 참 바보같은 나라 인증이라고 다들 말하는데 그냥 그런가 싶은게 보통 사람이겠지.
대사관로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남서선으로 안 들어오는 열차를 타서 하유국제터미널로 갈 뻔하고 전철 또 타기에는 돈이 모자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 지금, 푸른 요정이 창가에서 갸웃거리며 바다를 보는 모습을 보았다. 왠지 우는 것 같은…아냐. 내가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슬픈 표정이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변해서는 당최 왜 염탐이냐 하면서 나를 치길래 짜증나고 아파서 내 방으로 들어가니 또 호에에. 무슨 의미인지 당최 이해를 못하겠네, 푸른 소녀여.
그렇게 좀 시간이 흘러, 집 앞으로 전차가 지나가고 조금 조용해졌을 무렵, 나는 다시 거실로 나와서 아직도 푸른 요정이 우울해하는 창가를 등지고 소파에 앉았다. 대단히 슬퍼하는데 위로해야 할까. 맞을 뻔한 나는 그냥 무시한다. 아냐, 저러다가 죽을 것 같아. 그래서 푸른 요정 곁에 갔는데 이제는 깜짝 놀라서는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 겁을 먹는다. 당최 무슨 일이냐고 묻자 표정을 고치더니 아무 일도 아니라며 소리치며 또 운다. 원래 우울 요정이고 좀 있으면 되니 가만히 있어달라고 하는데 이 아이는 설마, 나 대신 우는 걸까 갸웃거리며 그 애 주변에서 사라져준다. 그런데 쟤가 지금 살짝 미소지었던 그 이유를 알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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