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국에는 군대가 없다. 군대를 만들고 외국 군대를 주둔하는 것이 폭력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지만 테러나 돌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최소한의 준무장은 하고 있는데 그들이 특수경찰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비칭인 전투경찰이나 폭력경찰로 부른다. 특수경찰, 일명 특경은 군사경찰 느낌으로 존재하며 혹시 일어날 수도 있는 대테러 업무를 주로 맡아서 움직인다. 하지만 누가 연료도 합성해서 쓰고 내세울 산업은 원예와 관광 정도인 작은 섬나라를 테러 대상으로 삼는다고 처들어 오겠는가. 여태까지 진짜 총은 쏴보지도 못한 만약의 대비책이다. 생긴 이유가 걸작인데, 솔직히 하유국 사람들은 군대 창설을 내각 차원에서 저지시킨 역사도 있고 허구한 날 경찰이 성난 사람들에게 잘잘못과 원한을 배로 따져서..
오늘도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조그만 스쿠터가 있답니다. 얼마 전에 차 사이로 추월할 수 있게 규정이 바뀌어서 좀 더 빠르게 달려갑니다. 어쨌든 작은 섬나라고 답답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자동차세 아깝지 않으려면 일단 타고 다니는 수밖에 더 있을까요. 목적지가 단 하나여도 일단은 그렇게 동쪽으로 가봅니다. 남동쪽의 어느 과수원에 도착하는데 지금 시절에는 과일이 없는데 어떻게 오셨냐고 메이라는 인형 여자아이가 달려와 묻죠. 그냥 들러보려고 왔다 하면서 미리 주문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난감한 표정을 짓는데요. 차라리 지금은 시장에 가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버려요. 시내도로는 골치아파요. 의외로 트램과 자동차가 다니는 곳이 더욱 그래요. 남서로 넘어온 이상에는 공원도 들르고..
한숨 속에 속만 탄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 나에게 일을 떠넘겼지. 그래서 그 일을 다 해주고서 일단은 이 정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나는 그게 너는 뭐하는 꼴이냐라는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완전히 나만 욕먹고 일 더 하는 꼴을 참다 못해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렇게라도 튀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무단으로 퇴근하고 고과에 무단퇴근 몇 회가 올라가봐야 그것이 삶이라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고지증명을 낸 장소인 근처 전철역 파크앤라이드에 차 세워놓고 전철을 기다렸다. 약 10분 뒤에 남서궤도선까지 직결로 들어가는 열차가 나를 집 앞까지 데려가 주었다. 이야, 튀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하면서 집 문을 열기 전, 떠나가는 전철에..
별난 숲이 하유섬에 있지요. 하유국 건국초기에 많은 도움을 준 요정들이 사는 곳이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록숲이 그래요. 이 곳 때문에 하유국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합성연료와 바이오연료를 선택했고 공장 대신에 정원이 되기로 선택했다고요. 내가 그런 숲에 산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지 모른다며 오늘도 숲 속의 약초나 야채를 수확하러 가요. 숲 속에 정해진 길을 따라 모든 움직이는 것들이 달리는데 숲의 입구까지 타고 온 전차삯이 미묘하게 올라서 얼마나 많은 야채를 캐야 그 정도를 벌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엄청 맛있는 녀석을 찾아서 바구니에 넣고 숲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지요. 가을은 찾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 때 나오는 약초나 야채도 그다지 종류가 많지는 않아요. 나..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바닷가로 향합니다. 오래간만이네요. 바닷소리는 아름다워서 마음을 씻겨주지요.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모두에게 다르지만요. 여기까지 걸어나와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위안이 되는 기분이에요. 해안가를 따라서 놓인 철길과 도로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지금 제가 있는 해안가의 바닷소리와 어우러져서 저를 어루만진답니다. 바닷가의 소년인형이라 해서 모두가 저를 알아봐주거나 하진 않지만 신기해하긴 해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인형 하나가 이따금씩 바다에 나와서 눈을 감고 바람을 쐬는 것이 그렇게 신기한가요. 저는 부끄러워서 그저 자리를 피할 뿐. 집은 바닷가를 따라 나있는 도로를 건너면 있는 아파트의 5층.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제가 쉬고 잠드는 공간이 펼쳐지죠. 발..
몽환적이에요. 자동차를 몰다가 잘못 들어온 숲 속은 고요하고 몽환적이었습니다. 나는 차를 세우고 숲 속을 거닐다 다시 자동차로 돌아가 시동을 켜고 1단까지만 넣고서 천천히 숲을 돌아보지요. 모두들 천천히 가는 자동차를 신기하게 여기지만 나는 어쨌든 길을 잃은 셈이에요. 숲은 아름답지만, 우선 가야 할 목적지가 있으니까요. 그런게 여기 대단해요. 구청도 따로 있고 사람들이 나에게 어디로 가야 북서인지도 가르쳐주네요? 즉, 저는 졸음운전으로 저 세상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죠. 공장에서 바로 나온 당밀 한 통을 사려고 자동차를 타고 왔는데 숲길로 잘못 들어와서는 길을 물어물어 북서로 가는 그거 말이에요.
이상하지. 나는 분명히 시간표를 지켜서 승강장에 나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열차가 문 닫고 떠난거 있지? 그래서 오늘은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하니 자기도 길이 막히거나 잘못 튀어나온 자동차를 박아서 그럴거라고 생각하니까 천천히 오래. 아니, 열차를 놓쳤다고 트램이 자동차를 박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찌되었든 다음 열차는 엄청 기다려야 있는 모양이고 나는 그렇게 최소 개찰시간 네 시간 안에는 내가 가는 방향의 전철이 오겠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내가 타야 할 전철은 정말 늦게도 40분 뒤에 도착했다. 완전 늦은 것이다. 이렇게 늦어버린 이상에야 엄청 미안하다고 해야 하겠지. 전철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하유섬이 마치 정원이라도 되는 양 아름다웠고 자동차와 같이 달리는 병용구간을 지나쳐 지하로 들어가며 급행으..
부다다다다닥. 아 진짜 시동이 안 걸린다. 안 걸리는 시동을 적어도 10분 안에는 걸어야 하는데 초크를 끝까지 당겨도 시동은 부다닥에서 멈춘다. 어차피 이런 녀석을 일상적으로 타고 다닌다는 것도 매우 이상하게 생각되는 일이겠지만 일단은 이런 차라도 감사하게 타고 다녀야 하겠지. 낡은 물방울 모양의 자동차를 타며 고속도로 하위차로의 모두에게 눈총이 섞인 신기함과 경외스러움이 그 자식들의 선팅된 차 유리 너머로 느껴지는 듯하다. 아이 부끄러워. 물방울 같은 이 차를 공방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미 계약해놓은 미니를 취소하고 이세타로 다시 받아왔다. 부들부들 떨리고 크기도 작아서 동네를 잠시 돌아보는 데에는 좋지만 그 외의 일로는 별로라는 실제 이용자의 말을 들어보자. 크기가 작아서 칼치기를 할래..
밤새 충전시켜놨던 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천천히 내달린다. 소리 없는 그 느낌이 좋다만 앞으로 누가 지나가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용함에 취해서 졸면 안 된다. 그렇게 차를 몰아서 일단 환승주차장에 세워놓고 다시 열차에 오른다. 여기에서는 파크 앤 라이드가 일상이라 이렇게 해도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서도 하유에서는 화석연료 대신에 합성연료를 쓰는 나라이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표어가 돌아다니고 선하고 순진하고 차분한 국민성의 사람들은 그것을 잘 지켜주니까 그런 애매함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파크 앤 라이드가 불편한 점은 내 자동차가 계속 충전기에 꽂혀있는 통에 계속 내게 차 빼달라고 연락이 오는 정도이다. 그런데 나도 사실은 설치 중인 그 옆..
아닌 중에 갑자기 찾아온 녀석들을 본 그 밤에 기절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저 시중의 평범한 자동차가 싫다고 공방까지 찾아온 손님 앞에서 기절을 해도 예의가 아니겠지. 그래서 일단 미니의 레플리카로 주문한 그 분들이 가시고 나는 한숨 돌려보려고 가슴쪽을 움켜잡고서 침대로 향했다. 누가 놓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먹어요'라는 쪽지와 함께 세인트존스워트인가 하는 풀 한 묶음이 침대 머리맡의 스툴 위에 놓여있었다. 어느 녀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고맙네. 그렇게 다시 밀린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서 직원들을 다시 부르고 몇 개월 만에 드디어 집 대문을 나섰다. 내가 직접 조립한 미니에 시동을 걸고 북서쪽 공방으로 향했다. 밀린 주문이 많아서 언제 철판을 두드리고 엔진을 받아서 달고 자동차정비소에 보내서 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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