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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물방울 모양의

두번의 봄 2019. 7. 18. 11:10

부다다다다닥. 아 진짜 시동이 안 걸린다. 안 걸리는 시동을 적어도 10분 안에는 걸어야 하는데 초크를 끝까지 당겨도 시동은 부다닥에서 멈춘다. 어차피 이런 녀석을 일상적으로 타고 다닌다는 것도 매우 이상하게 생각되는 일이겠지만 일단은 이런 차라도 감사하게 타고 다녀야 하겠지. 낡은 물방울 모양의 자동차를 타며 고속도로 하위차로의 모두에게 눈총이 섞인 신기함과 경외스러움이 그 자식들의 선팅된 차 유리 너머로 느껴지는 듯하다. 아이 부끄러워.

물방울 같은 이 차를 공방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미 계약해놓은 미니를 취소하고 이세타로 다시 받아왔다. 부들부들 떨리고 크기도 작아서 동네를 잠시 돌아보는 데에는 좋지만 그 외의 일로는 별로라는 실제 이용자의 말을 들어보자. 크기가 작아서 칼치기를 할래야 할 수 없다는 큰 장점과 모두가 내 차를 귀여워한다는 점이 나는 너무 좋지만 일단 이세타는 즐기거나 편안하다거나 하는 종류가 아니라 그런 것이겠지. 세계대전이 끝나고 값 싼 자동차는 보급해야 하니 마치 냉장고처럼 앞 쪽이 출입문으로 열리고 그저 저렴한 자동차를 만든 업보겠지. 신호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모두들 창문을 열고서 내 차에 대해서 물어보는데, 닥쳐. 내가 가려는 곳으로 가고 있거나 나를 태워주는 호의를 베풀 것이 아니면 말이다.

이세타가 여러모로 다녀주면서 나에게 뭐가 중요한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한지도 몇 주 지나간다. 성능이 부족해서 출퇴근용 정도로만 쓸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뭐 어때, 어차피 자동차는 짐이나 사람을 싣고 잘 가주기만 하면 전부인 물건이다. 그런 물건에게 더 많은 것을 바라면 망가질 수도 있다. 이 귀여운 자동차가 삐쳐서 퍼지지 않게 해줘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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