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잘 아시듯이 저는 안드로이드 속성을 좋아해요. 왜 그러냐면 딱히 이유라고 하기는 그런데 사람에 한없이 가깝지만 사람이 아닌 기계인 점, 기계인 탓에 누군가를 주인으로 둬야만 하는 소유물인 점, 그리고 나를 소유한 이에게 무한한 호의와 헌신을 해줘야 한다는 점 때문일 거예요. 자동인형에게 요구되는 상냥함이라는 것을, 저는 항상 원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저는 자동인형이 아니다보니까 자유의지도 강하고 감정도 완벽하게 있어서 삶이 고달파지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거든요. 사람으로써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면 저는 그냥 자동인형이나 안드로이드로 충분하니까요.
하유는 변변한 산업이 없었다. 관광이나 우표를 파는 것 외에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딱히 없는 탓이었다. 다른 선택지를 찾기 위해서 하유국 내각이 몇 번이고 해산되고 다시 구성되기를 반복하기만을 여러번 하며 겨우 얻어낸 성과라고는 국제연합에서의 발언권을 얻어내기 위해 외교전이 펼쳐진 것 외에는 없는 피곤함이 이어질 뿐이었다. 여러가지 불리함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주변에서 하유는 작고 잘 안 알려진 섬나라라는 것만 증명받던 나날이 이어지던 중, 하유국은 국제연합에서 겨우 30분의 연설을 하게 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가입은 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국제연합에 가입하려는 노력이 3년을 끌었다. 아주 생판 알 일이 없던 무주지였던 섬에 있는 나라에 관심을 주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는 듯이 하유가 나..
문득 생각이 들었다, 탈탄소가 아주 극단적인 방향으로 진행이 되어서 내연기관이 필요한 곳에도 전기 모터를 쓰게 강요해도 어차피 엔진이나 모터나 지구의 자원을 소모하는 거잖아? 모든게 개썅 부질없는 짓이로구먼? 다들 그딴 걸 이용해서 돈이나 더 벌고 싶은게야 하는 생각이. 어차피 자원 처먹고 무럭무럭 자랄 우리 인류가 이런 백팔번뇌 계속해봤자 자원은 유한하고 그렇게 자원이나마 아낀다고 잘못된 선택이나 어쨌든 옳은 선택이라고 하지만 의심이 가긴 하는 것들로 천천히 망하는 것을 보면 되나 싶다. 그럼 불행하게도 이 분야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행성에 인격이 있다면 아이고 결국에는 내 배때지 위에서 쿵쾅쿵쾅 날뛰는 움직이는 미물 따위가 자기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처먹을 대로 처먹고 쓸 대로 쓰다가 지..
좋을 대로 행동하세요. 그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망쳤다. 그러고나서 모든 것이 절연되었다. 이건 전철이 지나가면 전등이 절반이나 꺼지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연이 끊겼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그 때부터 끊어졌다. 그렇게 끊어진 관계를 이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매정하게 택시 뒷문이 닫히고 출발하고 만 그 시점에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돈 없어서 전철이나 타고 버스나 타고 다니는 내가 싫은 것이겠지. 착각이었다.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곱씹음이 멎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옥죄는 스트레스가 되어 더 나를 괴롭히고 하고 싶은 일도 나를 과로하게 하는 경우를 낳았다. 그래서 뭐가 어땠느냐. 집 밖을 나서며 인사하는 인형 한 놈에게 욕을 했고 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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