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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절연에 대하여

두번의 봄 2020. 1. 29. 16:24

좋을 대로 행동하세요. 그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망쳤다. 그러고나서 모든 것이 절연되었다. 이건 전철이 지나가면 전등이 절반이나 꺼지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연이 끊겼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그 때부터 끊어졌다.

그렇게 끊어진 관계를 이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매정하게 택시 뒷문이 닫히고 출발하고 만 그 시점에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돈 없어서 전철이나 타고 버스나 타고 다니는 내가 싫은 것이겠지. 착각이었다.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곱씹음이 멎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옥죄는 스트레스가 되어 더 나를 괴롭히고 하고 싶은 일도 나를 과로하게 하는 경우를 낳았다. 그래서 뭐가 어땠느냐. 집 밖을 나서며 인사하는 인형 한 놈에게 욕을 했고 전철 안에서는 병용궤도 구간이라 느릴 수밖에 없는데 전철이 느리다 소리쳤으며 직장에서는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을 동료와의 뒷담화로 승화하고 마는 한심한 인간의 본면목을 보이고 만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서도 혼자만의 일인극을 해대며 하루를 낭비하던 중에 어떤 인형놈이 히익하는 얼굴로 같이 얘기하지 않으면 바로 죽어버릴 거라고 협박해서 하던 미친 짓을 멈추고 그 아이와 장소를 빠져나왔다. 도대체 왜 이러냐고 놀란 표정을 숨기지 않는 인형놈과 카페로 들어가서 내가 왜 이러는지 싹 다 말해주었다. 나는 더 이상 사람과 같이 있을 자신이 없어. 그리고 내가 뭔가 하려고 하면 내가 나서서 불안해 하고 집착해서 이 꼴이 난다니까. 그래서 나는 좀처럼 누구랑 있기 싫어서 이런단다. 숨구멍도 없고 내 공간도 없지.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을 두렵게 하니까 다른 누군가랑 어울려서도 안 돼. 이해했냐고 하니까 인형놈은 찡그린 얼굴로 고개를 가웃거렸다. 그래, 이해 못하는게 맞다.

그리고 인형놈이 이건 이해가 안 되는게 아니라 그냥 괴로운 상황일 뿐이고 어떻게 할 수 없다면 그냥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한다. 그리고 나는 바로 탁자에 얼굴을 박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제 나는 끝장났고 이해가 안 된다면 그냥 나를 미치게 나둬. 어찌되었든 나는 고장난 인간으로 살고 말거다라는 얘기 후에 서로 헤어졌다. 인형놈은 끝까지 나를 걱정하다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바로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실려갔다. 하지만 저항하지 않았다. 그 구급차에 있던 모두들 입원이 아닌 통원이고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나를 달랬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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