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맑고 깨끗한 정원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지루함을 덜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동네라도 걸어서 나가보기로 한다. 하유의 서늘한 여름 날씨가 포근하기만 해서 일단은 카디건 하나만 걸쳐도 괜찮을 지금. 어차피 동네만 돌다가 끝날텐데 뭘. 트램과 자동차가 같이 쓰는 도로 위 횡단보도를 지나 시험정원에 들어서면 여름의 해당화가 피어있거나 하고 미여울에서 날아온 거위가 꽥꽥거리며 뭔가를 뺏으려는 듯이 낮게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없어. 으아아악. 거위가 막 푸덕거리며 다가오기에 일단 거위를 피해 시험정원을 나와 남서중앙으로 나온다. 자동차 쇼룸과 그 옆에 있는 카페, 그리고 웃으며 다가오는 인형 하나. 하지만 지금 어울려주지는 않을래. 너도 다른..
어서오세요. 많이 힘들었죠? 그저 상냥한 누군가를 만나려고 꿈 속의 온실로 도망쳐요. 그게 별로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서요. 그 아이는 인형. 하지만 그 아이가 왠지 나랑 같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 착각이 맞을거예요. 저 아이가 나랑 같으면 안 돼. 그래서 뭘 할까요. 서로 마주보며 티 타임 가지고 조용히 놓여있거나 실없는 말을 주고받아요. 덧없이 위로받아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온실에 나랑 비슷한 처지의 인형이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화사한 온실을 좋아해요. 그렇게 있자니 온실 밖으로 나가기 싫어져요. 그런게 전부, 내가 짜증나는 실제를 잊기위한 방법. 온실 속에 또 하나의 나를 인형으로 만들어 놓고 그 인형과 티 타임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온실이 있는 정원섬을 산책하는 것. 모두가 상냥하..
괜찮아요. 어차피 나는 인형이니까요. 굉장한 아이예요. 포근하고 깨질 듯한 마음씨를 가졌고 상당히 귀엽게 생겼어요.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자기를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주인님으로 부르는데다 좋아하는 옷차림도 쓸데없이 귀여워요. 그리고 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떨어져 있어야 하면 싫은 소리를 내요. 하지만 나는 이 아이가 싫지는 않아요. 언제까지 이 아이가 내 곁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쓰다듬어주면 눈을 살포시 감고 보드랍다는 듯이 녹는 표정을 짓는 귀여운 아이일 뿐이에요. 나는 이 아이를 봄이라고 불러요. 봄이는 항상 내 눈치를 살피면서 오늘도 즐겁고 귀여운 하루가 되기를 빈다고 하죠. 하지만 솔직하게 그런 하루를 보낼 자신이 없다고 하면 눈 앞에서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을 본 듯이 놀란 ..
뒤에 매달고 다니는 작고 귀여운 바퀴 달린 집에 살고 있다. 고양이가 야옹거리면 밥을 주고 전화가 와서 이제 일을 시작하자고 그러면 바퀴 달린 집에서 나와 공방으로 들어간다. 여기를 차린 지도 오래되었다. 직접 살고 싶은 집을 사려니 너무 비싸고 짜증이 나는데다 나라에서 주는 집에는 들어가기 싫어서 직접 바퀴 달린 집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렀다. 공방의 모두는 일이 하나는 끝날 것 같다며 빨리 해치우자는 눈치를 보이고 그렇게 수출 나가는 하나가 완성이 되었다. 누가 항구까지 끌고 갈거냐고 가위바위보를 하고 걸린 사람에게는 점심값을 얹어주며 잘 갔다오라고 하는 그런 시간이 지났다. 다들 공방을 차린 나에게 깍듯이 대하고는 하는데 나도 여기서 일하는 처지니까 그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수출 나간 것 다..
친애하는 하얀 인형, 오늘도 온실에서 외로운 아이가 반가운 사람을 맞듯이 나를 맞아주었어요. 그런 수줍고 마음씨 여린 아이와 온실 속에서 티 타임을 하는 상상만으로도 나는 울고 말아요. 참, 나도 마음이 여리죠.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온실에 오면 안 돼요. 현실과 너무 떨어져있기에 여기에 계속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요. 온실 속 인형은 내 상황은 모르고 여기서 행복하는게 중요하다며 가지 말라고 내 옷자락을 잡지만 나도 이 온실을 떠나고 싶지 않아.
어느 마을이 있었다. 인형과 요정과 사람이 함께 사는 마을.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는 아니다. 옛날 이야기라면 내가 이 이야기를 쓰고 싶지도 않았을거야. 그렇게 어느 마을을 내가 방문하게 된 것은 아마도 길을 잃고 추위에 떨다가 괜찮으면 이리로 오라는 상냥함에 이끌려서겠지. 그리고 나는 그 상냥함에 부합하는 대접을 받았다. 그 마을의 모두는 남을 보살펴 줄 여유를 가지고 있었고 마음씨는 모두 기본적으로 마음씨가 착한데다 여리기까지 했다. 어떤 아이가 긴팔 옷소매를 자꾸 잡아당기기에 무엇 때문에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아이에게 구체관절인형의 관절 비슷한 것이 보였던 것도 있고 그리고 내게 무슨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어떤 하인 복장의 누군가가 내 무릎을 살펴 쓸린 상처를 찾아내..
사람에게 붙잡힌 요정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다. 대부분 불행해져서 비참한 최후를 맞거나 혹은 때를 봐서 도망치거나 하는 이야기들인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서늘한 밤바람을 쐬며 그런 이야기 생각하니 우울해져. 옛날에 푸르고 여린 요정이 숲 속이나 어쩌면 도시 가까이 살고 있었습니다. 요정들은 사람에게 호의적이고 상냥했지만 사람들이 그런 요정들을 꾀어내 자신들의 마을로 데려가면 요정들은 슬퍼하다 못해 울다 죽고 말거나 운 좋게 도망쳐도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우울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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