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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이 이제 숲 속으로 들어가요. 하늘하늘한 인형옷이 마음에 들지만 얼룩이 지면 이 예쁜 옷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문제겠지요. 어쨌든 숲은 언제나 아름답고 한편으로는 무서워요. 거리에는 낮은 건물들과 즐거운 사람들과 슬픈 표정의 사람들이 서로 엇갈려가고 저 중에서 누군가는 오늘 숲에서 목을 맬 수도 있지요. 참 슬픈 일이야.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와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턱을 괴고 무료해하면 여기가 참 조용하고 쉴 만하구나 느끼지만 그 뿐이에요. 제 집은 여기가 아니고 하유섬 사람들은 서로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는데다 소심하고 수줍어서 서로 친구가 되는 것도 꺼리니까요. 커피가 쓰네요. 달콤한 디저트도 시켜놨지만 별로 내키지 않아요.

숲 속을 걷습니다. 언제는 숲 속에서 목을 매고 잠든 불쌍한 누군가를 본 적도 있어서 무섭기도 한 숲이지만 여기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끄럼을 타서 그런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부끄러우면 죽기까지 할까 생각을 하지만 그냥 잊혀지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여튼 이 생각을 잠시 줄이고 고요한 숲을 거닙니다. 누군가 장난스럽게 나타나서 길을 잃었냐고도 묻고 설마 죽으러 온 것은 아니지 하면서 화난 표정을 짓기도 하죠. 요정님, 저는 그냥 여기 걸으러 왔어요. 그러면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숲은 그렇게 엄청 조용하고도 조용하답니다.

숲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전철에 오르면 숲을 벗어나는 동시에 나타나는 풀밭을 지나 지하로 들어가고 사람들이 전철 안으로 몰려들지요. 지금은 아마 퇴근 시간일거예요. 도시에서 몇 시간도 안 걸려서 숲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일까요. 퇴근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상록숲에 목을 매러가는 누군가도 있고 저처럼 상록숲에서 쉬고 내일을 준비하는 누군가도 있지요. 그게 뭐 잘못된 것은 아니예요. 그저 삶이 힘들어서 목을 매든 숲에서 쉬다오든 다 생각이 있으니까 하는 것이겠죠.

집으로 돌아옵니다. 피곤해서 폭신한 침대에 누워요. 누군가 나를 귀여워해줬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내일 할 일을 떠올려봅니다. 결국에는 저도 일하는 몸이라 피곤하고 몰리지요. 숲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을 꾹 누르고 오늘은 일단 숲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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