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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동화같은 하루였습니다.
나는 길을 걷다가 전혀 모르는 어떤 귀여운 소녀와 마주쳤습니다. 외로웠을 테니까 같이 길을 걷자고 들었는데 나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파출소 앞에서 걸음을 멈췄어요. 그러자 그 애는 내 뺨을 치더라고요. 뭘 생각했느냐고 말하는데 나는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말하며 손을 놓으려고 했는데 그 애랑 비슷한 소년이 나타나서 산통 깨지 말라고 찡그린 얼굴로 경고하길래 그렇게 셋이 길을 걸었습니다.
이야기를 하는데 어려운 얘기는 모를까 싶어 닥치고 있다가 은근히 빠지는 기분이 들어 폭신해진 기분으로 하얀 꽃을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묘한 분위기에 왠지 푸른 느낌의 남매는 좋아한다며 환하게 웃었죠. 그래서 하얀 꽃을 화원에서 사줬습니다. 퍽 귀여운 아이들이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라고 하기도 묘한 것이 나랑 나이대는 같아보이는데 어려보일 뿐이라는 것이었죠.
묘한 남매와 손을 잡고 걷다가 나는 문득 집에 가고 싶어졌고 다리도 아파졌습니다. 그걸 눈치챈 둘은 다음에 만나자며 내 손을 놓고는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그 둘을 만나기까지 일 년이 좀 더 걸렸습니다.
나는 그 둘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외로웠을테니 같이 걷자는 말로 나의 의심을 사게 만든 첫인상도 그렇고 그래놓고 지금까지 만나는 것이 참 의아했기 때문에 더 궁금했습니다. 나는 대놓고 그 둘에게 혹시 인형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궁금하냐고 하면서 자기들을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둘을 따라 버스를 타고 외곽으로 간 곳에는 공장이 하나 있고 흰 가운을 입은 퀭한 인상의 누군가가 남매를 반기고 나를 쏘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 아이들이 필요한 신경증 환자 납셨군 하면서 내 화를 돋웠지요. 화내지 말라고 말하는 그 인간이 왠지 저 둘의 제작자로 보이는 것은 착각이겠죠.
사람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방법을 연구하던 중에 아노미에 빠진 것을 계기로 혼란스러움을 주면 막연한 두려움이 치료되지 않을까 해서 수상하게 다가오지만 의심하면 화내는 안드로이드를 개발했다면서, 사람들이 호감을 갖는 상냥하고 착한 성격에 미소녀 미소년이면 얼마나 차도를 보일까 궁금했다는 저 미친 과학자놈을 믿어도 될까요. 하지만 이 아이들이랑 일 년 넘게 보내고 심지어 여기까지 따라올 정도면 당신은 남을 잘 믿는 사람이야 하면서 둘의 로그를 뒤져보니 제일 황당한 경우라고 비웃는데 나는 화낼 수가 없어요.
그렇게 나는 두 안드로이드와 어느 미친 과학자놈이랑 친구를 먹었다는 횡설수설이 되었네요. 맙소사, 내가 미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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