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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서늘한 여름 한낮이었어요. 날이 좋아서 공영주차장에서 스쿠터를 꺼내왔죠. 시동이 걸리려나 모르겠는데 여하튼 걸려줬으면 좋겠네. 좀처럼 탈 일이 없고 많이 걸어다니니까 자동차세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주유할 검 타려고요. 시동이 계속 걸리다 말다해서 뒤로 밀면서 겨우 걸었어요.

일단 주유소로 갑니다. 휘발유를 넣겠죠. 그리고 딸려있는 편의점에서 충분한 간식거리와 물을 사서 짐칸에 넣지요. 그리고 언제 기름값이 올랐나요 하면서 영수증을 찡그린 얼굴로 확인하고 돈 내고 출발. 많이 올라서 기분이 좀 상하네요. 주유소를 벗어나서 트램과 함께 달리는 도로를 따라 남동구 표지판이 나올 때까지 계속 스로틀을 당깁니다. 파도에 잠기는 낮은 다리를 건널거예요.

잠수교 입구에 있는 해일이나 풍랑이 불 때는 들어가지 말라고 적혀있는 표지판을 지나 다리를 건너죠. 오늘따라 막히네요. 북동쪽으로 가면 맛있고 달콤한 간식들이 가득한 카페들이 있지요. 상냥한 인형이 하는 카페에 가면 레몬 타르트가 달콤해요. 이름이 아마 네스토 데 피고였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 상상을 해도 막히는 도로는 여전히 짜증이 나는데요. 막히는 바람에 10분이면 건널 다리를 20분이나 넘게 걸려서 넘었어요.

북동쪽에 닿았어요. 이제 좀 경쾌해지고 달콤한 티타임을 즐길 생각에 들뜨기는 했지만 혼자네요, 저. 하지만 일단 신호를 받고 기다리는 중인 이 동안에 여러가지 생각을 다 떨어버렸어요. 어차피 하유섬이니까 혼자 티타임을 가져도 이상하지 않을거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이제 네스토 데 피고를 찾아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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