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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끔 공기구멍에 불을 댕긴다. 그리고 맨 윗쪽의 뚜껑을 열어 나무토막을 집어넣고 공기구멍에 죽어라고 풀무질을 한다. 적어도 연기가 피어오를 정도는 해야 자동차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목탄가스가 나오는 관에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하고 그 관을 엔진 쪽에 끼워 겨우 목탄차에 시동을 걸었다. 안 걸려서 오늘 하루도 버리나 했다.

상록숲에 살면서 목탄차를 몬다는 것은 거의 요정들에게 돌 맞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영역의 일이지만 나는 구태여 이 방법을 선택했다. 일단 상록숲 안에는 요정들의 부탁으로 주유소가 없고 솔방울과 나뭇가지는 구하기 쉽다. 그리고 여차하면 뭔가를 구워먹을 때도 요긴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누군가의 스쿠터에도 화통을 달아줬는데 별 불만이 없다는 얘기도 들었고, 화통을 만들어야지만 내 벌이가 조금이라도 늘기 때문에 나는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오늘은 기껏 완성에 가깝던 새 화통에 누군가 구멍을 내놨다. 그리고 그 구멍을 메우자마자 어딘가에서 우드펠릿을 훔쳐간 모양이다. 그런 것이 내 일상이니 별로 신경은 쓰이지 않는다만 요정들이 이러다가는 간벌로 만족하지 못하고 생나무도 애꿎게 베고 말거라고 울먹거리며 말하는데 내가 몇 번이고 말한다. 나는 우드펠릿 사서 쓰고 여의치 않으면 솔방울이나 나뭇가지 쓴다고. 그리고 목탄가스 화통은 땔감보다 좋다고 하면 노려보는 이 자식들을 내가 어떻게 설득하냐.

포기하고 내 자동차에 오른다. 부다다다다닥. 초크가 들어가 있다. 누구의 소행일까. 다시 초크를 살살 잡아당기며 시동이 걸리도록 해본다. 그리고 목탄가스가 만들어지는 양이 적어서 시동이 안 걸릴 거라는 것을 깨닫고 화통 앞으로 와서 공기구멍에 풀무질을 하고서 맨 윗뚜껑을 열고 나무를 더 집어넣는다. 흰 연기가 매캐하다. 설마 이것 때문에 요정들이 내 차를 부수려고 하며 전기자동차 이외에는 인정하지 않겠단 그것을 계속 고집하는 걸까 생각하면 그냥 스트레스다. 돈만 많으면 새 차를 사고 이사를 가겠지만 여의치 않아. 준비해 둔 나무는 다 떨어져서 짜증을 좀 내다가 숲 속으로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주우러 들어갔을 때, 왠지 허밋…을 만난 것 같아. 우비와 같은 외투를 입고 후드로 얼굴을 가린 신비로운 누군가가 나뭇가지가 잔뜩 담긴 바구니를 건네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돌아가라고 하고는 뒤돌아서 사라졌다. 고마워.

그리고 내 차로 돌아왔을 때, 왠지 나뭇가지가 가득 담겨있는 바구니 여럿이 차 뒷쪽에 대여섯 개 놓여있었다. 왠지 요정들이 내가 목탄차를 모는 것을 싫어하는 부류와 그래도 숲을 사랑하니까 목탄차를 몬다고 생각하는 부류로 나뉘나 생각하며 뒷좌석에 그 바구니들을 싣고 일단은 허밋의 바구니에 든 나뭇가지만 화통에 쏟아넣고 풀무질이 지치니 블로어를 꺼내와 공기구멍에 꽂고 기다렸다. 다시 화통에서 목탄가스가 피어오르고 가스가 나오는 관에 불이 붙는 것을 확인한 나는 다시 엔진 쪽에 가스가 나오는 관을 꽂고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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