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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역을 두고 앞뒤로 우리는 욕하면서 걸어갔다.
일제 가고 미제가 들어앉은 군 주둔지,
호텔처럼 우리들 속에 숨어든 물고문 시설,
진압의 효율을 위해 다 불살라버린 그 옥상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결국 그래도 우리는 한양도성의 허물어진 안쪽으로
아직 저감장치가 안 나왔다는 핑계를 대곤
언젠가는 과태료가 왕창 나오겠지 하며
차종이 무엇이건 쓸 수 있어 좋겠다 싶은
범용 디젤차 촉매 얘기만 하다가 단속에 찍혔다.
진짜 우리는 전진하고 있는건지,
어쩌면 거대한 후퇴만을 하고 있는건지.
사람 죽어야 뭔가 변한다고는 말하는데
빈한한 거대한 후퇴 앞에서 뭘 더 보태나.
졸렬하게도 인간은 대단한 포도가 아니라서
위대한 썩음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타고 있던 5등급 경유자동차를 세우고
세워져 있는 누군가의 전기자동차에 불을 질렀다.
이것이 바로 이유있는 후퇴이니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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