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꿈 속처럼 귀여운, 마치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장소에 은발회안을 가진 마치 왕자님같이 귀여운 심약한 인형이 하나. 자신이 자동인형이라는 것은 잘 모르는 채로 자기 혼자만 아름다운 곳에 있는 것 같다고 오늘도 숲 속 물가에서 자기를 실컷 싫어해. 그러다가 그 아이는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누군가의 소중한 자동인형으로 사랑받는 귀엽고 애틋한 꿈. 감정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상냥한 주인님의 시중을 들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생각하지. 그리고 또 다른 꿈. 현실 속, 모두가 그저 지나가는 번화가에서 그저 멀뚱히 서있다 여기저기 부딪히며 상처입는 꿈. 너무 많이 부딪히고 넘어져서 기계장치가 드러나 보일 정도가 되어도 혼자 일어나야 하는 일개 기계인형이 되어버린 꿈. 그리고 다른 꿈을 꾸게 되었어. ..
일단은 너무 촉촉하고 포근한 느낌에 가만히 잠들어버리면 나는 자동인형. 그러니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고 일단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요. 귀엽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귀찮다고 하는 사람도 있죠. 실망이 크면 이토록 전부 미워지던가요. 깊은 숲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물방울 소리가 아름다워서 그만 멎어버릴 것 같았고 그저 토끼가 폭신폭신. 귀여운 토끼가 하나 둘 늘어나서 그만 나를 덮어버리면 따뜻해. 토끼들이 다 떠나고 덩굴이 나를 감고 올라가요. 조이지 않고 부드럽게 타고 올라서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자동인형을 감싸죠. 참 아름다워요.
안녕? 오늘도 나를 찾아와 주었지요. 그렇게 깨질 것 같이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마음씨로 우울한 행복을 담아서 하루를 살면 세상은 조금이나마 반짝여요. 하지만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섬세함과 여린 마음씨가 그대로 드러나면 안 돼. 그러면 안 돼. 모두 나를 병들었다고 하면서 귀찮아하고 나를 내칠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여기 박하차와 바삭바삭한 과자를 준비했어요. 박하차가 싫다면 커피를 드릴게요. 그러나 혼자만의 티타임. 너무 외로워서 숲으로 들어가면 달콤한 향기를 지닌 종 모양을 한 하얗고 귀여운 꽃무리가 나를 영원한 꿈 속으로 데려다 주겠죠. 안녕.
꿈 속에 갇히면 어떤 느낌일까. 그냥 나와 완전히 같지만 왠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소년 하나가 온실 속에서 오랫만에 온 손님을 맞듯이 반갑게 뛰어와서는 자기랑 같이 티타임하자고 조르겠지. 티타임을 하면 이 아이는 누구인가 곰곰히 생각하게 돼. 그런데 어쩌면 이렇게 나와 같을 수 있을까 생각하지. 점점 꿈이라는 것을 잊게 돼. 그리고 참 귀여운 아이와 숲을 걷거나 정원과 온실을 돌보거나 하면서 그저 현실을 잊는거지. 그럴수록 나는 하얀 아이가 있는 여기가 진짜인 줄로 알게 돼. 그 아이를 어루만져 주면 살포시 눈을 감는게 귀여워. 그래서 나는 이 아이를 인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지. 하얀 인형이라 그러면 왠지 실망한 표정으로 나를 가볍게 째려보지만 그게 전부야. 하지만 그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아이는 없었기..
기계와 나를 연결하는 선에는 과전류가 흘렀다. 그냥 서로 사는 것이 지겨워 조금이나마 이질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고장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항상 정신을 잃고 수리당하기를 몇 번째 하면 이제는 이런 상황은 뭐, 어쨌든 익숙해버려져야 한다. 그러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사이에 나는 완전히 로봇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려 '나'라는 것은 결국 '나의 뇌'를 지칭하는 것이지 '나의 몸'을 지칭하지는 않는 것으로 되어버리고 사람이 아닌 인형으로 취급되지만 사람이었을 때보다 소중히 다뤄지는 반어가 있었다. 그 반어 속에서 물리적으로 유리되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면 아플리 없는 머리가 지끈거린다할 정도라면 이해할까. 사람으로 살면서 사람들은 적어도 서로 편가르기 좋아하고 본질이 사람인 나도 그곳에서 평생 자유롭지..
섬은 아름답다. 다만 그것 뿐이라서 슬플 뿐이다. 오늘도 정원을 가꾸고 온실을 돌보고 숲을 산책하며 열매를 모으고 물가에서 마실 물을 길어왔다. 그리고 아이와 요정, 동물들과 함께 폭신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불을 지펴놓은 채로 내리는 바람에 철길을 따라 혼자서 내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붙잡아서 차고까지 몰고가며 철길 위로 놓인 전깃줄이 아직 팽팽한가 살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섬은 빛났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계속 그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차고에 도착했을 즈음에 나는 피곤해져서 잠시 근처 풀밭에 누웠어. 그리고 예전 기억이 한데 뒤섞인 악몽을 꾸었다. 이 섬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사람들이 하유라는 섬나라로 갈 때, 나도 그 안에 있었지만 의외로 사람들과 같이 살기 싫었던 나머지, 나만 통나무 배를 타고..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 온실 속에 살아요. 세상을 잘 몰라요. 세상이 무서워요. 지쳐서 쓰러지면 여우가 폭신해. 목 마를 때면 샘이 눈 앞에. 우울하지만 반짝이는 세상 속 왕자님같은 인형은 어느새 세상 밖으로 끄집혀졌어요. 보통의 못생긴 아이로 현실을 살면 이렇게 형편없어지던가요. 조금 더 걸어가면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현실 속에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어떤 온실 속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이 있었어요. 죽어서 다시 자신의 온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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