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역시 실패다. 이런 실력으로는 언덕길 근처에 가기도 힘들다. 하필이면 수동변속기가 달린 자동차를 모는 바람에 이렇게 된다. 또한 여기 사는 모두가 자동차를 별로 안 좋게 본다는 것도 한몫한다. 오르막길 연습을 하고 있노라면 차라리 걸어다니라는 듯이 힐끗 쳐다보고 가는 모습이 특히 그렇다고. 사이드브레이크는 걸지 않은 채로 움직이려니 자꾸만 시동 꺼지고 뒤로 밀려서 힘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떻게 하면 이놈의 자동차를 가만히 둘까 생각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포기는 쉽다. 그리고 재빠르게 반클러치 잡고 브레이크 밟던 발을 액셀로 옮겨본다. 조금 밀렸다가 앞으로 간다.
빵빵. 경적을 울린다. 여름에도 웬만해서는 23도까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외따르고 작은 섬나라 하유에도 여름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이 왔다. 나는 경적을 울린 이유만큼 왼쪽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중앙선 넘어 유턴한다. 꽤나 쉬운 작업이지만 폭염이 잡아먹는 마음 속 여유가 나를 점점 건조한 사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럴 이유가 단 하나, 폭염으로 인해 돌아버릴 것 같은 지금 상황과 공방제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안 달려 나온다는 것이 그러하다. 유턴을 끝내니 전부 경적을 울리며 내 뒷쪽의 흐름도 유턴하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 나는 중앙에서 남서로 가려던 중에 상록으로 유턴했다. 적어도 숲 속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차량운행제한 표지와 여기서부터 상록구라고..
우선은 폰 자체가 끊기지는 않았으니 주택공사 전화번호 찾아서 전화를 건다. 나 좀 살려달라고, 직원이 와서 대문을 쇄정하고 가버렸는데 나가지 못하면 집세를 벌기 위해서 일 찾으러 나가지도 못한다고 연락을 취하기는 했다. 또한 푸른 요정은 바깥에서 쇄정장치를 풀어주려고 하다가 눈에 생기가 나간 채로 그저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대문 쪽에 난 작은 창문을 두드려 푸른 요정을 불렀다. 그리고 자기를 '루미'라고 불러달라고 힘 없이 얘기한다. 근데 있잖아, 요정이 자기 이름 가르쳐 주면 마력이 반토막 나지 않아? 그런 질문에 대답은 아깝다고 하는 푸른 요정 루미였다. 에스페란토로는 '빛나다'라는 뜻이고 핀란드어로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라는 뜻인데 이름 귀엽다고 하니 지금도 현실도피하냐며 굶어죽으..
…오랜만이에요. 이제 밀물이 들어와요. 누에섬에 들어와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았어요. 나가라는 사이렌. 서둘러 나가는 사람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았어요. 탄도항 쪽으로 가면 나는 싫어요. 왜냐하면 여기 그대로 몇 시간이고 있고 싶어요. 사람은 두렵고 도로는 좁아요. 화성 쪽으로 나가면 오히려 더 무서워요. 이제 그만 나를 붙잡고 쥐어흔들래요? 참 귀찮군요. 이제 다시 썰물이 되어서 나는 탄도항 쪽으로. 모두 떠나버린 이 조그마한 어항에는 아무도 없이 그저 작전 해안이라는 것으로 군인들에게 총 안 맞게만 숨어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지요. 자동차 시동을 켜고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바닷둑을 건너가겠죠.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 채….
한숨 나오는 동시에 어디론가 가고 싶어져서 전차 정류장에 섰다. 그런데 전차 정류장 뒷편에 버스가 더 먼저 올 것이 뭐람. 그런데 누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한숨 깊게 쉬고 건드린 방향으로 바라보니 봄이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재수 없는 쫄보 소년인형 주제에 이제 나한테는 쫄지 않게 된건가. 뭘 어째.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으니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그러자 쫄보 스위치가 켜져서는 얼굴을 붉히고 딱히 없다고 술술 부는거 뭔데. 가벼운 한숨을 쉰다. 나는 원래 가려던 데로 간다. 북동쪽의 숲이기는 한데 구 전체가 숲이고 내각결의에 의해서 통제되는 두 개의 구 중의 하나인 상록구가 그 곳이다. 카페거리에 가기 위해 트램을 타면 여기를 지나가는데 항상 궁금하고 특이한 곳이라서 생각해서 말이다...
Mili의 "Cerebrite", 화성 8155번 버스와 수원 7770번 버스, 과천 방면의 사당역 버스 정류장, 포천 3100번 버스와 남양주 8002번 버스, 잠실역 환승센터, 포천의 닭장트럭, 700번 시외버스와 안산 3102번 버스, 강남역우리은행 버스정류장. 원래 수원 7770번 버스를 타야 할 사람이 인파에 밀려 화성 8155번 버스를 탄 바람에 향남으로 가는 버스 차창을 보고 발작한다던지 꽉 찬 포천 3100번 버스가 포천시 경계 표지판을 지나니 닭장트럭으로 변한다던가 남양주 8002번 승객들의 한이 쌓여서 롯데월드타워가 샤우론 타워로 각성한다던가. 강남역우리은행 버스 정류장에서 700번 시외버스나 안산 3102번 기다리는데 꼭 자기가 기다리는 버스마다 그냥 지나치거나 안 오거나 해서 그러면..
차 안에 불이 붙었다. 반월동사무소 인근 진입도로였다. 그렇게 하루를 돌아왔을까. 하지만 이미 나는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평소처럼 출근하고 내 일만 묵묵히 하다가 잘렸다. 이유는 내가 자본의 축적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라 그렇겠지. 맹한 인상의 남자는 어느 업무에서도 환영받는 입장이 아니며 내가 꽤 몽상을 꿈꾸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마음은 이미 사뿐히 떨어져버린 탓에 쉽사리 동여의도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증권거래소 앞의 황소상 앞에서 짜증을 내보고 국회의사당을 바로보는 그 도로에서 확 소리도 질러보고 서울교를 건너 영등포로터리로 넘어오면 짜증이 더 밀려온다. 그렇게 나는 다 지쳐서 겨우 내 차를 세워둔 지하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내가 다 지친 표정으로 짐정리하러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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