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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시문

대전유랑

두번의 봄 2018. 6. 4. 21:52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것 같았지요.
대전 가는 급행 아닌 급행열차 객차 안에서 나는
당최 무슨 생각으로 지루히 앉아 있었는지.

신탄진철교를 넘어가면
군급 동네에 처음으로 들어왔다는 담배공장,
그리고 고속철도와의 합류지점 후, 대전에 도착합니다.

모두들 대전은 그냥 볼 것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좀 다른데요.
참 푸르러서 좋습니다.
시내버스가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만요.

적당히 비싼 푯값에
적당히 먼 곳.

나는 그렇게 항상 들르는 으능정이와
그 안의 성심당과 정부대전청사와
그 건너편의 한밭수목원과
그 옛날에는 엑스포 회장으로 들어가는 다리로 향하며

가만히 갑천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갑천을… 노려봅니다.

폐허가 된 한빛탑 주변에서 눈을 돌려도
국립중앙과학관 쪽으로는 가지 않을겁니다.
볼 것이 없으니까요.
차라리 플라네타륨은 어떨까요?
예약제일지도요.
과천도 그러니까.

차라리 705번을 잘못 탄 척하고 대덕과학연구단지 한 바퀴.
결국에는 탑립이라는 여기가 세종인지 대전인지 분간이 안 되는 동네로 와서
아아 과학의 도시 외곽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구나 느끼다 연기를 능숙하게 해서
다음 버스는 어느 버스냐고 놀라봅시다.

다시 돌아오는 버스는
이제 대전을 떠나게 할 버스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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