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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안 써져요

두번의 봄 2020. 9. 3. 16:12

지루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맑고 깨끗한 정원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지루함을 덜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동네라도 걸어서 나가보기로 한다. 하유의 서늘한 여름 날씨가 포근하기만 해서 일단은 카디건 하나만 걸쳐도 괜찮을 지금. 어차피 동네만 돌다가 끝날텐데 뭘.

트램과 자동차가 같이 쓰는 도로 위 횡단보도를 지나 시험정원에 들어서면 여름의 해당화가 피어있거나 하고 미여울에서 날아온 거위가 꽥꽥거리며 뭔가를 뺏으려는 듯이 낮게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없어. 으아아악. 거위가 막 푸덕거리며 다가오기에 일단 거위를 피해 시험정원을 나와 남서중앙으로 나온다. 자동차 쇼룸과 그 옆에 있는 카페, 그리고 웃으며 다가오는 인형 하나. 하지만 지금 어울려주지는 않을래. 너도 다른 친구가 있겠지 하니까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도끼눈을 뜨는게 실수했다는 것을 잘 알려주지.

대형마트 안으로 들어오면 살 것은 없고 물욕은 생긴다. 돈은 안 갖고 나왔고 카드도 없고 하니 오늘은 뭐가 저렴한가 살펴보고 그저 나올 뿐이다. 미여울 강변으로 나오면 낚시를 하거나 그냥 쉬는 누군가도 있고 그런 가운데에서 내가 또 뭘 하나 싶은 기분에 안 적히는 글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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