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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디자인의 작은 차체에 1L 이하의 원 로터 반켈엔진, 3단 이상의 수동변속기, 네 명이 탈 수 있고 트렁크에는 여행가방 두 개 이상이 들어갈 것과 고속도로 주행을 보장하기 위해 공랭과 수냉 중에 적합한 형태를 취할 것, B세그먼트의 보편적 정의를 초과하지 말 것"
정부로 받은 주문은 나를 벙 찌게 했다. 이건 하유국 공업수준으로는 자살하라는 소리입니다라고 했는데 정말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유에는 철공소가 없고 또한 만들기도 힘들다고 말했고 이런 엔진은 애저녁에 다른 제조사들이 해보고 던진 물건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엔진을 사오면 된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을 뒤져서 하유로 배달이 되는 원 로터 엔진을 구해본다. 그리고 철판이 얼마나 남는지, 엔진을 고르기도 전에 손님이 취소시켜서 변속기만 달려있는 불쌍한 반조립이 있는지 공방을 살핀다. 마치 속에서 로터가 악마의 발톱으로 내 위장을 긁는 듯하다.
주문은 한 달이 걸려 내가 올해 주문받은 140대 중의 140대가 마무리 되고 있을 때 쯤에 철로 된 것들이 왔으니 관세 내라고 국제터미널에서 연락이 오는 것으로 나에게 전해졌다. 관세를 깨나 뜯기고 나중에 정부측에 청구하면 되겠지만 일단 내가 연구를 위해서 하나 들여오는 것은 거기에 포함이 되려나 그것이 걱정이로다. 그렇게 조립 매뉴얼을 검색해 조립하고 주유소에 가서 여어 E5로 말통 한 가득 달라 하면 휘발유도 준비 완료다. 조립에 몇 개월, 제대로 돌리는데만 며칠이 걸렸고 조정에는 몇 년 걸리겠지. 일단 굴러만 가면 되는거라 손님이 취소해서 난감해진 클래식 미니에 일단 얹어보고 마무리했다. 연료라인과 전기계통 다 만지고 검사소까지 끌어가서 시험을 보고 나라에서 과제를 받았노라 말하고 과제임을 증명하는 문서를 복사하고 임시등록 하고 임시번호판 달고 일단은 끌어서 공방으로 도착, 반켈엔진이 달린 미니에 시동을 걸고 시험 삼아 낮은다리로 간다.
가을이 찾아오는 해수면에 닿을락 말락한 잠수교는 제한속도 60에 소통원활이었다. 바바바방거리는 소리를 내며 매연이 나오는 미니를 보고 얼굴이 일그러지는 부류도 있었지만 이건 나라로 부터 받은 과제다, 내 잘못이 아냐. 또 나를 귀양보낸다면 그 때는 고소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더욱 더 법규를 준수하고 북동쪽의 카페거리로 향한다. 오늘은 좀 특별해 보인다는 주인장 인형에게 늘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레몬 타르트를 부탁하고 일단 주문이 나오기 전에 보닛을 열어본다. 엔진이 과열되기라도 했으면 큰일난다. 그런데 그런 일은 없을 성 싶고 내가 나갔다 들어오니까 주인장은 깜짝 놀라. 아, 미안.
그렇게 정부가 내어준 과제를 푸느라고 고군분투하지 않는 매일이 지나가고 그렇게 시제차를 공개하니 이미 있는 디자인은 문제가 많다, 새로 뭔가를 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속이 뒤집힐 수밖에. 이보시오, 남동쪽에서 자동차 공방을 운영하며 욕이란 욕은 다 들어봐서 이제 아무렇지도 않소만 나보고 자체개발 하라는 소리는 정말 자살하라는 소리라오. 다들 수군거리고 그러면 그냥 이미 있는 차체에 반켈 엔진만 얹어서 시제차라고 내놓은 이유가 그것인지요 하면서 허허거린다. 높은 놈들은 자동차가 마법으로 만드는 줄로 아는 것 같아서 그저 그랬다. 그들은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일단 해외에다 엔진을 만들어 줄 곳을 찾아놓겠고 지금 생산 중인 자동차에 다른 엔진만 달아줘봐라 하고 전부 흩어졌다.
그래, 만들기의 어려움만 알아줘도 나는 거뜬해. 그리고 시제차로 만든 녀석의 구조변경을 신청하고 엔진블록을 두 개 더 주문한다. 원 로터라니 미쳤나 싶어서 쓰리 로터로 개조하고 탈 만하면 토끼를 뜻하는 에스페란토 단어로 이름을 지어줘야지. 그렇게 일단은 올해의 주문이 완료되어서 할 일이 없던 차에 할 일이 생겨 기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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