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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어요. 그래서 남동에서 북동으로 가는 잠수교는 물에 잠겼습니다. 스쿠터를 타고 나가는 일은 비가 온다고 끝나지는 않지만 오늘은 별 수 없이 고속도로를 타야 하겠네요. 통행료가 짜증나서 이용하기 싫지만요. 하지만 그게 뭐, 내야 하면 내야하는 것이겠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렇게 최고속도 110의 고속도로로 들어갑니다. 자동차들 사이로 추월하는 것은 하유섬에서 불법이라 얌전히 3차로를 밟고 갑니다. 비가 많이 와서 오히려 하위차로가 위험한 날이에요. 큰 차는 많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꽤 무서워요. 계속해서 고속도로를 따라 가는 것은 무리이기도 해서 상록숲 쪽으로 돌을 맞더라도 상록숲을 지나서 가야 하겠죠. 휴게소를 지나쳐서 시속 100을 맞추며 요란스럽게 움직이고 헬멧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곧 상록숲으로 나가는 출구니까 다행이지만요. 방향지시등 켜고 상록숲 쪽으로 나가줍니다.
다행히 돌 맞는 일은 없이 북동쪽 친구네 집에 도착했어요. 날은 마침 밝아왔지요. 다만 친구네 집을 본 나는 짜증이 났어요. 나는 비싸서 가지지도 못하는 네 바퀴 달린 자동차가 차고에 들어가 있고 왠지 비싸보이는 단독주택의 대문이 열리며 놀란 얼굴의 친구가 나왔어요. 기분 상했죠. 수준 차이가 나니까 나를 싫어할거야 하면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아이가 먼저 나를 살피는 것 있죠? 아는 척하기 싫었어요.
친구네 집에 간 것도 오랜만이고 이렇게 수준 차이가 나서 짜증난 것도 오랜만이에요. 얼굴 찡그리고 차를 대접받는 나를 걱정스럽게 보는 친구라는 녀석. 그리고 참 좋겠네, 집도 자기 거고 제대로 된 자동차도 있어 흘기죠. 그러자 그것 때문에 기분이 상했나 싶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속도로로 왔다면 대단히 힘들었겠다 하는데 상관 없어. 내 스쿠터는 120까지는 낼 수 있거든. 최고속도 80 넘으면 상관 없잖아? 계속 그런 얘기만 하던 나를 용서해주길 빌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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