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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스튜와 이방인

두번의 봄 2025. 2. 17. 18:36

누군가의 대문을 두드려요. 적어도 스튜 냄비를 받아달라고 말하고 일단 불가에 올려놔요. 적어도 하유섬에서는 이렇게 사과하고 싶은 상대에게 스튜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고 하니까 그냥 피식 웃는데 비웃는 투네요. 당신이 이방인이라고 예외가 될 줄 알았어요?

이방인이라고 하유에 사는 사람들이 호의를 보이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요. 적어도 여기 사람들은 느긋하게 사는 것과 녹아내리는 마음을 좋아하고 화석연료를 쓰지 않고 합성연료를 쓴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에요. 결국 모든 것이 돌고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거죠.

자동차보다 이륜차와 자전거를 타며 서로가 어떻게 하면 불쾌해 하지 않으면서 먼저 가라고 양보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여기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 연극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하세요. 여기 일하러 왔다가 여긴 요정들만 산다며 미쳐서 자기 나라로 돌아간 사람들은 많아요.

마침 스튜가 다 끓었네요. 여기에는 쇠고기랑 타임과 같은 향신료, 간장과 기름 약간이 들어갔어요. 비트랑 순무도 건더기로 들어갔고요. 그러면 냄비 가지러 나중에 다시 와도 되죠? 차를 마시고 가라고요? 왜 갑자기 저에게 호의적으로 나올까요. 처음에 제가 스튜 냄비 들고 오니까 비웃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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