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아직도 풀지 못한 여러가지가 정체되어 한창 막히는 도로와 같은 형국이 되었다. 앞을 다시 보았다. 안개가 짙어서 아무런 형상도 보이지 않는, 또한 볼 수도 없는 정도이다. 이런 삶이란 도로는 항상 지나기 힘들다. 경적을 울린다고 해도 메아리 쳐서 괴롭다. 그 메아리가 계속 도로 위에서 울려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안개가 짙은 나머지 차선도 보이지를 않는다. 이런 장난도 장난이 없다. 이대로 곧장 나가다가는 차선을 어기고 사고가 나고말 터. 좀 어떠랴. 인생에 정해진 길이 있긴 한가. 샛길로 가자하니 안개가 자욱해서 그것도 안 된다. 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또한 민폐가 된다. 샛길로 가면 위험하다. 모두가 이 길로 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자동차를 돌릴 생각도 못한다..
빵빵. 경적을 울린다. 여름에도 웬만해서는 23도까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외따르고 작은 섬나라 하유에도 여름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이 왔다. 나는 경적을 울린 이유만큼 왼쪽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중앙선 넘어 유턴한다. 꽤나 쉬운 작업이지만 폭염이 잡아먹는 마음 속 여유가 나를 점점 건조한 사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럴 이유가 단 하나, 폭염으로 인해 돌아버릴 것 같은 지금 상황과 공방제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안 달려 나온다는 것이 그러하다. 유턴을 끝내니 전부 경적을 울리며 내 뒷쪽의 흐름도 유턴하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 나는 중앙에서 남서로 가려던 중에 상록으로 유턴했다. 적어도 숲 속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차량운행제한 표지와 여기서부터 상록구라고..
차 안에 불이 붙었다. 반월동사무소 인근 진입도로였다. 그렇게 하루를 돌아왔을까. 하지만 이미 나는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평소처럼 출근하고 내 일만 묵묵히 하다가 잘렸다. 이유는 내가 자본의 축적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라 그렇겠지. 맹한 인상의 남자는 어느 업무에서도 환영받는 입장이 아니며 내가 꽤 몽상을 꿈꾸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마음은 이미 사뿐히 떨어져버린 탓에 쉽사리 동여의도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증권거래소 앞의 황소상 앞에서 짜증을 내보고 국회의사당을 바로보는 그 도로에서 확 소리도 질러보고 서울교를 건너 영등포로터리로 넘어오면 짜증이 더 밀려온다. 그렇게 나는 다 지쳐서 겨우 내 차를 세워둔 지하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내가 다 지친 표정으로 짐정리하러 들어..
국도 42호선. 이 국도가 어디로 이어지는 지는 얼마나 중요하지 않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좀 난감하다. 변속기의 플러스 마이너스를 딸각이며 실상으로 보자면 액추에이터가 대신 해주는 변속을 즐기는 꼴은 마치 내가 운전 조무사가 된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309번 턴파이크로 들어간다. 어디쯤에서 운전대를 꺾어야 하는지는 도로의 모양이 말해주고 있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청계산 자락의 어느 풍경을 지나 잠시 배가 고파져서 의왕톨게이트에 차를 세운다. 직각주차에 익숙하지 않기에 미안하지만 남의 차를 긁는 동시에 내 차도 긁었겠지. 그렇게 편의점으로 들어가 킷캣 하나, 민트 카페라떼 하나 사서 좀 마시고 있다가 자기 차가 긁혔다고 짜증내며 그대로 서울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는 얼간이 새끼가 떠났고 나는 내가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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