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화다운 대화의 형식을 제게 알려주었으면 해요. 저는 대화다운 대화를 못하고 있고 그게 뭔지도 몰라서 사람들한테 진짜 말하는 법을 모른다고 한소리 듣는데 도대체 대화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요.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람보다는 인형에 가까운 저는 사람을 어떻게 알아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저도 사람된 이상, 외람되지만 알아야 해서 말이에요. 사회성 떨어진다고, 아는 것만 많고 생각만 많고 다른 것은 다 안됐다고 듣기는 더 이상 싫어. 비유를 들면 대부분 못 알아듣더라고요. 그리고 어려운 이야기라면 테세우스의 배라던가 거짓말쟁이 크레타인같은 얘기를 말하나요? 그리고 평범한 일상은 무엇이고 관심사가 같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은 어떻게 다른 사람과 친구가 되는거죠? 사회성이 떨어..
향기로운 차를 준비해 놨고 달콤한 과자도 준비했어요. 알아차리고 와주세요, 병든 심리의 가시덤불과 알 수 없는 명제의 숲 너머로. 숲 속, 답이 존재할 리 없는 딜레마를 헤치고서요. 여기, 내가 준비한 것들은 당신을 위한 것. 하지만 당신은 주머니칼로 나를 죽이려들고 나는 알아버리죠. 나는 있으면 안 돼. 남에게 폐만 끼치는 멍청이잖아. 그러면서 가시덤불이나 딜레마 명제의 숲을 얘기하면 나는 모를 수밖에 없어요. 나는 여기에서 줄곧 있었으니까요. 숲 속이나 숲을 가로질러 있는 곳은 모르니까 가르쳐달라고 순진하게 웃으면 목을 긋고 목을 긋고도 피가 흐르지 않아 몇 번이고 찌르고 그렇게 귀엽고 하얀 모습이 망가져버리면 그것이 매우 달콤한 악몽이겠죠. 후회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이미 망가져있어요. 애초에 망가져..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들은 공포다. 그래서 그 공포를 무마하기 위해 모르는 것도 안다고 하며 관철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공포에 빠져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하지만 모르는 것을 인정해서 해결할 수 없는 공포에 빠지는 것이나 아니면 관철의 과정에 격정이 올라오는 것이나 비슷하다면 둘 중에 하나만 하게 되었으면. 그리고 알아야 한다는 것은 그 만큼이나 많은 판단을 요구하는 복잡한 체계에 갇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이나 사람에게 실망하는 누군가도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들은 사람 대신에 인형을 좋아하기도 한다. 인형이 아니라 그 다른 무언가일 가능성도 높다. 대다수는 마약에 손을 대거나 재미로 사람을 죽이거나 돈에 미쳐서 무슨 일이든 한다. 이렇듯 쾌락범으로 굴러떨어지는 부류보다야 인형에 매료..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사라져버린 기억은. 이제 어느 망해가는 카페 한 자락에 앉아서 저물어가는 석양을 쳐다볼 뿐. '그 때의 나는 참 순진해빠졌지요'라면서 다 비우지 못한 커피잔이나 보며 '꽤 비싼 커피일텐데' 하는 나는 이제 다 죽어가는 몸. 자, 무엇을 원하나요? 설마싶지만 좋으시다면 오늘 저녁으로 제 고기를 먹는 것은? 어차피 쓸모없어서 치이는 것보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히는 것도 나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무리. 나는 또 버스타고 집에 돌아갑니다. 가로등이 통곡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통과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사라져버린 행복은.
눈을 뜨면 나는 정원에 있었다. 아무래도 나의 꿈이라는 것은 생각해봤자 건강해지지 않는 느낌이 나지만 여하튼 이곳은 꿈과도 같았다. 정원을 걸으며 상쾌한 향이 나는 박하와 진정하게 해주는 향의 라벤더, 특이한 향의 백리향이 바람에 흔들려서 향기로웠다. 저 너머에서 새하얀 아이가 손을 흔들며 나를 반긴다. 만나서 반가워. 오늘은 날씨가 좋네라고 인사를 나누면서 서로를 상냥하게 대해준다. 섬에는 봄과 가을 밖에 찾아오지 않아서 춥지도 덥지도 않고 이 섬에 사는 사람은 나, 단 하나. 나머지는 숲 속의 순한 동물들과 착한 요정, 그리고 내 마음을 깃들인 새하얀 자동인형들. 그렇게 모두가 여기의 다정함에 조금씩 물들어가며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만들어나갔다. 결국 아무도 없는, 아름다운 곳이라서 조금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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