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이 있었다. 인형과 요정과 사람이 함께 사는 마을.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는 아니다. 옛날 이야기라면 내가 이 이야기를 쓰고 싶지도 않았을거야. 그렇게 어느 마을을 내가 방문하게 된 것은 아마도 길을 잃고 추위에 떨다가 괜찮으면 이리로 오라는 상냥함에 이끌려서겠지. 그리고 나는 그 상냥함에 부합하는 대접을 받았다. 그 마을의 모두는 남을 보살펴 줄 여유를 가지고 있었고 마음씨는 모두 기본적으로 마음씨가 착한데다 여리기까지 했다. 어떤 아이가 긴팔 옷소매를 자꾸 잡아당기기에 무엇 때문에 그러나 자세히 보니 그 아이에게 구체관절인형의 관절 비슷한 것이 보였던 것도 있고 그리고 내게 무슨 상처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어떤 하인 복장의 누군가가 내 무릎을 살펴 쓸린 상처를 찾아내..
한숨 속에 속만 탄다. 어느 날에는 누군가 나에게 일을 떠넘겼지. 그래서 그 일을 다 해주고서 일단은 이 정도 하고 좀 더 열심히 해달라고 우회적으로 말해도 나는 그게 너는 뭐하는 꼴이냐라는 욕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완전히 나만 욕먹고 일 더 하는 꼴을 참다 못해서 밖으로 나왔다. 자동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그렇게라도 튀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무단으로 퇴근하고 고과에 무단퇴근 몇 회가 올라가봐야 그것이 삶이라 생각이 퍼뜩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차고지증명을 낸 장소인 근처 전철역 파크앤라이드에 차 세워놓고 전철을 기다렸다. 약 10분 뒤에 남서궤도선까지 직결로 들어가는 열차가 나를 집 앞까지 데려가 주었다. 이야, 튀는 맛이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하면서 집 문을 열기 전, 떠나가는 전철에..
별난 숲이 하유섬에 있지요. 하유국 건국초기에 많은 도움을 준 요정들이 사는 곳이라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록숲이 그래요. 이 곳 때문에 하유국은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합성연료와 바이오연료를 선택했고 공장 대신에 정원이 되기로 선택했다고요. 내가 그런 숲에 산다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지 모른다며 오늘도 숲 속의 약초나 야채를 수확하러 가요. 숲 속에 정해진 길을 따라 모든 움직이는 것들이 달리는데 숲의 입구까지 타고 온 전차삯이 미묘하게 올라서 얼마나 많은 야채를 캐야 그 정도를 벌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엄청 맛있는 녀석을 찾아서 바구니에 넣고 숲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주지요. 가을은 찾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 때 나오는 약초나 야채도 그다지 종류가 많지는 않아요. 나..
빵빵. 경적을 울린다. 여름에도 웬만해서는 23도까지만 기온이 올라가는 외따르고 작은 섬나라 하유에도 여름 한낮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폭염이 왔다. 나는 경적을 울린 이유만큼 왼쪽 창문으로 손을 내밀어 미안하다는 표시를 하고 중앙선 넘어 유턴한다. 꽤나 쉬운 작업이지만 폭염이 잡아먹는 마음 속 여유가 나를 점점 건조한 사막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럴 이유가 단 하나, 폭염으로 인해 돌아버릴 것 같은 지금 상황과 공방제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안 달려 나온다는 것이 그러하다. 유턴을 끝내니 전부 경적을 울리며 내 뒷쪽의 흐름도 유턴하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그렇게 나는 중앙에서 남서로 가려던 중에 상록으로 유턴했다. 적어도 숲 속은 시원하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다. 차량운행제한 표지와 여기서부터 상록구라고..
일단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 치고는 너무 멀리 와버렸구나. 여기, 이 미여울 강가를 계속 따라오다보니 나는 지금 상록숲 어딘가에서 길을 잃어버린 모양이 되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다. 정말로 어찌된 영문인지 지치지도 않고 제 발로 여기까지 걸어오다니 왠지 상록숲이 본격적으로 개발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인 숲 속의 요정 때문인가 싶어서 이 동네를 통과해가는 택시나 트램을 찾았다. 그런데 택시는 잡히지를 않고 트램은 한 시간 간격으로 북동쪽으로 향하는 것 뿐이니 이제 내가 남서쪽으로 돌아가기는 틀렸다는 생각만 팍 드는 그런 상황인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은 이제 필사적으로 이 숲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어쨌든 여기도 하유섬이다. 헤매다보면 길이 나오겠지 ..
몽환적이에요. 자동차를 몰다가 잘못 들어온 숲 속은 고요하고 몽환적이었습니다. 나는 차를 세우고 숲 속을 거닐다 다시 자동차로 돌아가 시동을 켜고 1단까지만 넣고서 천천히 숲을 돌아보지요. 모두들 천천히 가는 자동차를 신기하게 여기지만 나는 어쨌든 길을 잃은 셈이에요. 숲은 아름답지만, 우선 가야 할 목적지가 있으니까요. 그런게 여기 대단해요. 구청도 따로 있고 사람들이 나에게 어디로 가야 북서인지도 가르쳐주네요? 즉, 저는 졸음운전으로 저 세상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죠. 공장에서 바로 나온 당밀 한 통을 사려고 자동차를 타고 왔는데 숲길로 잘못 들어와서는 길을 물어물어 북서로 가는 그거 말이에요.
이상하지. 나는 분명히 시간표를 지켜서 승강장에 나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열차가 문 닫고 떠난거 있지? 그래서 오늘은 늦을 것 같다고 연락하니 자기도 길이 막히거나 잘못 튀어나온 자동차를 박아서 그럴거라고 생각하니까 천천히 오래. 아니, 열차를 놓쳤다고 트램이 자동차를 박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어찌되었든 다음 열차는 엄청 기다려야 있는 모양이고 나는 그렇게 최소 개찰시간 네 시간 안에는 내가 가는 방향의 전철이 오겠지 하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내가 타야 할 전철은 정말 늦게도 40분 뒤에 도착했다. 완전 늦은 것이다. 이렇게 늦어버린 이상에야 엄청 미안하다고 해야 하겠지. 전철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하유섬이 마치 정원이라도 되는 양 아름다웠고 자동차와 같이 달리는 병용구간을 지나쳐 지하로 들어가며 급행으..
부다다다다닥. 아 진짜 시동이 안 걸린다. 안 걸리는 시동을 적어도 10분 안에는 걸어야 하는데 초크를 끝까지 당겨도 시동은 부다닥에서 멈춘다. 어차피 이런 녀석을 일상적으로 타고 다닌다는 것도 매우 이상하게 생각되는 일이겠지만 일단은 이런 차라도 감사하게 타고 다녀야 하겠지. 낡은 물방울 모양의 자동차를 타며 고속도로 하위차로의 모두에게 눈총이 섞인 신기함과 경외스러움이 그 자식들의 선팅된 차 유리 너머로 느껴지는 듯하다. 아이 부끄러워. 물방울 같은 이 차를 공방에서 만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미 계약해놓은 미니를 취소하고 이세타로 다시 받아왔다. 부들부들 떨리고 크기도 작아서 동네를 잠시 돌아보는 데에는 좋지만 그 외의 일로는 별로라는 실제 이용자의 말을 들어보자. 크기가 작아서 칼치기를 할래..
자동차 시동은 잘 걸리지 않아서 초크를 좀 더 열고 액셀을 밟으며 다시 시동을 걸어보았지요. 그래봤자 부다닥거리며 시동은 걸리지 않아요. 오늘도 그냥 걸어가야 겠네요. 어차피 여기는 여름도 사늘하니까요. 그렇게 옥수수와 콩을 심어둔 쪽으로 걸어가요. 천천히 걸어가면 물가가 나오고 양동이에 물도 긷고 내가 왜 자동차와 부족한 먹을거리 때문에 이 섬을 나갔다가 돌아와야 하는지 혼자 스스로에게 욕도 하면서요. 하지만 그래서 뭔가가 되는 것도 아니라서 숲을 벗어나 제일 먼저 마주치는 무화과나무에서 무화과를 따먹어요. 달고 물기 많아. 자동차는 앞으로 나가지를 않아서 뭐가 문제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또 마을로 나가야 하는 것일까나요. 아마도 부조다 뭐다해서 나에게 엄청난 돈을 뜯어내려고 할지 몰라요. 하지만 자동..
밤새 충전시켜놨던 차에 시동을 건다. 그리고 천천히 내달린다. 소리 없는 그 느낌이 좋다만 앞으로 누가 지나가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런 조용함에 취해서 졸면 안 된다. 그렇게 차를 몰아서 일단 환승주차장에 세워놓고 다시 열차에 오른다. 여기에서는 파크 앤 라이드가 일상이라 이렇게 해도 다들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에서도 하유에서는 화석연료 대신에 합성연료를 쓰는 나라이니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표어가 돌아다니고 선하고 순진하고 차분한 국민성의 사람들은 그것을 잘 지켜주니까 그런 애매함의 일종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파크 앤 라이드가 불편한 점은 내 자동차가 계속 충전기에 꽂혀있는 통에 계속 내게 차 빼달라고 연락이 오는 정도이다. 그런데 나도 사실은 설치 중인 그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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