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엇에 비유하고 있지? 인형, 요정, 안드로이드, 그저 그런 사람, 고양이라고? 그것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을까? 왜 나는 그것에 나를 비유하고 있을까? 부족함과 불안함, 태생적인 우울함과 바보같음이 나의 삶에 얼마나 많은 방해를 주지? 호기심과 상냥함을 잃어버리고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과연 그것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것들을 잃어버리고 나는 강함과 힘을 얻었을까? 나는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호기심과 상냥함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하얀 꽃을 좋아하는 걸까? 유리종도 좋아하는 걸까? 은방울꽃과 블루벨 한 송이 씩 기르면 기분이 좋아질까? 왜 로즈메리하고 타임은 꼭 기르고 싶어질까? 나는 유리로 만든 종소리를 좋아할까?
새하얀 인형. 오늘도 꿈 속에 나타나 주었지. 항상 폭 안겨서 자기를 싫어하고 있냐고 묻지.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 너무 순하고 귀여운 아이지만 매우 우울하고 덧없는 아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한껏 귀여워해줄 수도 없어. 나인 것 같아서, 이 아이가 우울해하는 이유가 어쩌면 나와 비슷한 이유 같아서. 어쨌든 그 아이는 정원섬에 살고 있는 굉장히 순하고 하얀, 그리고 웃는 얼굴이 귀여운 아이. 나는 오히려 그 아이랑 만나서 여러가지 말 없이 서로를 소중한 인형처럼 데리고 노는 것을 즐겼다. 서로의 이야기도 조금씩 나누고 귀여운 옷도 입혀주고 또한 서로가 가진 새하얀 무언가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했다. 모든 것이 아름답다.
"저는 하자품입니다. 어서 버려주세요." 나와 어느정도 같이 있었던 안드로이드 녀석이 갑자기 에러를 뿜은 것은 한 3년 전 정도였다. 자기를 하자품 내지는 검수가 되지 않은 불량품으로 취급하며 나한테 꼭 우울한 아이처럼 안겨서 울기도 하고 내가 돌아오는 시간 즈음에는 우울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수리를 맡겨도, 좀 이상한 것 같지 않냐고 그 아이에게 물어봐도 문제없다는 결과만 계속 나왔다. 안드로이드 녀석들이 우울증 걸리거나 하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고 자부하던 안드로이드 녀석들 수리에 짬이 차오른 수리기사도 '이쯤되면 평범한 사람의 우울증 수준'이라면서 모르겠다고, 리셋해드릴까 하는데 제발 이 아이 리셋은 하지 말아 줘. 그냥 우울한 안드로이드의 주인으로서 그 아이가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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