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브레이크를 풀고 액셀을 준다. 천천히 달리는 42번 국도가 쓸쓸하다.
나는 어디에 서있는 중일까. 어중간한 장소에 외발로 서서 모두가 위험하다며 내려오라는 그 장면에 바로 내가 있지. 그렇게 그 누구도 그쪽으로 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 위태로운 외줄을 타고있고 모두는 내가 타고있는 줄 밑에서 나를 걱정하면서도 내가 떨어지면 재미있겠다며 내기를 하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나를 바로 체포할 것 같은 경찰도 그 중에 있지. 모두가 힘든 와중에 내가 외줄을 탄다고 해서 모두의 아픔이나 위태로움이 사라지지도 않아. 그렇지만 나는 내가 이런 짓을 하는 것에 딱히 의미를 두지도 않는 걸. 이미 나의 의미는 종결되었으니까. 그렇게 모두가 나의 추락을 바라듯이 위를 바라보고 있고 그런 상황에 나는 당황하지만 천천히 줄을 타고 말지.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나가면서 이런 상황에서 그냥 죽..
전철은 이내 남서주택단지역에 섰다. 개찰구를 나와서 카드를 찍고 지상으로 나온다. 트램이 없어진지는 좀 되었다. 그리고 트램이 없어지는데 대해서 나는 반대의견을 냈지만 주변에서는 저심도라도 해달라고 하는 통에 내 의견은 소수의견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멀리 보이던 바닷가를 이제 버스 차창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그 충격으로 내 집 앞의 도로를 보지 않으려는 버릇이 생겨서 매우 당황스러운 요즘, 아무런 감흥도 없이 이제 다른 곳과 비슷하게 변해가는 하유섬을 우려하면서도 그게 시대의 부름이라면 하고 단념한다. 아무리 섬이 작아서 버스로도 한 바퀴 돌 수 있다고 해도 굳이 트램을 없애야 했나 하는 것 때문에 나는 이미 마음도 내 집 대문도 걸어잠갔다. 아무도 이제 열지 못하리. 그리고 며칠 후, 누가 감..
좋을 대로 행동하세요. 그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망쳤다. 그러고나서 모든 것이 절연되었다. 이건 전철이 지나가면 전등이 절반이나 꺼지는 그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연이 끊겼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그 때부터 끊어졌다. 그렇게 끊어진 관계를 이어보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매정하게 택시 뒷문이 닫히고 출발하고 만 그 시점에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그래, 돈 없어서 전철이나 타고 버스나 타고 다니는 내가 싫은 것이겠지. 착각이었다.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곱씹음이 멎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오히려 나를 옥죄는 스트레스가 되어 더 나를 괴롭히고 하고 싶은 일도 나를 과로하게 하는 경우를 낳았다. 그래서 뭐가 어땠느냐. 집 밖을 나서며 인사하는 인형 한 놈에게 욕을 했고 전철 ..
- Total
- Today
-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