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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사과 직거래

두번의 봄 2019. 7. 3. 23:01
천천히 좌회전을 한다. 직진해오던 차가 멈춰서 상향등을 한 번 반짝여줬으니. 공방제 자동차가 영 깡통같은 것은 참을 만하다. 어차피 자동차를 타던 전철을 타던 여기는 한산하고 편하다. 그렇게 좀 멀리 떨어진 과수원에 직접 과일을 사러 간다. 푹신푹신하게 까닥이는 공방제 자동차를 몰다보면 역시 이게 재미있는거지 하면서 단숨에 4단까지 단을 올리고 남동중앙 출구까지 내달린다. 북동쪽의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선한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변의 풍경은 서쪽과 동쪽이 서로 다르다. 서쪽이 비교적 번화했고 동쪽은 한가로운 어느 도시들의 교외와 같은 풍경을 보이고 있다. 소와 돼지를 기르고 풀과 나무를 가꾸는 고요한 정경인 것이다. 지금, 과일 직거래를 위해서 사과 농장으로 가고 있는 내 옆으로 지나는 풍경도 역시 그렇다. 공방제 자동차는 폭신폭신하게 통통 튀며 나를 사과 농장까지 데려다줬다. 내가 타고 다니는 이 공방제 깡통의 원본이 되는 녀석도 농촌의 우마차를 대신하려고 저렴하고 실용적으로 만든 녀석이랬나. 그렇게 과수원의 해맑은 인형 하나가 사과를 사러 오셨냐고 물어보고 사무실로 나를 안내한다. 안개가 낀 사과 과수원은 이상하게 맑았다. 그리고 사과를 준비할 동안에 드시라며 사과차를 대접하는 아이. 동네에서 사랑받는 소녀의 모습을 했지만 아무래도 또 무역상들에게 이딴 것들은 수출할 수 없다고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겠지.

나오라고 소녀인형이 손짓하면 홍옥 사과가 세 상자나 나와있고 타고 온 자동차의 짐칸에 가득 싣는다. 폭신해서 상자 하나씩 얹을 때마다 내려앉는 귀여운 자동차다. 그래도 괜찮냐 싶겠지만 괜찮아. 원래 이런 애니까. 그리고 사과차는 어떠셨어요 하면서 애틋한 듯이 가슴에 손을 얹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맛있었다고 대답하면 될까. 한숨을 크게 쉰 뒤에 무역상들이 너무 익어서 사지 않겠다고 해서 전부 설탕에 담가버렸다며 하나 주겠대. 그리고 최근에 가지치기를 해서 나뭇가지 필요하면 주겠다네. 그래서 나뭇가지도 싣고 직거래를 마쳤다. 사과차와 신탄, 그 정도를 더 갖고 간다.

자동차는 털털거리고 가스는 떨어져서 충전소에서 가스를 채우고 가는 길. 그새 메탄 가격이 조금 내려서 동전 하나 덜 내도 되는 것을 다행으로 치고 내 일터인 카페로 돌아가서 아몬드를 채우고 꿀을 넣어 구운 사과와 사과 타르트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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