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와 나를 연결하는 선에는 과전류가 흘렀다. 그냥 서로 사는 것이 지겨워 조금이나마 이질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고장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항상 정신을 잃고 수리당하기를 몇 번째 하면 이제는 이런 상황은 뭐, 어쨌든 익숙해버려져야 한다. 그러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사이에 나는 완전히 로봇과 같은 존재가 되어버려 '나'라는 것은 결국 '나의 뇌'를 지칭하는 것이지 '나의 몸'을 지칭하지는 않는 것으로 되어버리고 사람이 아닌 인형으로 취급되지만 사람이었을 때보다 소중히 다뤄지는 반어가 있었다. 그 반어 속에서 물리적으로 유리되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면 아플리 없는 머리가 지끈거린다할 정도라면 이해할까. 사람으로 살면서 사람들은 적어도 서로 편가르기 좋아하고 본질이 사람인 나도 그곳에서 평생 자유롭지..
해야, 져라. 뜨겁다.
진짜로 경사라서… …이렇게 걸어갔다. 초지동 아파트 단지의 집에서 반월공단 한가운데의 원시역까지 가는데 시간을 거슬러 우가우가 우가 차로 가는 줄 알았다. 그러하다. 우가우가 우가 차, "원시"시대…. 농담은 이쯤 하고 나는 정말 여러모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바로타라니! 요즘은 바로타가 유행인가 싶었다. 찍고 바로 탄대서 '바로타'인데 원시역이 그러했다. 기타 원시역의 다른 사진…인데 열차정보 전광판의 상태가… 원시…? 정말 언제적 LED 표시인지, 오늘 개통한 노선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설비인 것이다! 열차는 그냥 평범한 코레일 사양의 열차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이 노선은 민자라 출입문의 코레일 로고 상감이 없다는 정도다. 여기는 시흥시청역 전후로 나타나는 깡촌(…)이다. 꼴에 경기도 시흥시 연성..
그런 와중에 나는 또 뭐하고 있는걸까. 밤 사이에 갑자기 트램이 다니는 그 부분이 선로 깔린 복공판으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결국에는 도로파의 승리로구먼'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공사안내판에는 '해안마을 지하배관 점검 및 궤도 노반 고르기 공사 중; 남서선 노면전차는 그대로 이용 가능함'이라고 적혀있는데 과연 그것을 증명하듯이 바로 전차가 왔다. 앞으로 전차가 없어지겠구나 하면서 오늘도 망해버린 그 가게로 향했다. 탈세자 동결자산이 되어버린 가게 때문에 오늘도 일 못하는 신세가 된 나는 뭐가 되는걸까. 북동쪽으로 향하는 길. 상록숲이나 북동카페거리로 가실 분은 열차를 갈아타라고 알리는 열차는 이제 목서통역에 섰다. 그리고 상록숲을 가로지르는 전차를 기다리고 그렇게 북동카페거리행 전차를 끝까지 가서 네..
아무래도 오늘은 아닌 것 같았지요. 대전 가는 급행 아닌 급행열차 객차 안에서 나는 당최 무슨 생각으로 지루히 앉아 있었는지. 신탄진철교를 넘어가면 군급 동네에 처음으로 들어왔다는 담배공장, 그리고 고속철도와의 합류지점 후, 대전에 도착합니다. 모두들 대전은 그냥 볼 것 없는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좀 다른데요. 참 푸르러서 좋습니다. 시내버스가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만요. 적당히 비싼 푯값에 적당히 먼 곳. 나는 그렇게 항상 들르는 으능정이와 그 안의 성심당과 정부대전청사와 그 건너편의 한밭수목원과 그 옛날에는 엑스포 회장으로 들어가는 다리로 향하며 가만히 갑천을 바라봅니다. 가만히… 갑천을… 노려봅니다. 폐허가 된 한빛탑 주변에서 눈을 돌려도 국립중앙과학관 쪽으로는 가지 않을겁니다. 볼 것이 없으니까..
섬은 아름답다. 다만 그것 뿐이라서 슬플 뿐이다. 오늘도 정원을 가꾸고 온실을 돌보고 숲을 산책하며 열매를 모으고 물가에서 마실 물을 길어왔다. 그리고 아이와 요정, 동물들과 함께 폭신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불을 지펴놓은 채로 내리는 바람에 철길을 따라 혼자서 내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붙잡아서 차고까지 몰고가며 철길 위로 놓인 전깃줄이 아직 팽팽한가 살펴보기도 했다. 그렇게 섬은 빛났다. 다만 그것 뿐이었다. 계속 그 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차고에 도착했을 즈음에 나는 피곤해져서 잠시 근처 풀밭에 누웠어. 그리고 예전 기억이 한데 뒤섞인 악몽을 꾸었다. 이 섬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사람들이 하유라는 섬나라로 갈 때, 나도 그 안에 있었지만 의외로 사람들과 같이 살기 싫었던 나머지, 나만 통나무 배를 타고..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 온실 속에 살아요. 세상을 잘 몰라요. 세상이 무서워요. 지쳐서 쓰러지면 여우가 폭신해. 목 마를 때면 샘이 눈 앞에. 우울하지만 반짝이는 세상 속 왕자님같은 인형은 어느새 세상 밖으로 끄집혀졌어요. 보통의 못생긴 아이로 현실을 살면 이렇게 형편없어지던가요. 조금 더 걸어가면 죽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현실 속에서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어떤 온실 속 귀여운 자동인형 소년이 있었어요. 죽어서 다시 자신의 온실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게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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