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뭐 하나 진득하게 잡고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정신머리가 아니라 취직은 아득한 저 멀리로 떠나가고 있고 코로나 역병 관리체제가 끝나 마스크 벗고 여행이 가능하게 되면 공익 소집해제 하고나서 하고자 했던 것들을 할 건데 그러면 신입사원 커트라인 서른이 지나가 버린다. 아니 씨발 지금이라도 당장 토익을 준비해야 600점 그 알량한 점수에 불과한 것 가지고서 취직을 하네마네 할 텐데 지금 나는 스트레스 하나 때문에 위키백과 문서도 하나 잘 읽지를 못해서 지금 이 지랄이 났고 그럼 토익 공부는 가능하겠냐? 그냥 공장 선반공으로 취직하는 데에 무게를 둬야겠다.
마을의 한 가운데, 모두들 좋아하는 카페에는 아무도 없고 나 혼자서 스쿠터를 타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 어느 오후가 다 흘러 집으로 돌아왔어요. 계속 나를 쫓아오길래 그냥 집으로 들인 고양이가 야옹거리는 아주 근사한 하루. 그렇게 에어컨이 평소에는 필요없을 정도로 서늘한 하유섬의 여름날을 만끽하며 오늘 하루를 닫아보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 것은 왠지 더위를 느껴서겠죠. 그렇게 또 하루는 지나가고 뭔가를 오늘도 해내지 못했다는 상념에 빠져서 그저 집 앞에 세워둔 스쿠터나 닦는 거였죠. 이러다가 잠들겠지 했지만 잠은 오히려 고양이가 먼저 들었고 나는 뜬 눈으로 오늘 마트에서 사온 것들이나 멀뚱히 보고 있을 뿐이었지요. 그렇게 피곤하게 일어나서 고양이가 한심하게 식빵을 구우며 나를 보고 있는 그 가운데 기..
분명 요정이 나오는데 왠지 안드로이드를 인형이라 부르며 사람 대접을 해주고 연료합성이니 해저터널이니 나오는데 배경은 현대와 다를 바없고 단지 녹지와 도시가 반반인 어떤 작고 외딴 섬나라인데 사람들이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상냥함을 가져서 바깥에서 온 사람들은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여기 사람들 전부 애매하고 소심해서 자꾸 고민이 있나고 물어보며 스튜 냄비 들고오는 거 신경 쓰인다며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이방인이 넘쳐나고 군대를 만들겠다는 내각에 화염병 던져서 비무장을 유지시키는 주제에 다들 순해빠졌고 산업은 관광과 원예산업에 치우쳤지만 식민지가 되지는 않네. 무슨 유토피아냐 하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제가 쓰는 글의 배경이 되는 요약입니다.
원래 치유받는 느낌이라는 것은 가슴 언저리가 간지럽고 덧없고 슬픈 느낌이 드는 것이 맞는 건가요. 왠지 그런 느낌이 차분하게 있을 때마다 들고 슬픈 아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일부러 감정을 흥분시키고 성급하게 저를 몰아가는데 왠지 알고 싶어졌어요. 마치 제가 요새 자동인형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사람과 똑같이 생겼고 구별도 불가능하지만 실제로 마음이나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닌 안드로이드 말이죠. 탈진하는 탓일까요. 혹시 이것도 설마 배터리 부족으로 진빠지는 것은 아닌가 불안한데요. 폭신하고 서늘하고 뽀송한 어딘가에서 가슴 언저리가 간지러운 느낌을 안고서 영원히 자고 싶어요.
비가 내렸어요. 그래서 남동에서 북동으로 가는 잠수교는 물에 잠겼습니다. 스쿠터를 타고 나가는 일은 비가 온다고 끝나지는 않지만 오늘은 별 수 없이 고속도로를 타야 하겠네요. 통행료가 짜증나서 이용하기 싫지만요. 하지만 그게 뭐, 내야 하면 내야하는 것이겠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그렇게 최고속도 110의 고속도로로 들어갑니다. 자동차들 사이로 추월하는 것은 하유섬에서 불법이라 얌전히 3차로를 밟고 갑니다. 비가 많이 와서 오히려 하위차로가 위험한 날이에요. 큰 차는 많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꽤 무서워요. 계속해서 고속도로를 따라 가는 것은 무리이기도 해서 상록숲 쪽으로 돌을 맞더라도 상록숲을 지나서 가야 하겠죠. 휴게소를 지나쳐서 시속 100을 맞추며 요란스럽게 움직이고 헬멧이 ..
숯이나 뭔가를 태우면 나오는 합성가스를 철과 반응시키면 합성석유가 되고 합성석유를 증류하면 나프타가 나오는데 거기에 알코올을 섞고 제올라이트와 반응시키면 고옥탄가의 휘발유가 된다. 너무 많이 외웠다. 하지만 이 탓에 또 항의 문건이 하유제당 에너지부 앞으로 왔다. 이 조그만 나라에서 화석연료 안 쓴다고 기만하는 꼴이 참 보기 좋다는 투의 가리비 기름 회사의 서신인데 이 나라 어느 숲 속 요정들에게 화석연료 팔아먹는 불한당이라고 린치를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아아 피곤하다. 얼마 전에는 하이브리드에 염증이 나서 팔아버리고 공방에서 올드 피아트의 레플리카를 하나 샀다. 주문 취소분이고 싸게 드린대서 차를 팔은 값으로 또 차를 사다니 이런 바보가 다 있나. 귀엽고 동그란 눈을 가진 작은 차를 몰고 상록숲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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