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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유 배경의 이야기

drop pop candy

두번의 봄 2019. 6. 3. 16:41
비가 오고 있다. 일본어가 강세인 이 거리에서 나는 무슨 생각으로 서 있을까? 그것도 우산도 쓰지 않은 채로 말이다. 북동보다 남쪽으로 남동구에 속하는 이 곳에서 뭐를 하고 싶었을까? 제대로 거절하지 못하고 처음 뵙겠다고 야옹거린 그게 전부다.

생각은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 그저 나아가고 싶은데 안 된다. 그게 다다. 뭐가 좋은건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고 싶어. 그리고 애매하고 우울한 여기 사람들의 본성이 나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하고 서로서로 자기만의 섬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느낌만 심하게 들어버리는 것이 나는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작정 택시를 잡는다. 깨져버린 것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고 비 오는 카페 창가에서 오늘도 기다리지만 안 돼. 여기 사람들은 절교하면 다시 관계가 이어지는 법이 없지. 운전면허가 있는데도 계속 운전면허를 장롱 속에만 넣어두고 하질 않으면 더 이상 운전할 수 없게 되듯이 말이다.

그렇게 누군가 깨진 기분에 거리를 방황하고 향기에 집착하고 길가의 연인들에게 과민반응하고 그러는 것이 역시 내 건강과 심리를 좀먹고 있지는 않을까 하면서 비 오는 끈적한 거리를 우산도 쓰지 않고 그저 걷는다.

나에게 아무것도 없어진다 해도 그것으로 좋을까? 애매한 거리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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