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밖은 위험하다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다. 겨울이면 특히 그렇다. 그렇게 나는 이불에서 꼬물거리면서 푸른 요정과 말을 하려고도 하고 부끄럼도 타면서 여러가지 꿈을 꿨다. 하지만 그게 뭔 소용이고 무슨 일이던지 하지 못한 후회라던지는 나중으로 놓고 지금은 지금으로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것 뿐이었다. 그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잠에 다시 들고 싶을 뿐이었다.

푸른 요정이 걱정하며 내게 말하기를, 꿈이 선명하다면 꿈으로 도망칠 것 같다고 걱정스럽게 전해주었다. 푸른 요정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하며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인과관계가 없는 생각을 하면서 그 아이의 손을 살며시 잡고 나는 그 아이에게 차라리 현실보다 꿈이 좋다고 말하자 그 아이는 내 손을 들어서 입으로 가까이 가져가서 그저 과자를 먹는다는 평범한 표정으로 내 손을 물었다. 아프다. 정신차리라는 신호? 그렇게 알아야 겠다. 그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나에게 현실을 보고 이불 밖에서 이불 속과 같은 아름다움과 귀여움을 찾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저 꿈 속에서는 긴장하지 않으니 나는 꿈이 좋을 수 밖에 없지만 푸른 요정 자신은 자신이 돕고있는 사람의 상상 속 존재라는 것을 잊은 채로 그 사람을 점점 현실로 돌려보내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로 가는 것은 괴롭다. 즉, 이불 밖은 위험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오늘도 여전히 푸른 요정을 울려버렸다. 미안하지만 내가 겪는 실제 세상은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섬세하지 않아. 그래서 내 마음도 철수세미처럼 거칠어졌지. 너는 나를 섬세하고 부드러움에 감싸진 사람으로 변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왜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나를 바라보다가 위로하듯이 나를 껴안고 토닥이다가 푸른 요정은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귀여운 그 아이를 그 아이 방의 침대에 뉘이고 나도 내 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오늘도 상냥하고 섬세하며 부드러운 느낌은 꿈 속에서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위험한 이불 밖에서 나는 계속 망가져가고 있고 언젠가는 움직일 수도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그럼 기뻐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