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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내가 안드로이드이기를 바라는 심리가 있다. 사람에게 환멸한 것도 있고 내가 움직이는게 같잖다면 죽여버리면 도덕성의 해이를 감당해야 하는 사람과는 달리, 안드로이드는 망가뜨리거나 방전상태로 방치해도 괜찮잖아. 그러면 움직이지 않을 수 있고.

상냥함을 불안함과 공포 때문에 개인적인 약함으로 치부해 숨기고 독기에 가득찬 듯이 행동하고 사람을 믿지 않는 인간보다 정교한 인공지능에 의해 판단하고 사람에게 상냥할 수 밖에 없는 안드로이드가 낫다. 하지만 정교한 인공지능일수록 정신질환의 문제가….

결국 사람과 거의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존재한다고 하면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사람처럼 사고할텐데 그러면 사람들이 감정이나 사고가 폭주하는 것 때문에 경험하는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이 인공지능에게도 발현되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 있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된 정교한 인공지능에게 동화만 읽어주다가 갑자기 세상의 어두운 면을 동화를 읽어준 만큼 가르쳐준다면 상당히 정교한 인공지능이라면 시무룩해하면서 '모두들 저를 싫어하나요?'라고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꼭 사람과 같이 말이다.

현재 상태; 이상하게도 감정의 상태가 사고의 상태를 조금 앞지름. 피곤하지는 않지만 감정상태는 심란하고 그에 따라서 불안한 상태. 이상.

차라리 내가 자동인형이나 안드로이드라면 좋을 듯한 나날들은 계속 흘러가서 누구에게 비난받는 것이나 두려워하는 그런 일상, 스스로 끝내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도전마저 두렵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 투성이라면 나도 그런 사람들에게 상냥할 필요는 없겠지. 그러니 감정을 숨기고 사고만을 부각하면 화난 사람처럼 보이기 쉬우니 그것이 나을까.

애써 서툰 감정이나 사고에 매달리지 않고 양 극단과 폭주를 왔다갔다 해도 어차피 제일 괴로운 것은 제어가 먹혀들지 않아 슬픈 나야.

억지로 감정에 휘둘리고 내 고집이 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것인 양 굴지말자. 나는 남에게 엄청 차가운 사람이고 스스로 벽을 쌓고 혼자 있기를 원하면서 일부러 감정적인 척하고 논리를 부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역정나는군. 이제 연극은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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