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나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맑고 깨끗한 정원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지루함을 덜 수는 없는 노릇이고 동네라도 걸어서 나가보기로 한다. 하유의 서늘한 여름 날씨가 포근하기만 해서 일단은 카디건 하나만 걸쳐도 괜찮을 지금. 어차피 동네만 돌다가 끝날텐데 뭘. 트램과 자동차가 같이 쓰는 도로 위 횡단보도를 지나 시험정원에 들어서면 여름의 해당화가 피어있거나 하고 미여울에서 날아온 거위가 꽥꽥거리며 뭔가를 뺏으려는 듯이 낮게 나에게 다가온다. 하지만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없어. 으아아악. 거위가 막 푸덕거리며 다가오기에 일단 거위를 피해 시험정원을 나와 남서중앙으로 나온다. 자동차 쇼룸과 그 옆에 있는 카페, 그리고 웃으며 다가오는 인형 하나. 하지만 지금 어울려주지는 않을래. 너도 다른..
이상해요. 허리 아래로 몸이 없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아프지도 않은데 기분은 이상하고 더더욱 이상하고 왜 나는 이 꼴로 살아있지 그런 느낌. 차라리 없어져버리는 편이 나았는데! 그런데 어거지로 살아있고 그런데 어째선지 사라지지 못하고 이게 뭐죠. 아프지도 않지만 이게 뭐지. 언제부터 망가져 있었지. 이해 못할 것을 말하지 마요. 아파요. 이해 못하니까 아파져요. 싫어 싫어 싫어 싫어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저리 가 무슨위로를건네고격려를해준다고해도나는여러분을이해하지도못하고이해하지도못하고그냥쓰레기처럼있겠지요 그게뭔지나는하나도모르고얼빠진표정으로여러분의경멸에만화를내며짜증에가득차서힘들어할테지 그러면좀나를좀더격려하고가치를알려줘요그게어렵나요 …남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나는 얼마나 오래 산다고 이럴까..
역시 요즘 나는 어디 아픈가봐요. 그다지 좋지 않아서 어딘가 끊어져서 다시 또 뭐든지 귀찮아.
분명 요정이 나오는데 왠지 안드로이드를 인형이라 부르며 사람 대접을 해주고 연료합성이니 해저터널이니 나오는데 배경은 현대와 다를 바없고 단지 녹지와 도시가 반반인 어떤 작고 외딴 섬나라인데 사람들이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상냥함을 가져서 바깥에서 온 사람들은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여기 사람들 전부 애매하고 소심해서 자꾸 고민이 있나고 물어보며 스튜 냄비 들고오는 거 신경 쓰인다며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이방인이 넘쳐나고 군대를 만들겠다는 내각에 화염병 던져서 비무장을 유지시키는 주제에 다들 순해빠졌고 산업은 관광과 원예산업에 치우쳤지만 식민지가 되지는 않네. 무슨 유토피아냐 하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제가 쓰는 글의 배경이 되는 요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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