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많이 힘들었죠? 그저 상냥한 누군가를 만나려고 꿈 속의 온실로 도망쳐요. 그게 별로 안 좋은 일이라는 것은 알고서요. 그 아이는 인형. 하지만 그 아이가 왠지 나랑 같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 착각이 맞을거예요. 저 아이가 나랑 같으면 안 돼. 그래서 뭘 할까요. 서로 마주보며 티 타임 가지고 조용히 놓여있거나 실없는 말을 주고받아요. 덧없이 위로받아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온실에 나랑 비슷한 처지의 인형이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고 화사한 온실을 좋아해요. 그렇게 있자니 온실 밖으로 나가기 싫어져요. 그런게 전부, 내가 짜증나는 실제를 잊기위한 방법. 온실 속에 또 하나의 나를 인형으로 만들어 놓고 그 인형과 티 타임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온실이 있는 정원섬을 산책하는 것. 모두가 상냥하..
가다가 차가 서버렸다. 뒤에 달린 화통이 배가 고픈 모양이다. 할 수 없이 화통 맨 윗쪽의 뚜껑을 열고 장작쏘시개로 타다말은 나무들을 좀 쑤셔주고 나무토막을 채워넣는다. 화력이 약한가 싶어서 공기구멍에 다시 불을 질러주고 풀무질도 다시 하고 엔진 쪽의 블로어도 켜두고 10분을 기다리자. 할 수 없다. 그 동안에 뒷자리에 놔둔 소풍바구니에서 먹을 것이나 꺼내 늦은 점심을 먹자고. 그리고도 하얀 연기가 시원찮으면 맨 아랫쪽 빗장을 열고 재를 털자고. 진짜 징하다. 이 정도로 재가 차서 타오르던 불도 꺼져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재를 털어내고 다시 빗장을 지른다. 엔진 쪽 블로어로 하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나면 불을 댕겨보고 불이 붙는다면 블로어를 끄고 다시 시동을 걸자. 부다다다다닥. 한참..
괜찮아요. 어차피 나는 인형이니까요. 굉장한 아이예요. 포근하고 깨질 듯한 마음씨를 가졌고 상당히 귀엽게 생겼어요.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자기를 인형이라고 생각하고 나를 주인님으로 부르는데다 좋아하는 옷차림도 쓸데없이 귀여워요. 그리고 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떨어져 있어야 하면 싫은 소리를 내요. 하지만 나는 이 아이가 싫지는 않아요. 언제까지 이 아이가 내 곁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쓰다듬어주면 눈을 살포시 감고 보드랍다는 듯이 녹는 표정을 짓는 귀여운 아이일 뿐이에요. 나는 이 아이를 봄이라고 불러요. 봄이는 항상 내 눈치를 살피면서 오늘도 즐겁고 귀여운 하루가 되기를 빈다고 하죠. 하지만 솔직하게 그런 하루를 보낼 자신이 없다고 하면 눈 앞에서 비눗방울이 터지는 것을 본 듯이 놀란 ..
새하얀 인형소년은 세상이 궁금했어요. 바깥으로 나가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했죠. 하지만 바깥에는 온갖 괴물들이 돌아다니는 무시무시한 곳. 고작 자동인형인 소년은 겁을 먹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갔지요. 일단 그 아이는 자신의 온실에서 온갖 포근함을 다 느끼고 세상을 궁금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인형소년에게 온실은 너무도 작았어요. 그래서 인형소년은 괴물에게 말했죠. 자기를 먹으려면 먹으라고요. 괴물들은 소년을 먹지 않고 갖고 놀다가 결국에는 산산조각을 냈습니다. 자동인형인 소년은 조각나도 다시 고치면 되는 편리한 존재. 어떤 상냥한 소녀가 기를 쓰고 소년을 다시 고칩니다. 그리고 소녀의 오빠도 소년을 고치는데 힘씁니다. 마침내 온실에서 나온 인형소년은 무사히 고쳐집니다. 그리고는 자기를 고쳐..
심란해서 도저히 잘 수 없습니다. 나는 무엇을 향해서 살고 있을까요. 문이 여러가지 있고 그 문 중에 상냥한 자동인형과 착한 요정이 기다리는 문은 오직 단 하나. 어떤 문인지 모르니까요. 상냥한 마음씨를 지녀도 일단 모두를 경계하고 믿지 않으며 스트레스 때문에 화를 내면 다들 그렇게 나를 쓰레기 취급하더군요. 불안함에 관계가 끊길 것 같아 물어보면 나를 진짜 싫어하는 것이 드러나더군요.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는 역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질 거예요. 하지만 나는, 자동차를 타고 정상에 올라와서 기껏 타고 온 자동차를 절벽 밑으로 밀어버리고 괜히 그랬다며 화를 내면서 다시 왔던 길을 그냥 되돌아 오는 걸. 그냥 용서해줄래요? 나는 그냥 모르고 서툰데 다들 왜 나를 싫어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하는 짓은..
물가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물가는 저기 숲 속에 솟아있는 봉우리 끝에 있는 용천에서 흘러나온다고 하지. 그리고 나는 고작 컵 하나를 들고 그 용천에 해당하는 여울오름을 오르고 있었다. 다들 컵 하나를 들고서 그저 여울오름으로 올라가는 나를 보고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고 몇몇은 하유 사람들의 특기인 안색 살피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딱히 나는 도움받을 일이 없어. 그저 컵 하나 들고 여울오름에 오른다! 그거 하나다! 여기로 여가를 즐기러 오는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도 나는 꿋꿋이 정상의 여울오름을 향해 걸을 뿐이다. 그게 뭐 어때서 별스럽게 보는거지? 그런데 하나만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나는 컵 하나를 들고 자동차도 1단 기어로 힘겹게 올라가고..
궁금한 것을 참을 수 없었기에 나는 나무를 실컷 피울 수 있는 곳으로 갔어요. 하유섬의 법이 나무 태우는 것까지는 봐주는 셈이라 상록숲의 취사가능지역으로 가서 요정들이 만들어 놓은 목탄가스 화통을 구경하죠. 신기해요. 목탄가스 화통의 원리라는 것은 나무를 가득 담아놓고 밀폐한 화통 밑둥의 구멍에 불을 지르면 아랫쪽부터 타오르니까 공기가 부족한 환경에서 나무가 타게 되고 따라서 불연소한 나무의 연기가 화통 윗쪽의 구멍으로 나오게 되는 원리라는거죠? 그리고 요정들이 나무 태우려고 시킨 것은 잘 알겠고 불 지르다 숲 태워먹으면 쫓겨날 준비하라고 하고 소방차를 부르더니 유유히 사라져요. 한낱 호기심을 위해서 남에게 방해를 주면 안 되겠죠. 근처에 목재상이 있어서 톱밥과 부탄가스를 얻어왔어요. 화통에 톱밥을 엄청..
들어갑니다. 나오지는 못해요. 반으로 갈려 죽임당하고 형태는 보전했지만 인형이 되고 인형은 되지 않았지만 의욕을 뺏겨서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립니다. 마치 자유로를 도보나 우마차로 다니려는 미친 놈처럼 행여나 누가 신뢰의 원칙을 깨려 하지는 않나 노심초사 하기에는 지쳤습니다. 나를 치고 지나가세요. 전방에 오비스가 있긴 하지만요. 그렇게 잘못 짚어서 망해버리면 사람은 인형이 되어버리던가요. 잊어버립시다. 우리는 애초에 사람인 적이 없어요. 저기 가로등에 대롱대롱 매달려 마치 목 매단 사람처럼 진자운동을 하눈 인형을 봐요. 자기가 고뇌하는 사람인 줄 알았나봐요. 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휘저어봐요. 이것도 사람인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요. 이미 깨져버려서 붙일 수도 없고 너무 건조해서 촉촉할 수 없고 너무 거칠어..
언제나 인형으로 있을 수만은 없는 것 같기에 일단은 사람처럼 행동하지요. 사람에 대해서 다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처럼 움직이고 진짜로 나에게도 공감과 감정은 존재하지만 사람의 그것보다는 훨씬 어눌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일단은 나는 인형이고 주인님의 장난감이니까요. 주인님은 귀여운 옷을 권하고 나는 그 귀여운 옷을 입어보지요. 귀엽다고 듣지만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요. 정확히 모르는 것을 듣고 정확히 모르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면 아파요. 그 아픈 느낌은 마치 내가 모르는 것은 아닌데 왜 모르지 하는 느낌과 같아서 어찌보면 주인님이 나를 부술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지요. 그래서 내가 먼저 나를 부숴달라고 주인님에게 말하면 주인님은 놀란 듯 슬픈 표정으로 저를 어루만지다가 울어버려요.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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