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세가 아까워 자동차를 탄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그게 내 삶을 지탱한다. 무료하게 하루벌이 하면서 살아가도 일단 내가 자동차를 몰 줄 아는 것은 위안이 된다. 위안이 되는 것에 매달리면서 고속도로 출구로 나간다. 그렇게 북동의 좁은 거리로 들어갔다. 1.5차로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그 좁은 거리. 병목으로 나오는 차들을 잠시 보내주고 내가 좌측 지시등을 켜고 메인 빔을 쏴주고 들어가 너무 복잡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사고가 났다. 쾅! 조수석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오고 함몰의 느낌이 났다. 등을 흐르는 차가운 느낌으로 전신주에 박아버린 차를 돌려 잠시 주차장으로 간다. 이 와중에 버스는 비보호 좌회전하는 것을 막으며 직진하려고 해서 손으로 오지 말라고 신호하면서 주차장으로 올라왔다...
…여긴 어디지? 갑자기 잠들어버린 느낌이 든다. 왠지 흑발에 회색 눈을 가진 마녀…가 싫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온다. 적의를 띈 그녀가 내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르겠으나 일단 가만히 있는다. 쉬익하고 달음박질로 달려와 내 턱을 쥐고 속삭인다. "왜 나하고만 안 떠들어 줘? 나도 잡담 좋아해." ??? 이것 외에 대답을 못 하겠다. 그러자 마녀는 더 싫은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대답을 강요했다. 어차피 서로 만난 적도 없잖아? 짐작이 가는 대목은 채팅의 난봉꾼 하나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게 저 자식…인가? "자아, 대답 안 하면 이 꿈을 날름 먹어서 너를 여기 가둘거야. 근사하지?" 씨발 멘헤라 마녀가 달라붙을 줄 알았다면 잘 좀 다룰 걸. 그렇다고 해도 명백히 내가 어쩔 수 없는 초자연적인 상황에 놓고 거의..
남영역을 두고 앞뒤로 우리는 욕하면서 걸어갔다. 일제 가고 미제가 들어앉은 군 주둔지, 호텔처럼 우리들 속에 숨어든 물고문 시설, 진압의 효율을 위해 다 불살라버린 그 옥상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결국 그래도 우리는 한양도성의 허물어진 안쪽으로 아직 저감장치가 안 나왔다는 핑계를 대곤 언젠가는 과태료가 왕창 나오겠지 하며 차종이 무엇이건 쓸 수 있어 좋겠다 싶은 범용 디젤차 촉매 얘기만 하다가 단속에 찍혔다. 진짜 우리는 전진하고 있는건지, 어쩌면 거대한 후퇴만을 하고 있는건지. 사람 죽어야 뭔가 변한다고는 말하는데 빈한한 거대한 후퇴 앞에서 뭘 더 보태나. 졸렬하게도 인간은 대단한 포도가 아니라서 위대한 썩음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타고 있던 5등급 경유자동차를 세우고 세워져 있는 누군가의 전기자..
서울전차가 왜 없어졌게요? 결과만 까놓고 말하면 정책 실패예요. 김현옥은 공격적인 개발에나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버스 증차나 택시 증차만 하고 와우 아파트 짓는데 정신이 팔려서 전차궤도 보수나 전차 차량 도입에는 관심도 없었어요. 그런 와중에 증차시킨 버스와 택시가 도로 정체를 일으키죠. 그래서 일단 바로 뜯어버리기는 뭐하니까 외곽 이전 얘기를 하고 뭐하고 하면서 전차가 낡은 흉물이고 일단 전차는 뜯고서 지하철도를 짓는 겸 도로를 넓히자고 한거죠. 그리고 시민들과 전차 종업원들의 반대에도 서울전차는 폐지되며 전차 종업원들은 그토록 경멸스러운 버스와 택시를 몰게 돼요. 외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냐고요? 일단 미국 전차 스캔들이 있고 일본 쿄토 시영전차 폐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해요. 심지어 제가 언급..
일상이 호러다. 뭐만 하면 죽음이 기다린다. 옷장을 열자 기괴한 생물이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싸늘하고 축축한 날씨다. 몸의 상태는 건강하지 못하다. 안심하고 싶지만 안심하면 죽는다. 일을 하면 실수한다. 실수가 저주로 변한다. 저주로 주변에서 쓰러지는 소리 들린다. 주변의 쓰러진 이는 악령이 붙는다. 쓰러진 이가 일어나 모두를 해친다. 장소를 뜨면 안 된다. 그래서 전부 당하는 꼴을 보고 만다. 나는 더더욱 장소를 뜨면 안 된다. 내가 장소를 뜨면 징계를 받는다. 하지만 장소를 떠난다. 징계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장소로 떠넘겨진다. 나까지 해쳐진다. 해쳐진 모두가 무사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이 유지될 리가 없다. 나는 정신을 놓고 그저 닥치고 있는다. 일상이 호러라서 사회가 무섭다.
누덕누덕 기우고 베고 잘라서 자, 여기까지 왔어. 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해. 더 누덕누덕 기우고 베고 잘라서 이제야 좀 정상같네. 그렇게 버텨온 하루하루가 너무 무의미해서 너무 무의미해서 너무 무의미해서 너무 무의미해서 이제는 죽고 싶어져. 무너지는데 아무도 모르고 내가 스스로 뭔가를 할 수도 없는 지금, 진짜 뭘 해야 하지 진짜 뭘 해야 하지 진짜 뭘 해야 하지 진짜 뭘 해야 하지 다 잊어먹어서 경고만 늘어나. 자, 네 손으로 나를 죽여줘. 이렇게 만든 네가 나 정도는 죽일 수 있겠지?
아무래도 내가 여러모로 여러분들께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글러먹은 모양입니다. 나는 여러분의 입장에 서지도 않을 것이고 또한 그러지도 못하겠지요. 나는 원래 이랬으니까…. 아무래도 틀려먹은 삶이 모든 것을 짓누른다면 나는 우선 나라고 나를 참칭하는 것들을 베어내고 진실된 나로 살고싶다고 하겠지만 이제 그런 과정을 견디기가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내가 아닌, 하지만 내가 만들어 낸 수많은 거짓된 모습 속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일까요? 나는 이제 내가 만들어 낸 가짜 나를 구분할 수 없는 단계까지 왔고 여러분들께 작별을 고해야 할 정도로 망가져서 더 이상의 희망이 없습니다. 희망이 무엇이죠? 이겨냄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이제 나는 더 이상 그 두 가지의 의미를 알 수도 없고 알 일도 없겠지요. 그나저나 심하..
한숨 나오는 동시에 어디론가 가고 싶어져서 전차 정류장에 섰다. 그런데 전차 정류장 뒷편에 버스가 더 먼저 올 것이 뭐람. 그런데 누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한숨 깊게 쉬고 건드린 방향으로 바라보니 봄이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었다. 재수 없는 쫄보 소년인형 주제에 이제 나한테는 쫄지 않게 된건가. 뭘 어째.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따로 있으니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 그러자 쫄보 스위치가 켜져서는 얼굴을 붉히고 딱히 없다고 술술 부는거 뭔데. 가벼운 한숨을 쉰다. 나는 원래 가려던 데로 간다. 북동쪽의 숲이기는 한데 구 전체가 숲이고 내각결의에 의해서 통제되는 두 개의 구 중의 하나인 상록구가 그 곳이다. 카페거리에 가기 위해 트램을 타면 여기를 지나가는데 항상 궁금하고 특이한 곳이라서 생각해서 말이다...
내가 뭘 할 수 있나. 한낱 소시민이라 더위에 지고 돈에 지면서 돈 생겼다고 듕귁제 휴대전화를 지르는 돈지랄을 해대고 비싼 것을 샀다며 불 속에서 석고대죄 하는 한낱 소인배인 것을. 신문에 투고하면서 밥 벌어먹는 멍청한 인생을 살지 말자. 공사판에서 힘도 안 되는 온실 속 화초가 철근 나르다 죽어서 집에 오는 미련한 상황을 만들지 말자. 외국어 뻥긋거리는 것 하나로 내 나라 모르는 외국인에게 내 나라는 지상낙원이라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는 되지 말자. 자, 이제 뭐가 남나. 나에게 그것들을 빼고 남는 것은 없다. 허나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서 나는 요령껏 없앨 수 있는 내 면허증의 조건 A를 경멸하고 있다. 하지만 클러치를 조질 줄 알고 속도에 맞춰 스스로 변속할 수 있어도 내가 소시민에 쫄보라는 사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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